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대(對) 이란 경제·금융 제재가 17일 해제됨에 따라 국내 산업계에서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란산 원유 수출이 증가하고 플랜트 등 대규모 수주 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서 정유·건설업계가 특히 반색하고 있다.
◆ 해외건설 `중점국가` 이란…"재진출 기회 될 것"
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건설업계는 플랜트 등 대규모 수주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이란은 가스·석유자원 부국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가스와 정유 플랜트 발주가 활발했지만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이후 발주가 중단됐다.
우리나라가 2010년 대(對)이란 경제제재에 동참하기 전까지 이란은 해외건설 수주액으로 전체 나라 중 6위, 중동 국가 중 5위를 차지하는 `중점국가`였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등은 사우스파 가스전 공사를 비롯해 역대 이란에서만 총 12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그러나 경제 제재가 시작된 이후 이란은 해외건설 수주에서 전체 국가 가운데 17위, 중동 국가 중 8위로 떨어졌다.
대형 플랜트 공사 수주로는 2009년 GS건설이 따낸 사우스파 가스개발사업 6~8단계 탈황·유황 회수설비 공사(13억9천만 달러)가 마지막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핵협상 타결로 경제제재가 풀리면 가스·정유 플랜트 공사가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은 앞으로 1,300억~1,450억 달러를 투자해 원유 시설 등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정비에 필요한 도로·철도·항만·댐 등 토목·건축부문의 인프라 시설 공사도 대거 발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은 가스매장량이 세계 1위, 원유매장량이 4위인 나라지만 오랜 경제 제재로 기반시설이 상당히 낙후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우리 건설사는 이란에서 평판이 좋았고 기술력도 높기 때문에 수주 경쟁력이 있다"며 "이번 핵협상 타결이 우리건설사들이 이란 시장에 다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에서 활발한 공사를 해왔던 대림산업·현대건설 등은 이번 경제 제재 해제를 계기로 신규 수주 참가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기로 했다.
대림산업·현대건설·GS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은 그동안 경제 제재 당시에도 이란 테헤란 등에 지사를 철수하지 않고 공사 관리 등에 필요한 인력은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에서 대규모 석유화학·가스 플랜트 공사 경험이 풍부하고 발주처와의 관계도 돈독한 편"이라며 "경제 제재가 풀림에 따라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는 "과거 경제 제재 강화 전 사우스파 지역의 탈황설비 공사와 관련해 투자의향서(LOI)까지 받아놓고도 경제 제재로 수주를 포기한 일이 있다"며 "이란이 최근 침체된 중동 수주 시장에 돌파구가 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란 건설 수주 지원을 위해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당시 유일호 장관과 민관합동 수주개척단이 이란을방문해 국내 건설사의 수주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이란은 이탈리아, 영국, 독일, 중국 등 경쟁국가들이 이란에 진출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국내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며 "특히 이란에 당장 자금이 없기 때문에 금융(파이낸싱)을 동반한 투자형 진출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저유가로 중동의 대규모 플랜트 신규 발주가 중단된 가운데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로 원유 생산이 증가할 경우 유가가 추가 하락해 전반적인 중동 건설수주 시장이 더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 `매장량 4위` 원유 수출 확대…"공급선 다변화로 호재"
전세계 원유 매장량 4위인 이란에 대한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 전인 2011년 하루 370만 배럴을 생산했던 이란은 현재 28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이미 이란은 제재가 해제되는 즉시 하루 50만배럴, 이후 짧은 시일 안에 50만 배럴을 더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이란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가격 할인폭을 키울 가능성도 있어 가격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이후 컨덴세이트 주요 수출국인 카타르가 공급 가격을 인상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업체에 따라 이란산 원유 도입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을 제외한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제재 전 전체 원유 수입량의 최대 15%를 이란산으로 채웠던 두 회사는 제재 이후 그 비중을 매년 줄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란 제재가 해제될 것으로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전부터 상황을 주시해왔던 것으로 안다"며 "공급선이 다변화한다는 점에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일 유가 하락이 거듭하는 상황에서 추가 낙폭은 일시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체들은 2014년 이미 유가 하락의 충격을 겪었던 만큼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고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이란산 석유가 시장에 나오면 단기적으로 가격 하락 압박이 있겠지만 이란의 물량 자체가 사우디아라비아나 미국 생산량을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어서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저유가 상황은 비단 이란만의 요인이 아니라 작년부터 이어지고있다"고 말했다.
◆ "바다·하늘길도 열린다"…항공·해운업계 기대
한국과 이란 양국 간 교역이 충분히 활성화되면 항공 직항노선도 개설될 수 있다.
양국은 1998년 항공협정을 체결해 주 4회 비행기를 띄울 수 있도록 설정된 운수권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란 제재 이전에는 이란항공이 정기노선을 운항했었다.
현재 운수권이 항공사에 배분돼 있지는 않지만 항공사가 취항을 원한다면 올해 초 정기배분 시 국토교통부에 신청할 수 있고, 그전에라도 부정기 운항은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여객기를 띄울 만큼 수요가 확보되는지 검토할 것"이란 입장이다.
국적 항공사보다 중동계 항공사가 발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해운업계 역시 이란제재 해제로 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장기간 불황을 겪는 글로벌 대형선사들은 아시아에서 중동으로 가는 물동량에서 이란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많았던 만큼 이란제재 해소가 긍정적 신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은 이란 노선을 2012년 제재 이후 폐지했다가 작년 6월 말부터 이란 반다라바스항 기항을 다시 시작했다.
이동기 무역협회 정책협력실장은 "기업들은 대이란 해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동향을 세밀하게 주시하면서 이란 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를해나가야 한다"며 "대이란 무역거래가 본격화하려면 대이란 달러화 결제·송금이 허용돼야 하며 기업들은 거래 상대방, 항만 이용자 등 제재 대상의 해제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이란은 제재 전 중동에서 주요 교역 대상국 중 하나였고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기 때문에 우리제품 수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정부가 경제제재로 낙후돼 있던 인프라 개발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건설, 플랜트 분야의 진출이기대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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