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잃어버린 20년' 우리나라는?

입력 2016-02-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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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장기 불황 초입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20여년 전 일본과 우리 경제는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 반면 다른 점은 무엇인지 이주비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닮아 가는가?`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면서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을 떠올리게 됩니다.

일본의 장기 불황은 1980년대 말 대규모의 자산 버블이 단초가 됐습니다. 9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일본 경제는 장기간의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90년대 중반 일본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0%대까지 끌어내려 경기를 살리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경제 주체들이 경기를 좋지 않게 보면서 소비나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장롱에만, 기업 금고에만 쌓아둔 겁니다.

우리 경제도 90년대 당시 일본이 처한 상황과 여러 면에서 비슷합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5%로 내렸고, 정부도 추가 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재정을 조기 집행하는 등 시중에 돈을 풀었지만 소비와 투자 침체라는 지금의 현상은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령화로 인해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일본의 상황과 유사합니다.

가계는 노후를 대비해 저축을 많이 하는데 기업은 생산연령인구와 총인구가 감소로 투자를 꺼리면서 우리 경제는 역동성을 잃고 있습니다. 명목 성장률 추세는 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과 매우 비슷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돈을 벌어 대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 증가세 역시 일본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금융지원으로 좀비기업을 양산했는데, 우리도 조선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금융 지원을 받는 기업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 경제는 일본처럼 급격하게 버블이 붕괴될 가능성이 낮고, 재정여건이 일본의 1990년대 초반보다는 양호합니다. 구조적 재정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일본보다 낮은 30%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수요 부진과 고령화, 중국의 추격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우리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입니다.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저성장이 고착화되기 전에 하루빨리 안정적인 거시정책과 규제개선,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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