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Report] '고속성장' 인공지능 산업, 국내는 '걸음마'

입력 2016-02-04 18:29   수정 2016-02-04 18:26

    <앵커>
    세계 IT기업들이 경쟁하듯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2024년이면 412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족한 탓에 국내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문성필 기자입니다.


    <기자>
    유럽 바둑 챔피언인 프로 바둑기사가 대결이 잘 풀리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상대는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입니다.

    알파고는 다섯 번의 대결에서 모두 이겼습니다.

    <인터뷰> 판후이 / 전 바둑 유럽챔피언
    “결국 모든 게임에서 나는 졌습니다.”

    체스에선 슈퍼컴퓨터가 세계 챔피언을 물리친 적이 있지만 바둑은 처음입니다.

    체스보다 복잡해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던 바둑마저 무너지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세계 가전 전시회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인공지능은 화제였습니다.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을 탑재한 로봇이 무대에 올라섭니다.

    관람객에게 이야기를 건내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싱크>
    “와 이곳에 사람들이 정말 많군요.”

    "내 이름은 페퍼입니다. 나는 은행과 유통업, 호텔 등에서 사람들이 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IT 기업들은 인공지능에 주목하며 앞 다퉈 뛰어들고 있습니다.

    세계 인공지능 시장은 2024년이면 412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성낙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IT기업은 자기들 수익구조상 볼륨을 키울 수 있고 마진을 높일 수 있는 사업에서 인공지능을 타겟으로 하고 있고. 특히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데이터나 컴퓨팅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해 `오픈 AI`라는 재단을 설립하고 인공지능 연구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 역시 지난해 미국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약 3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세계 각국의 정부도 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인공지능 산업의 최강국인 미국은 인공지능 분야에 향후 10년 동안 30억 달러를 투자합니다.

    일본 역시 2020년까지 정책적 지원을 통해 1,000억 엔 규모의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인공지능 산업은 현재 어느 수준까지 와 있을까요.

    서울의 한 인공지능 개발회사.

    국내에서 인공지능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거의 유일한 기업입니다.

    최근 한국어를 포함한 언어를 이해하고 학습해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1초에 1,600개의 질문 처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올 여름 인간과 경쟁하는 퀴즈대회도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인공지능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수준입니다.

    국내 인공지능 연구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인 이곳 역시 세계 선두권 IT기업과 비교하면 자본과 인력이 1/30 수준입니다.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대기업들의 투자도 미비합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공지능 벤처기업에 약 236억 원 가량을 투자하는 등 뒤늦게 인공지능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세계적인 수준엔 미치지 못합니다.

    <인터뷰> 이경일 / 솔트룩스 대표이사
    "대규모 정부차원이나 대기업차원에서 빠른 투자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굉장히 에너지를 집중하고 전략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인공지능 부분이 자본집약적이고 장치집약적입니다."


    국가 차원의 뒷받침도 부족합니다.

    정부는 최근에서야 미래부를 중심으로 총 1,070억 원 규모의 민관 합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금액만 놓고 보면 미국의 1/36, 일본의 1/10 수준입니다.

    여기에 아직까지 정보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관련법도 전무한 상황입니다.

    사용 목적이 분명할 경우 자유롭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한 미국 정부와 비교되는 점입니다.

    <인터뷰> 이경일 / 솔트룩스 대표이사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있는 다양한 제도들이 뒷받침을 못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개인정보보호법이라든지요. 의료데이터에 관련된 것도 이것에 기반 해서 인공지능에서 활용할 수 없습니다."


    <스탠딩>
    인공지능은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미래 먹거리 산업입니다.

    세계 IT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 중인 인공지능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경제TV 문성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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