최근 한국P&G가 자사 브랜드 `SK-Ⅱ`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방법을 동원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과징금 1억800만원을 부과하면서 화장품업계에서는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P&G는 2013년 7월부터 9월까지 광고대행사를 통해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의 미용·성형카페 230여 곳에 `SK-Ⅱ 피테라 에센스` 광고 글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광고대행사 측은 마치 실제 소비자인 것처럼 기만적인 사용 후기글을 올렸다. 상품에 대한 효과 또는 제품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도 홍보글을 남기면서 자신의 사용경험을 운운했다.
공정위는 "이런 글을 작성·배포하는 대가로 광고대행사는 825만원을 받았으며 이 같은 내용을 광고글에 표기하지 않음으로써 소비자들을 기만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건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소비자 기만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한국P&G 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이 같은 불법 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산업 분야에서든 온라인을 빼놓고는 마케팅을 할 수 없는 시대다. 화장품 또한 예외가 아니다.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와 카페 등에 광고글을 올리는 것은 기본적인 홍보 방법 가운데 하나다. 화장품 관련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품평이나 어워드 또한 비용이 오간다는 사실은 이제 소비자들도 눈치 채버린 비밀 아닌 비밀이 됐다.
대다수 화장품 기업들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파워 블러거나 유투버 등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예 이를 사업화한 기업들이 앞 다퉈 생겨나고 있다.
기만적인 광고와 정상적인 화장품 사용 후기를 구분하고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정보량이 방대하고 확산 속도가 빠른 온라인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에 올리는 광고글에는 광고임을 표시해야한다는 법이 만들어진지 오래지만 이를 어긴 글들을 일일이 적발해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사용 후기를 가장한 광고글 정도는 애교에 불과한 불법과 비상식이 판쳐왔다. 불법적으로 유통된 화장품이나 짝퉁 제품을 판매하는 일이 횡행하고 사업자등록도 하지 않고 공동구매 형태로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탈세를 저지른 블로거도 있었다. 또한 화장품 회사 직원이 관련 카페에 가입해 일반 소비자인 양 행세하며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다 신분이 밝혀져 망신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례가 별 탈 없이 넘어갔고 누군가는 막대한 이득을 취했기에 결국 "걸린 자만 억울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블로그와 카페가 타깃이 되자 최근에는 SNS를 통한 기만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또 TV 드라마나 뷰티 프로그램을 통한 PPL은 광고나 다름없을 정도로 노골성을 띠고 있지만 여기에는 별다른 표시 규정도 없기에 형평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블로그와 카페를 떠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로 눈길을 돌리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SNS가 고객 소통의 창구로 떠오른 덕분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마케팅 플랫폼 혹은 은밀한 광고글의 유통 채널로서 카페가 막히면 블로그로, 블로그가 막히면 페이스북으로, 페이스북이 막히면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가면 그만인 것이다. 트렌드와 채널은 빠르게 바뀌는데 규제는 이를 쫓아가지 못하는 셈이다. 자칫 어설픈 규제는 새로운 시장과 사업영역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대사회를 흔히 `1인 미디어 시대`라고 말한다. 누구라도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인이 아니라 미디어라는 문구다. 하나든 둘이든 일단 미디어로 인지된다면 이를 사업화하는 것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이같은 1인 제작자를 모아 지원하고 부차적인 광고 매출을 공유하는 신개념 서비스인 MCN(multi-channel-network)사업도 등장했다. 이 사업 분야에는 대기업들도 대거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전도유망한 MCN 시장에도 언젠가는 규정이 만들어지고 규제가 생겨날 것이다. 규제 자체가 절대악은 아니다. 또 어쩔 수 없이 누군가는 손해를, 누군가는 이득을 볼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볼 지점은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방송사들의 뷰티 프로그램에 PPL을 하려면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1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러거들이 10만원에서 50만원 정도의 비용을 받고 사용기를 가장한 광고글을 올렸다 적발돼 곤욕을 치르곤 하지만 이들 뷰티 프로그램은 더 많은 비용을 받고, 더 노골적인 광고 방송을 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모든 규제에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순 없다지만 이 같은 불평등이 계속돼선 곤란할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도 카페나 블로그에 올라 온 글들이, SNS를 통해 소개되는 제품들이 수익적인 모델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언론이 말하는 것 역시 광고와 밀접한 것들이 많다는 것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철저한 현황 분석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보호하고 각 플랫폼별 구체화된 정의와 규정을 만들어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노력이 요구된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도 변했음에도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온라인에서 이른바 현대판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생겨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