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길 기자의 세종특별 늬우스]무색무취 유일호 부총리, 큰 정치 경력관리는 ‘구조개혁·기재부 정책성과’

입력 2016-01-13 15:56   수정 2016-01-14 01:22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장관’이란?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한 ‘경력관리 자리’.

최소한 작년 말까지 유 부총리는 이런 생각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취임 8개월만에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를 박차고 나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국토부 장관 취임 때 많은 언론에서 총선 출마를 위해 10개월도 못 채우고 그만 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래서 ‘장관이 무슨 경력관리 자리냐’ 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유 부총리는 세간의 예측이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작년 11월 장관직을 과감히? 버리고 총선출마 준비에 나섰다.

유 부총리가 경제학 박사이기는 하지만 국토부 관료나 건설부동산 또는 교통 전문가 출신이 아니어서 8개월 장관직 수행은 사실 너무했다는 여론이 많다.

‘제대로 정책 이슈들을 파악이나 하고 갔나’하는 비판까지 나온다.

그런데 8개월짜리 장관이라는 불명예를 감수하고 나간 유일호 전 국토부 장관이 서울 송파구 지역 총선 출마의 꿈을 접고, 갑자기 경제부총리로 내정되어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뒤 1월 13일 정부의 3기 경제팀 수장으로 정식 취임했다.

최경환 전 부총리를 이어 새 경제수장으로 거론되던 다른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급부상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낙점을 받은 것이다.

사실 얼마전 유일호 경제부총리 내정 소식을 접한 많은 국토부 출입기자들은 “국토부 장관 시절 주도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기 보다는 앞서 서승환 장관 때 추진하던 것을 관리만하고 조용히 계시던 분이라 부총리로서는 부적절하다”고 일갈했다.

대과없는 안정적 관리에만 주로 관심을 가졌다는 게 그를 지켜본 다수 기자들의 견해다.

국토부 A국장도 “유일호 장관은 정책업무에 열정적이지 않았고 직원들과의 스킨십도 많이 부족한 편이어서 오히려 이번에 새로 오신 강호인 장관의 적극적 행보가 빛이 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일호 장관은 앞서 서승환, 지금의 강호인 장관까지 최근 국토부에 온 외부 출신 장관 3인방 중 국토부내에서 가장 좋지 않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처럼 유일호 부총리가 직전에 몸담았던 부처에서 조차 경제부총리 낙점 소식을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이니, 시중에서 의외의 결과로 해석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연말 한국 정치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이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탄생시켰다.

대내외 경제위기가 확대되는 가운데 ‘진박’ 논란으로 소용돌이 친 정치권, 여기에 국회에 발목 잡혀 통과되지 않는 각 종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법안들.

따라서 새 경제부총리는 청와대와 소통이 되면서 국회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경제를 잘 알고 최경환 경제팀의 과제를 이어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 조건에 유일호 의원이 모두 부합했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해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안다. 유 의원은 최경환 부총리 시절 국토교통부 장관을 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도 잘 안다.

그리고 국토부 장관으로 정책의 중요한 한 축인 부동산과 교통에 대한 학습도 많이 한 셈이 됐다. 또한 국회의원 재선 경력으로 여야 정치인들과 소통이 가능하다. 여기에 경제학 박사와 교수, 연구원장 스펙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염두에 두는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경력들이다.

그리고 유 의원이 계획한 송파구 출마는 사실 다른 친박계 인사 또는 새누리당 누가 해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역구 양보가 정권 차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래서 유 의원이 경제부총리로 낙점됐다.



아이러니 하게도 유 의원은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 국토부 장관자리를 경력관리로 활용했지만 서울 지역 3선 의원 보다는 결과적으로 경제부총리가 되기 위한 경력관리가 된 셈이 됐다.

하지만 국토부 장관 경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번에 다른 부총리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밀렸을지도 모른다.

국토부 장관 경력은 이렇게 다른 방향과 의미로 유 의원에게 도움이 됐다.

13일 박근혜 정부의 3기 경제팀 수장으로 취임한 유일호 부총리는 정부나 정치권내에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격이 모나지 않고 유하며 무리한 일을 벌이지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박계 내에서 부총리 내정이 비교적 수월했고,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러나 이런 특성이 결국 무색무취한 사람. 개성이나 자기 색깔이 없는 사람 그래서 최경환 경제팀 정책을 따라하기만 할 것 같은 사람 등등....
이런 말들을 낳고 있다.

유일호 3기 경제팀은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기 둔화, 미국 추가 금리인상, 저유가상황 지속, 여기에 북핵 위협까지,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급증, 전월세난, 소비둔화, 청년실업, 저출산 고령화 등의 난제 속에 4대 구조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완수해야한다.

어느 하나 쉬운 문제가 없다.

국토부 장관 때와 같이 관리형, 수비형, 심하게 말해 ‘경력관리형’ 장관직 수행으로는 곤란하다.

뭔가 개혁을 하려면 움직여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개혁했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정부내 경제정책 수장으로서 전방위 공격형 리더가 되어야 한다.

쌓여있는 과제는 풀고 새로운 도전 의제들도 설정해 제시하는 적극성을 보여야한다.

정교한 위기관리 속에 가시적인 정책성과를 보여주며 경력관리를 해야 한다.

또한 정치권을 설득하되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초연함도 유지해야 한다.



총선이 눈앞에 있다. 각종 정치적 유혹이 정책성과를 흐릴 수 있다.

나라를 위해 단기적 포퓰리즘을 멀리하고 중장기 정책수립과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유일호 부총리가 의원 시절 당초 생각했던 큰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유일호 부총리는 13일 오후 기재부 직원들이 모두 모인 취임식에서 구조개혁과 규제혁파, 내수 및 산업혁신 등을 강조하며 본인부터 현장에 뛰어들겠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구조개혁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천마디 말보다 행동입니다” “개혁에 제가 가장 앞에 서겠습니다” 이렇게 역설했다.

현장에서 들은 취임식 연설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고, 취임 첫 일성만을 보면 기대할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문제는 옳바른 방향, 적절한 전략, 그리고 그의 말대로 `천마디 말보다 행동` 즉 적극적 실천 여부다.


성공적인 경제부총리직 수행으로 부디 큰 정치인이 되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유은길 기자의 세종특별 늬우스] 정부세종청사와 세종시 취재를 담당하는 유은길 기자가 정부 정책 뒷얘기와 에피소드 그리고 세종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련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아주 특별한 세종특별시 이야기’ 연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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