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이셔널` 손흥민은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델리 알리, 에릭 라멜라 등 유능한 경쟁자들이 토트넘의 리그 순위표를 4위로 든든히 유지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FA컵,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일정은 손흥민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기회다. 지난 11일 화이트 하트 레인(런던)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이번 재경기 일정이 잡힌 것이 손흥민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된 셈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FC가 한국 시각으로 21일 오전 4시 45분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2016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 3라운드(64강) 레스터 시티와의 재경기에서 손흥민의 1골 1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2-0으로 완승을 거두고 32강에 진출했다.
손흥민은 39분에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렸다. 좀처럼 보기 드문 오른발 무회전 중거리슛이었다. 동료 미드필더 톰 캐롤이 왼발로 밀어준 공을 잡아놓고 손흥민은 레스터 시티 수비수 벤자민 칠웰을 따돌리며 회심의 오른발 슛을 날렸다. 이 공은 회전 없이 날아가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이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소용없었다.
후반전에 라멜라 대신 골잡이 해리 케인이 들어오면서 손흥민의 원톱 부담은 당연히 줄어들었다. 패스의 시야가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결단이 완승의 밑거름이 된 셈이었다.
66분, 손흥민의 패스 감각이 빛났다. 해리 케인이 밀어준 공을 잡아 공간을 노린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 둘 사이로 절묘한 찔러주기를 선택했다. 패스 타이밍도 속도 조절도 완벽한 도움이었다. 이 공을 받은 나세르 샤들리가 왼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홈팀 레스터 시티의 라니에리 감독은 이번 시즌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골잡이 제이미 바디를 교체 멤버로 들여보냈지만 끝내 토트넘 홋스퍼의 골문을 열지는 못했다. 후반전 초반에 그레이가 오른발로 감아찬 슛을 토트넘 골키퍼 미하헬 포름이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쳐낸 순간이 가장 아쉽게 느껴졌다.
이로써 토트넘은 4라운드(32강)에서 잉글리시 리그 원(3부리그)에 속해 있는 콜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를 펼치게 되었다.
그보다 앞서 토트넘은 24일 오전 0시에 셀허스트 파크로 들어가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사진 = 토트넘 홋스퍼 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