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편. 2016년, 병신년(丙申年)에는 '선택과 집중'한 기업일수록 주가 뜬다

입력 2016-01-04 07:13   수정 2016-01-04 10:53




276편. 2016년, 병신년(丙申年)에는 `선택과 집중`한 기업일수록 주가 뜬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날로 증가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영향력이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힘들어 졌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럴 때일수록 예측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1990년대 이후 세계경기는 사이클이 사라졌다든가, 있더라도 그 폭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정도로 장기호황을 경험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세계경제는 그 어느 쪽도 옳은 결론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오히려 금융을 중심으로 네트워킹이 한층 진전되는 경제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커졌고 심리적인 요인이 얼마나 큰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종전의 경기순환은 주로 인플레와 관련돼 발생했다. 경기순환이론대로 한 나라 경기가 호황을 지속해 인플레가 문제가 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대신 경기는 하강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경기순환은 침체가 북유럽 위기(1990년대초), 아시아 외환위기(1997년), 일본의 장기침체(1990년대 이후) 등 국지적으로 발생했을 뿐 이번처럼 전 세계적인 침체로 이어진 적은 없다.

이번 경기침체는 금융불안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종전과 같지만 △세계적으로 동반 침체가 진행됐다는 점 △금융불안에서 실물경제 침체로 전이속도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랐다는 점 △경기 하강폭이 짧은 순간에 대공황때와 버금갈 정도로 컸다는 점 △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진행형 등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이 때문에 종전의 경기순환패턴을 기초로 한 전망이 경제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측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예측기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예측기관들이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확인된 네트워킹 효과에 심리적 요인 등에 대한 재평가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것이 바뀐다". 지난해 12월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단행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대전환기`와 `대변화기`를 맞는 세계인들에게 영국의 경제전문지 EIU를 비롯한 모든 예측기관들이 역설하는 주문이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2차 대전 이후 경제활동을 주도해 왔던 글로벌스탠더드와 전혀 다른 ‘뉴 앱노멀(new abnormal)’ 시대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Fed의 금리인상 이후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인 뉴 앱노멀은 종전의 글로벌스탠더드와 글로벌 거버넌스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금융위기는 2차 대전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했던 미국과 서방선진 7개국(G7)에서 발생했다. 이제 금융위기 이전에 통용됐던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와 글로벌스탠더드의 이행 강제력은 땅에 떨어졌다.

뉴 앱노멀 시대에는 세계경제 최고단위부터 바뀌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국제규범과 국제기구를 주도해 왔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 7개국(G7)에서 중국이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른 주요 20개국(G20)으로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앞으로 태동될 국제규범은 보다 많은 국가들의 이익이 반영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뉴 앱노멀 시대에 중심국이 되기 위한 6대 성장동인


자료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글로벌 추세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각국의 이익이 보다 강조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추세와 충돌한지 오래됐다. 벌써부터 신(新)보호주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국제기구의 신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쿼터 재조정이 이뤄졌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른 국제기구들도 IMF와 비슷한 운명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기구간의 연계 움직임도 빠르게 이행되고 있다. 이미 WTO와 IMF 간의 연계움직임이 시작된 지 오래됐다. 갈수록 무역과 금융 등 경제 각 분야가 `이분법 경제`에서 `불가불 연계경제`로 바뀌는 상황에서 국제기구가 본래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도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 앱노멀 시대에는 경제학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 그것이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합리적 인간`을 가정한 주류 경제학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는 대신에 심리학, 생물학 등을 접목시켜 행동 경제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와 같은 시장실패 부문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 시장과 국가가 경제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혼합경제나 아니면 중국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국가자본주의가 한동안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2016년, 병신년(丙申年)을 맞았다. 지난해에는 그 어느 해보다 변화가 많았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던 한 해였다.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 국제유가 폭락, IS(이슬람국가연합) 테러, 유럽 회원국 분리 독립과 탈퇴 움직임, 중남미 좌파에서 우파로의 회귀….

올해는 `Fed의 금리인상`이라는 대전환의 실질적인 원년이다. 금리인상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늦어지면 질수록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는 출구전략의 첫 걸음이다. 추가 인상폭이 벌써부터 관심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와 유럽중앙은행(ECB)는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양대 축으로 같은 길을 걸어 왔다. `위대한 수렴(GC·Great Convergence)`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른 길을 걷는다. ECB는 추가로 금융을 완화하는 대신 Fed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 `위대한 발산(GD·Divergence)`이다.

Fed와 ECB를 중심으로 GD가 진행된다면 가장 주목되는 것이 유로화 가치가 과연 `1유로=1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등가수준은 유로화 출범 당시 11개 회원국과 미국과의 경제규모가 같다는데서 설정됐던 출발선이다. 이 수준까지 떨어진다면 하나의 유럽구상’이라는 원대한 꿈을 갖고 추진해 왔던 유럽통합의 실질적인 퇴보를 의미한다.

신흥국의 출구전략도 본격화된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외국자금이 많이 유입됐던 일부 브릭스 국가는 부도에 몰릴 수 있다.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등 제2의 아세안, 동유럽, 아프리카 국가는 자금유입이 적었던 만큼 자금이탈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투자 관점에서 이들 국가는 유망지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원자재 시장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광물성, 비광물성 가릴 것 없이 1999년 이후 원자재 가격은 같은 운명(커플링)을 걸어왔다. `상승`과 `하락`으로 세분하면 2011년까지는 `슈퍼 업 싸이클`, 2012년 이후에는 `슈퍼 다운 싸이클`로 구별된다. 올해부터는 광물성은 `하락`, 비광물성은 `상승` 국면으로 서로 다른 길(디커플링)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광물성 원자재 시장에서는 `파이널 드로(final draw) 현상이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도 관심사다. 파이널 드루란 치열한 전투에서 뚫리면 곧바로 패전과 직결되는 최후 방어선으로, 재테크 시장에서는 ’마지노선 붕괴‘를 말한다. 이미 유가는 배럴당 40달러선이 붕괴됐다.

금리, 환율, 원자재값 등 경영에서 가장 중시하는 채산성 변수가 전환점을 맞는다면 산업분야도 동반 변화가 예상된다. 대전환기에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운식할 수 있는 폭이 있는 공급 면에서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전략을 통해 경쟁우위 확보요구가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면에서는 트렌드의 신속한 변화에 따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이들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을 무료 컨텐츠 제공 등을 통해 줄여나가는 이율배반적인 소비행태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한 인간 중심의 커넥션은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되는 것은 대전환기에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가 정착되지 못하는 경우다. 이 상황이 닥치면 기존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향수가 겹치면서 `규범의 혼돈` 시대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더 큰 위기를 낳는다는 `나선형 복합위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전환기에 기업은 다각적인 중장기 위협 요인에 직면해 있는 만큼 단편적인 위기 대응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미래의 잠재적 위협 요인에 대응하고 기회요인을 발굴하는 등 선제적인 미래 준비를 위해서는 미래예측역량과 대비능력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요즘 각종 예측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 그 어느 해보다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핵심가치와 업종으로 집중해야 실용주의, 속도(혹은 마하)경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전환기를 맞아 제시하는 수많은 전략 가운데 애플, 구글, 삼성 등 세계적인 기업일수록 `격변의 시대…ABCD로 돌아가자`고 주목하는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ABCD 주문에서 A란 `investment in Asia`로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중심권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로 경영과 투자의 축을 이동하고, B는 `Bluechip investment`로 핵심국과 주도업에 주력하며, C는 `Cyclical investment`로 경기가 어려울수록 투자하고, D는 `Diversification of investment`로 경영과 투자대상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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