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보컬리스트의 힘, 거미가 증명했다
데뷔 13년 차,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거미는 여성 보컬리스트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로 주목 받고 있다. 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거미의 콘서트 `Feel the Voice`. 서울을 기점으로 성남, 광주, 대구, 부산 그리고 다시 서울까지, 올해의 마무리와 내년의 시작을 콘서트로 가득 채우게 된 거미의 소회는 남달랐다.
"데뷔한 지 13년이 됐다. 그리고 첫 단독 콘서트를 열게 됐는데, 큰 공연장을 가득 채워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힌 그는 1층부터 3층까지 가득찬 관객석을 둘러보며 감격에 찬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3년 데뷔 이후 꾸준히 `국민 애창곡`으로 불리는 명곡들을 탄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단독 콘서트가 처음이라는 것은 다소 믿기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
그러나 여성보컬리스트들의 경우 단독으로 콘서트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그 모든 이유들을 누르고 거미는 성공해냈다. 대담하게 도전한 이번 콘서트는 시작부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 그 이유 하나 만으로도 성공을 점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 꽉 차다 못해 넘쳐 흐른다, 공연이.
셋리스트에 올라온 곡만 19곡이다.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오늘 공연에 임하겠다"던 거미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등장부터 화려했다. 밴드 7인조, 코러스 3인조, 스트링 12인조로 구성된 세션은 거미의 보컬에 힘을 실었다.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재탄생한 `기억상실`로 오프닝을 장식한 거미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소름으로 이끌었다.
지난 13년 동안 `국민 애창곡`을 쏟아낸 거미이기에 셋리스트도 남달랐다. `그대 돌아오면`, `미안해요`,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등의 명곡을 비롯, `눈꽃`, `통증` 등의 OST, `해줄 수 없는 일`, `아름다운 이별` 등의 리메이크 앨범 곡까지, 거미는 이번 공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
더욱이 발라드만 부를 것 같던 편견을 깨부수는 공연의 구성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로미오 & 줄리엣`에서는 강렬한 록음악을 바탕으로 무릎을 꿇은 채 헤드뱅잉을 선보였으며, `미안해요`에서는 탑의 랩 파트를 파워풀하게 직접 소화해내 격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발라드, 록, 힙합 다 되는 그녀의 모습에 관객들은 환호로 응답했다.
▲ 거미, 반전 매력의 소유자
시종일관 폭발적인 무대매너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가수 거미. 그러나 그는 노래가 끝나면 곧 수줍고 애교 많은 모습으로 순수함을 드러냈다. "제가 생긴 건 좀 무서운데 성격은 그렇지 않아요"라고 말하던 그의 말처럼, 말투 하나하나에 애교가 녹아 있었다.
이날 게스트로 등장한 휘성은 거미에 대해 "저 친구가 애교가 참 많은 사람이다"라고 말하기도. 더욱이 휘성에 이어 등장한 에픽하이의 미쓰라진은 축가를 불러준 거미와의 끈끈한 의리를 자랑해 가수 아닌 거미의 인간적인 매력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거미의 인간적인 면모는 연인 조정석을 언급하면서도 드러났다.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실 이야기를 하나 말씀드리겠다"고 운을 뗀 그는 "저의 그분이 오늘 두 가지 예언을 했다. 한 가지는 공연이 성공적일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제가 오늘 울 거라고 장담하더라"고 설명했다. 공연 중간중간 드러난 그의 이러한 반전 매력은 공연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조미료와도 같았다.
▲ 거미, 이미 대체 불가
아무리 화려한 공연이라 할 지라도 진심이 없는 무대는 곧 잊혀지기 마련이다. 거미는 이날 콘서트를 통해 관객들에게 진심을 보였다. "오늘 공연을 통해 여러분의 마음 속에 어떤 하나라도 남겨드리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관객들은 거미의 목소리에 울고 웃으며 진심을 다해 호응했다.
특히 공연 말미 울려퍼진 `양화대교`는 거미 스스로도, 관객도 모두 눈물을 글썽이게 만들었다. 가사 하나하나에 진심을 눌러담은 거미의 목소리는 단 몇 분 만에 모두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진심이 전해지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낸 거미. 거미의 지난 13년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다시금 대중 앞에 우뚝 선 가수 거미, 그녀의 시작은 이제부터다.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mi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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