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 딸, 금사월` -> `섬뜩한 신득예`
`내 딸, 금사월`(이하 금사월)은 시청률이 35%에 육박하며 평일드라마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MBC의 간판 드라마로 떠올랐다. 특별한 내용이 있는 건 아니다. 욕하면서도 보게 만드는 막장 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정통 막장 드라마다. 내용은 주인공 금사월(백진희 분)이 복수와 증오의 감정에 휩싸여 풍비박산 난 한 가정을 다시금 재조립하고 그 속에서 가족애를 발견해 나가는 훈훈한 휴먼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 여기서 금사월은 강만후(손창민 분), 신득예(전인화 분) 등의 쟁쟁한 중견 배우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악으로 버텨내는 캐릭터다. 그러나 금사월 속 금사월은 드라마 타이틀에 어울리는 이름값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강만후, 신득예 등의 캐릭터가 제대로 된 막장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지난 주말 방송에서 신득예는 친딸과 남편의 혼외아들을 결혼시키며 금사월을 복수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섬뜩한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 `양들의 침묵` 시리즈에서 살인마 한니발을 전면에 내세우며 `한니발`이라 타이틀을 지었듯이 금사월 역시 `섬뜩한 신득예` 정도로 바꾸는 게 알맞아 보인다. 그래야 뭔가 목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현재보다는 극단을 향해 치닫는 드라마 분위기를 잘 반영하기도 할테고.
SBS `육룡이 나르샤` -> `2015 용의 눈물`
제목만 들었을 땐 이제 드라마 제목도 막장이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나의 무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육룡이 나르샤`라는 표현은 현대 인터넷 세대의 조악한 언어가 아니라 세종대왕의 그 유명한 용비어천가 1장에 표기된 순우리말이었던 것이다. 태조 이성계의 고조부인 목조부터 태종 이방원 등의 조선건국 당시 왕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육룡을 다르게 정의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 드라마로 인해 인터넷 검색에서 `수혜 아닌 수혜`를 입은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제목을 `2015 용의 눈물`로 바꿔보면 어떨까? `용의 눈물`은 20여 년 전에 KBS에서 방송된 드라마였지만 당시 이방원 역을 맡았던 유동근의 비중이 크게 다루어졌던 걸 떠올리면 드라마에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양산하는 유아인과 그 성격이 닮아 있다. 곧 본격적으로 그려질 왕자의 난이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 될 걸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유아인은 작년 SBS 연기대상에서도 이 드라마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년 전 용의 눈물이 오버랩되는 육룡이 나르샤에는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KBS `무림학교` -> `전투화`
초기의 결연한 의지에 비해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대학교 학점 시청률`이라는 오명을 안으며 벌써부터 조기종영를 예고하고 있다. 1차원적인 제목만 보면 뭔가 학교에서 무예에 능한 학생들의 난투극이 벌어지고 그 사이에서 로맨스가 피어날 것만 같다. 예상은 그대로 적중한다. 작품 소개에서도 `무림캠퍼스에서 벌어지는 20대 청춘들의 액션 로맨스 드라마`로 정의하고 있다. 안될 노릇이다. `SIMPLE IS THE BEST`라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경구 속 가르침은 잘 이어받았지만 단순하기만 할 뿐이다. 제목 안에 응축된 무언가로 하여금 시청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무협 영화 `화산고`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이 바람직한 작명의 예라 하겠다. 바로 옆동네의 `육룡이 나르샤`는 도대체 왜 제목이 저 모양인지 궁금증을 느낀 시청자들을 TV 앞에 앉히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감히 `전투화`라는 제목을 제안해 본다. 여기에는 `전투(액션) 속에서 피어나는 꽃(로맨스)`이라는 나름의 심오한 작명 의도가 담겨 있다. 꽃미남 배우 이현우와 떠오르는 여배우 서예지가 나오는 드라마에 왜 전투화라는 제목이 붙었는지 궁금해서 보지 않고는 못 배길 거다. 여기에 제대 후 미화된 군 시절의 추억을 가진 대한민국 320만 예비군을 TV로 끌어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