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의 덫'에 걸린 일본 경제…'마이너스 금리제'로 풀 수 있나?

입력 2016-02-01 06:56   수정 2016-02-0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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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편. `엔고의 덫`에 걸린 일본 경제…`마이너스 금리제`로 풀 수 있나?

올해 첫 일본은행(BOJ) 회의에서 당초 누가도 예상치 못했던 `마이너스 금리제도`를 도입했다. 마이너스 금리제란 시중은행이 자금을 중앙은행에 자금을 재예치할 때 주던 이자보다는 오히려 보관료를 내는 극약처방을 말한다. 이론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시중은행이 어떻게 한든 자금을 민간에 대출해줘 총수요를 늘린다는 목적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를 두고 ‘복합 불황’에 빠졌다고 한다. 수많은 경기침체 요인이 얽히고 설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안전통화 저주(curse under safe haven)`다. 안전통화 저주는 미국 버클리대의 베리 아이켄그린 교수가 처음 주장했던 용어로 경기침체 속에 엔화가 오히려 강세가 돼 가뜩이나 어려운 일본 경제를 더 어렵게 하는 상황을 말한다. 일본처럼 국민의 저축률이 높아 민간자산이 많을 경우 비정상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1990년 이후 일본 경제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디플레이션 국면을 언제 탈피할 것인가 하는 현안이었다. 일본의 실질GDP 성장률은 1980년대 평균 4.7%에서 1990년대 이후 1.2%로 급락한 것은 주로 내수 부진에 기인한 점을 감안하면 디플레이션 우려도 이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지적돼 왔다.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970년대 이후 0.5∼0.8%p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내수기여도는 70년대 3.8%p, 80년대 4.0%p에서 1991∼2008년에는 0.6%p로 급락했다. 이 때문에 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에 89.6%에서 2008년에는 82.5%로 크게 떨어져 `장기간 경기침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낳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명목GDP중 내수 비중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거듭된 정책실수도 침체기간을 연장하는 요인으로 가세됐다. 1990년 이후 무려 25차례가 넘는 경기부양책은 재정여건만 악화시켜 왔다. 일본 국채의 95%를 갖고 있는 일본 국민들이 국가 부도시 겪게 될 `낙인효과(stigma effect)`보다 ‘최종대부자(last resort)’ 역할을 해줘 디폴트에는 몰리지 않았지만 국가 채무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기준금리도 `제로` 수준까지 인하했지만 경기회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각종 미명하에 구조조정 정책을 20년 넘게 외쳐 왔지만 경제구조를 개선하는 데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정책과 국민들의 불신 간 악순환만 키워 왔다. 이 때문에 모든 정책이 무력화돼 죽은 시체와 같은 `좀비 경제(zombie economy)` 국면에 처했다.

일본 경제는 내수부문의 활력을 되찾아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탈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내수부진이 고용과 임금 불안정성 증대, 인구고령화 진전 등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요인들에 주로 기인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여건도 크게 악화돼 1990년대처럼 정부가 민간수요를 적극적으로 대체해 촉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내수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일본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서는 경제여건 이상으로 강세를 보이는 엔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야 가능하다. 하지만 1990년 전후 `대장성 패러다임`과 `미에노 패러다임` 간의 논란이 거세졌다. 전자는 `엔저와 수출`로 상징되나 후자는 `물가안정과 중앙은행 독립성`으로 대변된다.

현 집권당인 자민당은 일본 경제가 1990년 이후 장기간 침체된 것은 당시 일본은행 총재였던 미에노가 고집스럽게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비타협적 통화정책이 가장 큰 요인으로 봤다. 이 때문에 아베가 2012년 12월 자민당 총리로 재집권하자마자 엔저를 통해 성장을 지향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현 일본은행 총재를 영입해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다.

아베노믹스를 추진한지도 2년이 됐다. 당초 의도대로 효과를 거두기보다 국제금융시장 참가자인 각국에게 협조보다 갈등만 조장시키고 있다. 인위적인 자국통화 평가절하를 통한 경기부양은 인접국 혹은 경쟁국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주는 `근린궁핍화 정책(beggar my neighbor policy)`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각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제는 브릭스(BRICS)에 이어 한국 등 인접국들이 가세하고 독일 등 같은 선진국 간에도 갈등이 심화되는 추세다. 독일은 일본이 조만간 엔저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무역보복조치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환율전쟁이 무역분쟁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내부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다.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대책을 강구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한 엔저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내수업체들이다. 일본 국민들도 수입물가 급등으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경제고통이 급증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전체 에너지원에서 수입 에너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의외로 높다.

가장 반겨야 할 수출업체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점도 주목된다. 장기간 지속된 엔고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해 이제는 `기업내 무역(intra firm trade)`이 보편화됐다. 수출결제통화도 한때 80%를 웃돌았던 달러 비중을 40% 내외로 낮춰 놓았기 때문에 엔저가 되더라도 채산성 개선에 도움돼지 않고 오히려 통상환경만 악화된다.

일종의 극약처방인 마이너스 금리제까지 동원한 아베의 엔저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면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바라는 지속 가능한 회복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내수부터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엔저 정책은 내수산업들을 더 어렵게 한다. 이 상황에서 수출마저 안될 경우 일본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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