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본 예능 한 편이 어느새 인간 극장이 되어 버렸다. 지난 22일 밤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이야기다.
그간 <우리동네 예체능>은 배드민턴, 탁구, 볼링, 수영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체육을 다뤄왔다. 이날 방송은 지난 10월부터 이어진 유도 특집의 12번째 화로 강호동, 이훈, 이재윤과 함께 고세원, 행주, 조타가 포진한 예체능 유도부와 매니저, PD 등으로 구성된 연예가 유도팀이 맞대결을 펼쳤다.
천하장사 출신의 강호동, 주짓수 퍼플벨트 이재윤 그리고 연예계 대표 체육인 이훈. 얼핏 출연 멤버들을 떠올리면 그래도 이들이 꽤 멋진 경기를 할 거란 예상이 든다. 그러나 이 핵심 멤버들이 펼친 경기는 웃고 넘길 수 있는 `예능`의 수준이었다. 비록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각고의 노력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앞서 체육인이라 불리는 멤버들이 예능 차원의 경기를 펼쳤다면 `인간 극장` 수준의 경기를 펼친 멤버도 있었다. 바로 조타였다. 아이돌 그룹 매드타운의 멤버인 조타는 이미 생활 체육인의 수준을 넘어선 기량을 갖추고 있었다. 5번째 경기에서 조타가 현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즉 현역 선수인 조준휘와 맞붙어 대등한 기량을 선보인 것이다.
조타는 조준휘와의 경기에서 기본 경기 시간인 3분을 모두 쓰고도 점수를 내지 못하고 비기며 끝났다. 소극적인 공격을 펼친 것 아니냐고? 두 선수는 모두가 기대했지만 모두가 실망한 메이웨더-파퀴아오의 경기와는 아예 180도 다른 경기 내용을 보였다.
3분의 시간 동안 공방을 펼치며 체력 고갈이 먼저 찾아온 조타였지만 종료 직전 들어 메치기 기술로 경기를 끝내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현역 조준휘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회심의 들어 메치기에도 재빨리 몸을 돌리며 한판으로 패하는 상황을 모면했다. 경기는 점수를 내는 쪽이 바로 승리하는 골든 스코어로 넘어가며 무려 4분 42초간 더 진행됐다. 이후 경기는 상대적으로 체력 고갈에 부딪히며 공격이 적었던 조타가 지도를 받으며 조준휘의 승리로 끝났다.
사실 조타는 유도 선수로서의 경력이 꽤 되는 `선출`이었다. 지난주 방송에서 조타는 전국 유도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이 경기에서 조타는 슬럼프 등의 개인 사정으로 운동을 접고 가수로서의 길을 택한 사연을 공개했다. 현역 시절에 찾아온 슬럼프에 이루지 못 했던 것을 지금에서야 이루게 된 감회야 직접 겪지 않고는 미루어 짐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날 조타가 시청자에게 보여준 건 단순히 7분 42초짜리 경기가 아니었다. 흔히 사회생활을 전쟁터에 비유하지만 승패는 크게 상관없다는 듯이 하루를 소비하던 우리에게 조타는 큰 울림 이상의 무언가를 건네주고 갔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고단한 하루의 피로를 풀 겸 가볍게 맥주 한 캔과 즐겼을 <우리동네 예체능>. 그러나 그 속에는 잠시 풀어졌던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드는 레드불 한 캔이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