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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믿고 있는 사실이 진짜 진실인가? 사회 전반에 깔린 평범한 인식에 화두를 던지고 `진실`에 근접하게 하는 것이 문화 콘텐츠의 힘이다. 특히나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좀 더 적극적으로 진실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실제 인물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관객의 흥미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극적 재미뿐만 아니라 다시 한 번 사건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사회적인 관심을 끌어낸다. 실제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방송 덕분에 몰랐던 사실이 알려지거나 재수사가 이루어지는 등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 사례도 있다.
`살인의 추억`과 `아이들`은 공소시효 제도의 합당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도가니`는상영 후 사회적 분노에 힘입어 `도가니법`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놈목소리`, `소원`, 카트`, `극비수사`, `소수의견` 등이 실화를 모티브로 해 잊힐 뻔한 사건의 진실을 다시금 환기했다. 실화여서 더 안타까운 실화 바탕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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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스 (2016)
`멜리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리플리 증후군`을 겪고 있던 한 여자의 잔혹한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일명 `거여동 여고 동창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인 `거여동 여고 동창 살인사건`은 친구의 행복한 가정에 질투심을 느낀 한 여인이 동창생은 물론 세 살, 한 살 된 친구의 어린 자녀까지 끔찍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고교 시절 단짝이었던 이 모 씨와 박 모 씨는 인터넷 동창 모임에서 다시 만나 친해졌고, 이후 일주일에 2~3차례 박 씨 집을 찾았다. 이 씨는 경찰에서 "내가 보는 앞에서는 잘해주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내가 결혼하지 못했다고 무시하는 것 같았고 친구 시댁에서도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초범에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는 점을 들어 사형은 피하고 무기징역을 받았다.
김용운 감독은 "실화를 모티브로 하더라도 상업적으로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사건을 상업적으로 푼다면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실제 이 사건과 관계되어 있는 사람에게 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철저히 감정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이 사건이 객관적이고 진실하게 보이도록 연출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영화 제목이 영어인 점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국 영화처럼 보이기 싫었고 제목을 영어로 지었다"고 전했다.
공포, 스릴러/ 2016.02.11./ 96분/ 한국/ 15세 관람가
◆한공주 (2013)
영화 `한공주`는 2004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지난 2003년 울산 모 여중의 A양(당시 14세)은 인터넷 채팅으로 비행청소년 집단 소속 `밀양연합`의 멤버인 박 군을 알게 됐다. 이후 박 군은 `밀양연합` 친구들과 1년간 A 양을 집단 강간했다.
가해자들은 기구를 동원한 성고문과 폭행 등 잔인한 행위도 서슴지 않았으며, 범행 도중 동영상을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범행은 A양에서 멈추지 않고 A양의 동생과 사촌에까지 미쳤다.
사건은 가해자 중 몇 명이 SNS에 이 사실을 장난삼아 올리며 급속도로 퍼졌다. 이후 수사가 시작됐지만,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들은 경찰로부터 폭언을 듣고 가해자 부모로부터 협박을 당하는 등 2차 가해에 노출됐다.
가해자 중에는 각 학교의 상위권 학생, 전교 회장 등도 포함돼 있었고 그 부모 중에는 시·도의원, 고위 공무원 등도 있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가해자 44명 중 단 한 명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게 됐고 현재 가해자들은 대학을 다니거나 평범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44명 중 단 10명만 기소했다. 하지만 탄원서 덕분에 피해 여학생을 성폭행한 가해자들은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반면 A양을 비롯한 사건의 피해자들은 끔찍했던 당시 상황과 가해자들의 협박 속에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입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으며 계속된 자살시도로 큰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전해졌다.
영화는 피해자가 오히려 도망가야 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아저씨 근데요, 제가 사과를 받는 건데, 제가 왜 도망가야 해요?"라는 대사에서이 영화의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드라마/ 2014.04.17./ 112분/ 한국/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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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2013)
`집으로 가는 길`은 가난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만, 가족의 행복을 최고로 생각하는 평범한 아내 송정연(전도연 분)이 프랑스에서 마약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수감된 후, 그녀가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일명 `장미정 사건`은 지난 2006년 `추적60분`에서 다루며 온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해당 사건은 평범한 주부 장미정 씨가 프랑스에서 원석이 담긴 가방을 운반해주면 4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원석인 줄만 알고 있던 가방에는 원석이 아닌 다량의 마약이 들어 있었고 장미정 씨는 마약 소지 및 운반 죄로 검거됐다. 장 씨는 파리 인근 구치소에서 3개월, 대서양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섬 뒤코스 구치소에서 1년여를 보냈다. 이어 보호관찰 형태로 마르티니크 섬에서 9개월가량을 보냈다.
영화가 개봉된 이후 실제 `장미정 사건`의 주범인 전 모 씨는 검거돼 한국으로 압송됐고, 징역 8년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 분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극 중 정연이 느끼는 답답함과 괴로움이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영화에서는 정연부부가 가족애로 현실을 이겨내지만, 단순히 가족애로 보상받기에는 그 고통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드라마/ 2013.12.11./ 131분/ 한국/ 15세 관람가
◆아이들 (2011)
영화 `아이들`은 1991년 3월 26일 대구광역시 달서구 이곡동에 살던 우철원(당시 13세)등 초등학교 학생 5명이 개구리를 잡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실종 당시 9~13세이던 5명의 소년이 인근 와룡산으로 개구리를 잡으러 나간 뒤 실종되었다. 11년이 지난 2002년 9월 26일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성산고등학교 신축 공사장에서 유골이 발견되었으나, 범인은 끝내 잡지 못했다. 2006년 3월 25일 자로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남에 따라서 이 사건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대대적인 수사에도 진전이 없던 중 어느 심리학자가 실종된 아이 중 한 아이의 아버지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의 집에 아이들의 시체가 묻혀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집에서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고 심리학자는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다. 누명을 쓰고 평생을 눈물과 한탄으로 지새운 종식 군의 아버지 김철규 씨는 2001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는 당시 사건을 재조명할 뿐만 아니라 해당 심리학자의주장으로 불명예스러운 누명을 쓴 피해자 부모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규만 감독은 "실제 사건에 대한 무수한 소문이 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미 모든 게 입증된 사건이다. 영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이미 정리된 내용을 널리 알려서 더는 상처가 없도록 만드는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종호의 부모님이 잘못된 가설을 접한 사람들의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제작 의도를 전했다.
범죄/ 2011.02.17./ 132분/ 한국/ 15세 관람가
◆이태원 살인사건 (2009)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 발생한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재미로 무고한 대학생(극 중 송중기)을 살해한 두 명의 10대 한국계 미국인 용의자들이 상대방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진실게임 속에서 진범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당시 국민의 기억 속에서 잊혀갔던 사건이 실화를 바탕으로 재조명돼 관객들은 분노했고 사건은 재수사가 이뤄졌다. 영화 개봉 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그려지며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결국 패터슨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한국으로 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심규홍)는 29일 살인혐의로 기소된 패터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영화는 잔가지 없이 사실만을 다룬다. 그 결과, 이 영화는 재판일지, 사건일지같은 느낌을 준다. 두 명의 미국인 중 한 명이 범인임이 확실한 사건이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 과정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지를 전달하고 있다.
미스터리, 범죄/ 2009.09.10./ 99분/ 한국/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