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말 케이블방송 XTM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 이후로 JTBC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로, tvN `내 방의 품격` 등 인테리어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생겨나며 `집방`이 `먹방`, `쿡방`을 제치고 새로운 예능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아직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쿡방`을 따라잡진 못했지만 `집방`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소유`의 개념이었던 집이 `생활`의 개념으로 바뀌면서 셀프 인테리어 열풍이 일어났다. 부동산 매매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며 `내 집` 갖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진 상황에서 `집 사면 꾸미자`는 말은 의미가 없어졌다. 자가 거주자뿐 아니라 전 월세 거주자도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게 낯설지 않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특히 요즘 세대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민 집을 SNS 등에 거리낌 없이 올리며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온라인 집들이`라는 말까지 생기며 `집 꾸미기`가 여가생활 중 하나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삶은 고단해지고 지갑은 가벼워진 상황에서 밖에서 돈을 쓰는 것보다 집에서 여가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며 집을 꾸미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저렴한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며 부담 없이 셀프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도 셀프 인테리어 열풍에 한몫했다.
`쿡방`, `먹방`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것도 이러한 사회적 흐름이 방송에 반영된 것이고, `집방`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집방`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지난 12일 시즌 1을 마감한 XTM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는 가족에게 집을 내어주고 자신의 공간은 없는 이 시대 남편들의 로망을 담았다. 의뢰인의 집을 찾아가 방이나 거실 공간을 낚시터, 만화방, 당구장, 사우나, 게임방 등 평소 의뢰인이 꿈꾼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JTBC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는 연예인의 실제 방을 스튜디오에 재현, 이를 두 팀이 방 주인에 맞춤하게 새 단장한 뒤 주인의 선택으로 승자를 가리는 게임 형식이다. 뒤이어 시작한 tvN `내 방의 품격`은 연예인들과 함께 `방스타`로 불리는 일반인이 스튜디오에 출연, 직접 꾸민 자신의 방을 소개하고 구체적인 팁을 제공한다.
이처럼 `집방`은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을 얻고 있다. 하지만 최소비용이 그다지 낮지 않다는 점과 아직 인테리어를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시청자에게 `쿡방`, `먹방`처럼 생활밀착형 예능으로 다가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