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이라는 다듬어지지 않은 재료를 신동엽이 잘 요리한다. `마녀사냥`에서부터 `오늘 뭐 먹지`에 이르기까지 꿀 케미를 보여주고 있는 두 남자. 그들이 진행하는 `오늘 뭐 먹지`는 햇수로 3년, 횟수로 100회가 넘어가는 장수 쿡방프로그램이다. 쿡방 포화시대인 요즘, `오늘 뭐 먹지`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에게서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16일 가양동 CJ E&M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 이유 세 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 방송인 듯 방송 아닌 방송 같은 너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성시경은 "나는 TV가 아직 서툴다. 내가 뭘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는데, `나`라는 재료를 누가 옆에서 잘 요리해주는 지가 중요하다. 동엽이 형이 나의 장점을 살려주고 안 좋은건 흡수해준다. 그래서 많이 고마운 형이다"며 신동엽에 대해 칭찬했다.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신동엽과 성시경의 티격태격 브로맨스는 연출이 아니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촬영장에 올 때 `일하러 가야지`가 아닌 `오늘은 가서 뭘 만들고 놀지?`라는 생각으로 간다는데.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는 촬영하는 그 순간이 참 재밌다. 방송하는 게 아니라 둘이 즐기기 위해 방송을 한다.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재밌게 즐기는 것이 오래가는 비결인 것 같다"며 말하기도 했으니. `오늘 뭐 먹지`를 보는 시청자들이 편안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 복습하는 `우등생`과 실패해도 괜찮아 `열등생`
지금껏 방송해 온 `오늘 뭐 먹지`를 보면 성시경은 늘 요리에 능숙하고 신동엽은 그에 반해 서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성시경이야 연예계에서 알려진 요리꾼이고, 그런 그를 너무나도 믿는 탓일까. 신동엽은 `실패해도 그만, 성공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요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성시경은 "처음에는 신동엽 형이 웃기려고 못하는 척을 한 것도 있긴 하다. 하지만 좀 심각하게 못 하기는 한다. 그래도 오랜 기간 같이 요리를 하다 보니 늘긴 늘더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신동엽은 "성시경 씨는 요리를 망치면 안 된다며 걱정을 많이 한다. 나까지 굳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마음 편히 임한다"며 본인의 생각을 드러냈다. 참 현명한 두 MC다. 실제로 성시경은 촬영을 하며 만들어 본 요리를 집에 가서 다시 만들어보는 우등생이었고, 신동엽은 촬영하러 오기 전이나 후 전혀 음식에 대해 알아보지 않는 열등생이었다. 아무렴 어떠리. 너무 완벽해도 보기 불편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두 MC 덕분에 딱딱하지 않은 쿡방 `오늘 뭐 먹지`가 탄생할 수 있었다.
# 맛있는 척? 실제로 맛있다
신동엽은 "촬영이 있는 날 저녁 약속이 있는 게 가장 고통스럽다"는 의아한 발언을 했다. 이유인즉슨, `오늘 뭐 먹지` 촬영을 하면서 만든 음식이 정말 맛있어서 실컷 먹다 보면 어느새 더이상 음식을 먹을 수 없을 만큼 배가 부른다는데. 그런데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면 가서 또 음식을 먹어야 하니 그만큼 곤욕스러운 순간이 있을까.
성시경과 신동엽이 `오늘 뭐 먹지` 방송에서 과할 정도로 맛있게 음식을 먹는 장면에 대해 일각에서는 `연출이 아니냐`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 질문에 대해 성시경은 "맛있는 척은 절대 못 한다. `맛있거나`, `정말 맛있거나` 둘 중 하나다"며 연출이 아님을 밝혔다.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두 MC가 요리한 찜닭과 닭똥집을 기자가 직접먹어본 결과, 절대 연출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오늘 뭐 먹지`는 한국에 있는 시청자뿐 아니라해외에 있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에 대해 성시경은 "외국에 계신 분들 중에서도 우리가 하는 방송이 입맛을 자극한다고 하더라. 한국 오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고. 아마 신동엽 씨와 내가 맛있게 잘 먹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라며 본인이 생각하는 인기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신동엽과 성시경이 `오늘 뭐 먹지` 스튜디오를 지키고 있는 한, `오늘 뭐 먹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메뉴 고민이 사라질 것 같다. 새롭게 스튜디오를 단장한 `오늘 뭐 먹지`가 어떤 메뉴로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