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최강 인공지능 컴퓨터와 세기의 바둑대결

입력 2016-01-28 07:45   수정 2016-01-28 14:46




이세돌(33) 9단이 컴퓨터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 바둑계에 군림했던 이세돌 9단은 최근 중국 신성 커제 9단,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 등 최강자 자리를 노리는 후배들과 맞서는 상황.

이번에는 `알파고`(AlphaGo)라는 바둑 인공지능 컴퓨터가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승자는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가져간다.

이세돌 9단에게는 부와 명예가 모두 걸린 대국이다.

알파고가 이기면 상금은 자선단체 기부금으로 쓰인다.

알파고는 영국의 인공지능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2011년 창립한 이 회사는 2014년 구글에 인수됐다.

알파고는 유럽 바둑 챔피언에 올랐던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와의 5번기에서 5승 무패로 승리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치수(置數·바둑을 둘 때 실력이 약한 쪽이 미리 접히고 두는 돌의 개수. 일종의 핸디캡) 없이 인간 프로기사와 정식으로 대국해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파고의 성과는 인공지능 연구의 중대한 발전으로 인정돼 28일(한국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 인간 최강과 컴퓨터 최강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다음 상대는 지난 10여 년간 세계 최고의 기사로 인정받는 이세돌 9단"이라며 3월 서울에서 대국이 열린다고 예고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세부 일정을 2월 말 확정한다고 밝혔다.

이세돌 9단이 3월 2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왕전에 출격하기 때문에 그 이후로 조정될 전망이다.

이세돌 9단은 네이처지에 "인간 프로기사에게 대등하게 도전하는 컴퓨터와 대국하게 돼 영광"이라며 "결과에 관계없이 바둑 역사에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계 바둑계에서 `이세돌의 시대`를 풍미하는 기사답게 자신감도 넘쳤다.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이 놀라울 정도로 강하며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최소한 이번 대국에서는 이길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이세돌 9단은 2003년 LG배에서 당시 최강자 이창호 9단을 꺾고 정상에 오르면서 `쎈돌` 시대를 열었다.

이세돌 9단은 2014년 중국의 구리 9단과의 `세기의 10번기`에서 6승2패로 압승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말 몽백합배 결승에서는 중국의 신성 커제 9단에게 접전 끝에 충격 패를 당했지만, 이달 중순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을 제압하고 명인전에서 우승하며 건재를 알렸다.

◆ 알파고, 얼마나 센가

이런 이세돌 9단에게 감히 도전하는 알파고의 실력에 관심이 쏠린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이세돌 9단은 강력한 인공지능 컴퓨터와 대국한 적이 없어서, 이번에는 컴퓨터가 한 두 경기를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가 이세돌 9단과의 모든 대국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 딥마인드에 따르면, 알파고는 다른 바둑 컴퓨터 프로그램과의 대국에서 승률 99.8%을 기록했다.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던 기존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넘어섰고, 이미 프로기사인 판후이도 이겼다.

그러나 판후이는 유럽 바둑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더라도 한국의 프로기사와 맞서기에는 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파고와 판후이의 5번기 기보를 살펴본 프로기사 박승철 7단은 "알파고는 기존 최고 바둑 프로그램인 `젠`과 비교해 훨씬 앞서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프로에는 못 미치고 굉장히 잘 두는 아마추어 고수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7단은 "인터넷 바둑으로 치면 7∼8단에 해당할 것 같다. 프로기사와 맞바둑을 둘 수준은 아니고 2∼3점 접바둑을 둬야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하진 국제바둑연맹 사무국장은 "알파고는 판후이보다는 확실히 강하지만, 얼마나 더 센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며 "그러나 유럽의 정상을 이겼으니 프로의 실력에 가까이 다가간 수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무국장은 기존 바둑 프로그램은 프로기사와 대국할 때 4점 정도를 먼저 둔다면서 알파고가 기존 바둑 프로그램을 앞서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 `사람같이 둔다` 성장 기대되는 알파고

컴퓨터인 알파고도 특유의 기풍이 있을까.

이 사무국장은 "기보를 보고 컴퓨터가 둔 바둑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다. 사람이 둔 바둑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라며 "컴퓨터는 계산해서 바둑돌을 놓기 때문에 잘못된 계산 값이 나오면 이상한 곳에다 둔다. 컴퓨터는 사람이라면 안 할 실수를 간혹 하는데 알파고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박 7단은 "알파고는 굉장히 침착한 바둑을 둔다"며 "기존 바둑 프로그램이 국소전투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멀리 내다보고 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했다.

두 사람 모두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다면 정말 굉장한 실력임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알파고는 전문가와의 대국, 자체 프로그램 대국으로 실력을 계속 쌓아가는 중이다.

바둑 인공지능의 발전 자체만으로도 바둑계에는 기쁜 일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이 사무국장은 "고도의 사고력을 요하는 바둑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발전하는 것이 신기하고 기대된다"며 "장단점이 있겠지만, 바둑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널리 보급하는 등 얻는 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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