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션도 논란도, 무조건 정면돌파
약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승우. 이번엔 잘 나가는 CEO 겸 조폭 역이다. 코믹 추격극을 이끈 주연답게 그는 인터뷰 내내 유쾌하고 호탕했다. "우리끼린 정말 재밌었고 치열했다. 그런 부분들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한다"던 그의 말처럼 영화는 여섯 남자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쉴 새 없이 웃음보를 자극한다.
김승우가 배우 겸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 `잡아야 산다`는 말 그대로 코믹 추격극. 여기에 액션이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 시켰다. 극중 `쌍칼` 승주 역을 맡은 김승우의 액션 연기 또한 즐거움에 한몫한다. 묵직하면서도 날렵한, 그래서 더욱 통쾌한 그의 액션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어있었다.
"액션신이 원래 없었다. 뛰고, 쫓고, 쫓기는 신만 있었는데 잠깐 다른 작품 촬영을 하고 왔더니 액션신이 추가 돼 있더라"고 운을 뗀 그는 "액션은 안 하겠다고 주변사람들한테 얘기했었는데 감독님의 설득에 넘어갔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이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스피디한 그림들을 넣고 싶다고 그러더라. 본인이 워낙 액션신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재밌었다. 액션신이 잘 나온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갑작스럽게 추가 된 액션연기, 게다가 일반 액션도 아닌 러시아 특공 무술을 익혀야만 했단다. 힘들고 생소한 액션 연기를 소화하기 위해 한 달 남짓 액션스쿨에서 꽤나 애를 썼다고. 그는 "액션스쿨에 지금까지 같이 호흡을 맞췄던 선,후배들이 꽤 있다. 내가 가니까 여기 왜 왔냐고 많이 놀라더라"고 말하며 웃음지었다.
액션신도 액션신이지만 뛰고 또 뛰는 장면이 대부분인 이 영화, 촬영할 때도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는 "유난히 더워서 힘들었다"며 촬영 당시 다리 부상을 입을 정도로 치열했던 현장을 떠올렸다. "다리 부상을 입고, 양복이 찢어질 정도로 촬영에 애를 썼다"던 그는 "그래도 양복입고 등장하니 `킹스맨` 같지 않았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액션신, 뛰는신 촬영처럼 육체적인 고충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울리는 것만큼 힘든 게 바로 웃기는 거다. 이게 정말 박장대소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다"고 털어놓은 그는 자연스럽게 시사회 당시 논란이 됐던 발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승우는 `잡아야 산다`의 시사회 당시 "영화가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않다"는 뉘앙스의 말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사실 앞, 뒤가 다 잘린 채로 그 발언만 노출되면서 논란이 된 게 참 안타깝다. 그렇지만 내 설명이 부족했던 탓이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내가 `기승전결`로 말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제작보고회 당시에 재미는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하고, 일주일 후에 영화를 처음 봤다. 그런데 호언장담했던 것이 조금은 과장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발언이 보시는 분들의 기대치를 너무 높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 주에 영화도 안 보고 얘기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뜻이었다.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할 수도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잡아야 산다`의 주연이자 제작자로 참여한 그이기에 영화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남다르다. 그래서 이번 논란에 더욱 책임을 느낀다고. "이 영화가 흥행하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배우이자 제작자로서 영화에 애정이 크다. 홍보할 때 얘기했던 것처럼 웃을 일 없을 때, 가볍게 보고 웃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이번 영화다. 부족한 부분도 분명 있지만, 코믹극이 없는 지금 보기 좋은 영화인 만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 꽃고딩 4인방, 김정태 그리고 김승우
김승우의 말처럼 가볍게 보기 딱 좋은 영화 `잡아야 산다`. 추격신, 액션신만 볼거리는 아니다. `꽃고딩 4인방`으로 불리는 빅스 한상혁, 문용석, 신강우, 김민규의 연기도 단연 눈을 사로잡는다. 한참 어린 4명의 배우들, 이들과의 촬영은 김승우에게도 특별한 시간이었다. "연기 경력이 거의 없는 아이들과 2, 3개월을 붙어 있으니까 내가 색칠하는대로 변하는 게 보였고, 그 모습이 너무 재밌었다. 촬영이 끝나면 그 친구들이 문자도 보내주고 그러더라"면서 "사실 연기는 누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나도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누굴 가르치겠나. 현장에서 배우들은 선, 후배를 떠나 동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서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다보니,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 신인 배우 6명이 있는데, 1월부터 연기 스터디를 할 생각이다"라고 말하던 그에게서 즐거움이 묻어나왔다.
이어 한상혁과 신강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요즘 아이돌 보면 기본적으로 연기에 대한 트레이닝은 돼서 나오는 것 같다. 우리 때는 현장에서 배우고 심지어 학교에서 배우고 이런 게 다였는데, 이 친구들은 상업적인 연기를 할 준비가 돼서 나온 것 같다"며 "상혁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어떻게 생전 처음 연기하는 애가 저런 연기를 하나. 그런 생각이 딱 들더라"고 말했다. "인성이나 성향이 연기와 맞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이 발전도 빠르다. 상혁이에게서 딱 그런 느낌이 보였다"고 덧붙였다. 또 "강우는 우리 소속사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게 이런 건가. 나이답지 않은 진지함이 있고, 연기는 아직 부족하지만 자세가 돼 있는 친구다"라고 설명했다.
꽃고딩 4인방의 철없는 우정이 영화의 절반을 주름잡는다면, 김승우, 김정태의 절묘한 콤비가 그 나머지를 책임진다. 평소에도 절친으로 알려진 두 사람이 작품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 김승우는 김정태를 `애드리브의 달인`으로 표현했다.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 정도였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을 자꾸 하니까. 그런데 편집을 하면 절묘하게 영화에 녹아있더라. 김정태는 내가 같이 해본 친구 중에 애드리브 만큼은 최고다. 정말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일에 대한 열정, 딱 김승우 만큼만
김정태를 애드리브의 달인이라며 추켜세웠지만, 김승우 또한 예능감으로는 뒤지지 않는다. 예능 `1박 2일`에서 소탈한 매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그에게는 타고난 입담이 있다. 스크린 컴백에 이은 예능 컴백 계획은 없는 걸까. 그는 "버라이어티 보다 `승승장구` 같은 토크쇼를 다시 진행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승승장구`를 3년 동안 진행했다. 이거 굉장한 거라고 생각한다. `승승장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낫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나도 배운 게 많았다"던 그는 "지금도 토크쇼 제의가 들어온다. 그렇지만 거절하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조금 더 시야가 넓어지면 그 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김승우는 호탕한 모습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러면서도 때때로 진지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만큼은 더욱 그랬다. 꾸준히 스크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제품과 작품의 차이라고 보고 싶다. 드라마는 너무 급하게 찍는 감이 있다. 그래서 작품에 참여한다는 느낌이 덜한데, 영화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배우들이 쪽대본 받기 싫다고 한 게 20년 전인데 안 바뀐다. 앞으로도 안 바뀔 것 같고. 그래서 드라마 찍는 사람들이 한편으론 대단하다. 방송 당일까지 찍으면서도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놓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 연출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10년 넘게 단편 시나리오를 써왔다. 편수도 꽤 되고. 배우는 나이가 들 수록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가 좁아진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무리하게 배역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그런 영화에 내가 제작, 연출로 참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자신 만의 철학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김승우. 꽤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도 그는 지친 기색 없이 에너지가 넘쳤다. 그러면서도 가벼운 질문도 놓치지 않고, 답변 하나 하나에 진심을 담는 모습이었다. `사람 참 좋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 이게 바로 배우 김승우가 롱런하는 이유가 아닐까. 스크린, 예능, 드라마 그리고 이제는 제작자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김승우의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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