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스' 홍수아 "배신했던 사람들 생각하며 연기했다" [인터뷰]

입력 2016-02-10 15:50   수정 2016-02-11 11:52

사진 출처-웰메이드 쇼 21


배우 홍수아가 주연을 맡은 영화 `멜리스`가 개봉을 하루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리플리 증후군`을 겪고 있던 한 여자의 잔혹한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거여동 여고 동창 살인사건`은 친구의 행복한 가정에 질투심을 느낀 한 여인이 동창생은 물론 친구의 어린 자녀까지 끔찍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영화는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삶을 살아가던 `가인(홍수아 분)`이 우연히 친구 `은정(임성언 분)`을 만나면서 겪는 심리적인 감정의 변화를 담았다.

`멜리스`를 통해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는 배우 홍수아와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스릴러 공포물은 밤 촬영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매일 새벽 4시에 끝나는 촬영 때문에 밤낮이 바뀌어 힘들다고 했지만, 행복한 모습이었다.

"(멜리스 촬영이) 재밌었다. 제대로 된 악역을 하는 건 처음인데 스트레스가 풀리더라. 직업상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표출할 수가 없는데, 악역을 하면서 화를 내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면서 스트레스를 푼 것 같다. 가인이라는 인물은 매력적이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 속 홍수아는 누가 봐도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긴 흑발,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 어두운 색상의 옷. 임성언과는 상반된 스타일로 악인의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감독님께서 가인이라는 인물이 무섭게 보이길 원했다. 두 친구가 다른 성향의 캐릭터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다크한 컬러의 옷을 입었다. 은정은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풍기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영화 속 제 모습을 보고 나도 무서웠다. 나한테도 이런 표정이 있다는 점에 스스로 놀랐다."

`멜리스`는 김용운 감독의 입봉작이다. 김 감독은 가인을 완벽하게 연기해줄 배우가 필요했다. 털털한 여배우와 섬세한 감독이 만나 완벽한 시너지를 냈다.

"김용운 감독님이 저를 선택해주셨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여러 감독님과 촬영했지만, 김 감독님처럼 자상한 분은 처음 봤다. 또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점에서 끌렸고, 리플리 증후군에 대해 다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원래 이미지가 굉장히 밝은 편인데 180도 다른 이미지로 관객에게 다가가면 `홍수아는 정말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구나`라고 인정해 주실 거 같았다. 감독님과는 기회가 되면 또 작품 하기로 했다."

`멜리스`에서 다룬 리플리 증후군은 우리 사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많은데 이룰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착란이다. 사실 조금만 눈여겨보면 이런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홍수아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영화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맺을 만큼 심각한 경우는 없었지만, 주위에 리플리 증후군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사실 리플리 증후군 이라는 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 작은 거짓말이 큰 거짓말이 되지 않나.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야기하니까. 그게 나일 수도 있고 내 주변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사진출처-웰메이드 쇼 21

연기 활동을 하면서 시기와 질투는 늘 따라다녔다. 친했던 사람이 웃는 얼굴로 대하다가도 뒤돌아서면 험담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홍수아는 몇 번의 배신을 겪고 나니까 가장 무서운 게 사람인 것 같다고 한다.

"리플리 증후군은 거창한 게 아니고 이런 사소한 질투와 시기심으로 없는 말을 꾸며내고 험담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그런 쪽에서 더 많이 노출되는 것 같다. 상처를 많이 받았다."

영화에서 가인은 은정의 남편, 아이의 옷과 음식을 챙겨주고 살림을 도와주는 친절한 사람이다. 하지만 결국 은정의 화목한 가정을 무너뜨린다. 사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집에 와서 일을 도와준다는 게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가인 역할을 한 홍수아는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바쁠 때 친구가 나를 대신해서 아이도 돌봐주고 남편 식사도 차려주면 좋을 것 같다. 믿는 친구니까. 고마워할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남편까지 돌봐주는 건 좀 별로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친구가 도와준다고 하면 고맙게 받아들일 것 같다."

영화 내내 어두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홍수아가 단 한 번 아이처럼 웃는 장면이 있다. 친구 은정의 아이와 놀이터에서 해맑게 노는 모습에서다.

"감독님이 그걸 의도했다. 가인도 인간이고 사람인지라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해맑고 순수한 사람이라는 것. 가인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었지만, 그 부분을 표현할 때 민감했다. 가인은 범죄자이기 때문에 관객에게 이런 부분을 이해시키면 안 됐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도록 나쁜 사람으로 그렸다."

가인은 악의로 가득한 인물이다. 실제 홍수아의 성격과 180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연구하며 가인에게 완벽히 몰입했다.

"인터넷으로 리플리 증후군에 대해서 많이 찾아봤고, 나를 배신했던 사람을 떠올리면서 연기했다. 앞에서는 단짝처럼 걱정해주고 비밀 얘기도 했던 사람이 뒤에서는 저를 욕하고 다녔다는 게 정말 상처였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느낀 게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지만, 결국 세상은 혼자 사는 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쨌든 혼자라고 생각한다. 사람한테 상처를 많이 받아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런 경험이 가인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홍수아의 연기 욕심은 대단했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만류하던 중국 진출도 감행했고, 결국 대륙 여신이라 불리는 쾌거를 이뤘다. 중국 진출 이후 작품 제의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이 제2의 연기 인생이 펼쳐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일할 수 있다는 거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낀다. 이왕 시작한 거 내 꿈을 펼쳐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중국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행운이다. 중국에도 배우 친구들이 많은데 대륙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큰만큼 배우도 넘쳐나서 주연을 맡기가 정말 힘들다. 한국 사람인데도 중국에서 주인공으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현재 홍수아는 중국에서 `첫사랑` 이미지를 대변하며 중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홍수아에게 중국은 선물과도 같다. 한국에서 하지 못했던 역할을 중국에서는 마음껏 하고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 `상속자들`의 중국판 `억만계승인`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았는데 올해 방송된다. 중국 활동 하기 전까지 정말 작품이 안 들어왔다. 들어와도 내 성에 안 찼다. 내가 담고 싶은 건 많은데 나한테 주어지는 건 너무 작았다. 여기에 한계를 느껴 중국에 진출했다. 내가 스타가 돼서 간 것도 아닌데 중국에서는 선입견 없이 나를 선택했다. 중국이 날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털털한 이미지로, 중국에서는 첫사랑 이미지로 양국에서 비치는 이미지가 다르듯 팬들의 반응도 다르다. 현재 홍수아는 중국에서 여신으로 통한다. 이런 이미지가 그녀에게도 아직은 낯선듯하다.

"한국 팬은 `언니 좋아요` `예뻐요` 라고 말해준다면 중국 팬들은 `나의 여신님` `공주님` 같은 표현을 잘 쓴다. 내가 이런 얘기를 들을 줄은 정말 몰랐다. 사실 한국에서는 팬보다 안티가 많으니까. 그래서 댓글을 잘 안 본다. 나를 다 좋아해 줄 수 없다는 걸 안다. 나도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있으니까."

개념 시구로 `홍드로`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홍수아는 언제부턴가 악플에 시달렸다. 한국 내 활동이 줄어든 탓도 있고, 많이 변한 이미지가 그 이유일 수도 있다. 예전처럼 예능에 출연해 솔직담백한 모습을 보여주면 좀 낫지 않을까.

"택시에 출연한 이후로 팬이 많이 생겼고, `영웅호걸` 때도 그 모습을 좋아해 주는 팬이 많았다. 근데 중국 드라마 감독이나 영화감독이 예능에서 보이는 내 모습을 안 좋아하더라. 다소 코믹하고 가벼워 보이는 캐릭터가 극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뜻인데, 그 부분은 이해한다. 하지만 일과는 별개로 중국 관계자들이 제 성격을 굉장히 좋아한다. 중국은 여자가 별로 없어서 공주들이 많다. 근데 나는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니까 좋아해 주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씨 같은 이미지를 좋아한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홍수아. 긍정적인 평을 얻고 있는 중국활동이 한국에서 폭넓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연기가 정말 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다양한 작품이 차곡차곡 쌓이길 기대한다.

홍수아의 소름 끼치는 연기 변신이 기대되는 영화 `멜리스`는 11일 개봉한다.

(사진=웰메이드쇼2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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