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헤지펀드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를 환투기 세력의 배후로 지목하고 "위안화 하락에 베팅한 것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 환투기 세력의 목표물이 됐음을 공식 인정함과 동시에 시장 방어를 위한 전면전을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 인민일보 "미국 달러 강세 오래 못 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6일자 해외판 1면에 `중국과 통화전쟁을 벌인다고? 하하`라는 냉소적인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인민일보는 "지난해 은퇴를 선언한 소로스가 올해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나는 이미 아시아 통화가치 하락에 베팅했다`는 발언으로 중국에 전쟁을 선포했다"며 "하지만 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위안화 흔들기가 실패할 것이라는 근거로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미국의 두 배 수준이며, 수출이 1.8% 감소했지만 전 세계 교역량이 10% 감소한 것에 비춰 보면 선방했다는 점을 들었다.
사설은 "중국은 여전히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고 규모도 커지는 반면, 미국은 (금융만 번창하고 다른 산업은 부진한) `네덜란드병`에 걸렸다"며 "달러화가 위안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관영 신화통신도 지난 23일 소로스를 겨냥해 "중국 경제가 실패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의 무모한 투기와 사악한 공매도는 더 큰 비용만 치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로스는 지난 21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하고 "중국이 올해 글로벌 약세장의 근본 원인"이라며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소로스가 중국에 투자된 자본의 유출을 가속화시키는 방아쇠를 당겼다고 분석했다.
◆ 위안화 방어 가능할까
소로스는 1992년 자신이 세운 퀀텀펀드를 통해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공매도 공격으로 18억 달러의 차익을 냈다.
당시 영국중앙은행(BOE)은 파운드화를 풀어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막대한 환차손만 입고 유럽환율조절체제(EMS)에서 탈퇴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소로스는 `BOE를 굴복시킨 인물`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1997년에는 태국 바트화 등에 대한 대규모 공매도를 감행해 아시아 전역을 외환위기로 몰고 간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도 소로스가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위안화와 함께 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는 홍콩달러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걸어놓고 의도적으로 아시아 통화 약세와 중국 경제의 경착륙 발언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로스가 위안화에 대한 전쟁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받았다"며 "인민일보 사설은 자본 유출을 막고 위안화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시장과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최근 18개월 동안 외환시장 방어를 위해 약 7천억 달러를 투입하면서 외환보유액도 4조 달러에서 3조3천억 달러로 급감했다.
월가에서는 중국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 자체가 그만큼 위안화 가치 급락에 초조해진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미국 헤지펀드들이 올해 위안화 가치가 20%에서 최대 50%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게 더 이상 소수의 투자자가 아니라고 전했다.
일부 파생상품 트레이더들은 위안화 가치가 현재의 달러당 6.56위안에서 8위안까지 추락할 것으로보는 옵션 상품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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