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현대상선 '조건부 지원' 합의…1천억원 긴급 투입

입력 2016-02-03 07:02   수정 2016-02-03 14:05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 자구안을 확정했다고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했다.

현정은 회장의 300억원 사재 출연과 현대증권 공개 매각 등 추가 자산 매각, 용선료 인하와 채무 재조정 등이 담겼다.

현대그룹은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3월 말까지 자구안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경우 출자전환 등의 지원을 하겠다며 `조건부 지원` 방침을 정했다.

자산 매각과 용선료 인하 등에 성공하면 도와주겠다는 의미다.

◆오너 사재출연, 현대증권 즉시 매각

현 회장은 보유 중인 그룹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다.

또 현대상선이 보유 중인 현대증권 지분 담보대출과 현대아산 지분 매각으로 총 700여억원을 조달해 현대상선에 1천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제공하기로했다.

지난해 무산된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3사의 공개 매각도 즉시 추진한다.

현대상선은 한영언스트앤영을 금융 3사의 매각 자문사로 선정해 오늘(3일) 매각공고를 내고 이달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는다.

벌크전용선사업부와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등 추가 자산 매각도 진행한다.

벌크전용선사업부는 1천억원대,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은 1천억원대로 시장에서 추산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와 함께 `용선료 할인`에 나서기로 했다.

용선료는 현대상선의 고질적 수익 악화 요인이다.

호황기때 선박을 사용하기로 장기 계약한 탓에 임차료가 현 시세보다 5배가량 비싸다.

현대상선이 부담하는 용선료는 연간 2조원에 이른다.

이를 낮추지 않는 한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채권단이 지원한 돈이 선주들에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연간 용선료를 2조원에서 1조4천억원 수준으로 30% 안팎 낮춰 오라고 현대상선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최근 마크 워커라는 미국인 변호사를 법률 자문관으로 고용해 외국 선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 "3월까지 용선료 할인 등 성과 내야"

현대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은 `조건부 지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채권단이 컨트롤할수 없는 이른바 `비협약 채권`의 조정을 해오면 출자전환 등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채무의 약 25%는 은행이나 제도권 금융사에서 빌린 돈이다.

나머지 75%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등 시장성 차입이다.

전체 차입금(4조7천억원) 중 채권단의채권액은 약 1조2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채권단 지분이 80% 수준은 돼야 자율협약 등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시장성 차입금 비중이 높고 채권단 협약에 포함되기 어려운 외국 금융사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채권단이 지원하더라도 이 돈이 회사채 등 사채권자의 돈을 갚는 데 먼저 쓰일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이 비협약채권의 조정을 먼저 요구하는 이유다.

현대상선은 특히 채권단에 무담보채권 50% 출자전환과 금리 인하를 요청했다.

자산과 부채에 대한 실사 이전이기 때문에 무담보대출의 정확한 금액을 산정할 수 없지만 금융계는 수천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출자전환이나 금리인하, 만기 연장, 신규자금지원 등을 포함한 모든 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고, 각 채권은행에도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며 "실제 지원은 현대상선이 비협약채권자와의 협상을 성사시킨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자구안 확정으로 현대상선은 바빠졌다.

당장 용선료 할인에 나서는 한편 비협약 채권자들과 채무 조정 협상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이 자구안을 달성하면 채권단은 출자전환 등 채무 연장에 나설 예정이다.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이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2013년부터 인수한 1조432억원 규모의 사채 중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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