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4 지방선거 직전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해 재판에 넘겨진 의사 양승오(59, 사진)씨 등 7명에게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서울지방병무청, 자생한방병원, 세브란스 등 3개 기관에서 촬영된 MRI 또는 X-Ray에 담긴 피사체가 모두 동일인이며, 그 인물은 주신씨가 맞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인 7명 전원에게 검찰의 구형량을 훨씬 웃도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날 법정에 온 엄마부대 회원 등 참관인들 일부는 선고 도중 "사법부가 망했다"고 외치는 등 소란을 피우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심규홍)는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 박사 등 7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양씨와 치과의사 김모씨 등에게 각각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도 최소 700만원에서 최대 15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양 박사에게 벌금 500만원 등 피고인 7명에게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의 벌금형을 각각 구형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해 징역형을 선택할 것인지 등 관련해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피고인들이 (허위) 공표한 내용은 공통적 관심사항이고 최대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징역형 보다 벌금형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서울지방병무청과 서울중앙지검 등 공적기관에서 공적판단이 내려진 경우라면 피고인들은 공표에 앞서 좀 더 신중히 확인의무를 다 했어야 한다"며 "무분별한 의혹제기와 허위사실 공표가 우리 사회와 공동체를 해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러한 노력을 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제기하는 주장의 근거가 발견됐다고 섣불리 믿은 나머지, 객관성과 합리성을 뒷받침하기 부족함에도 병역비리 의혹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허위사실 계속 공표해 죄질이 무겁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특히 피고인들로 인해 피해자는 `병역기피자`, `병역비리 사기극 벌인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시달려 왔고, 졸업사진과 결혼사진 등 개인의 일상을 담은 여러 사진이 유포되면서 정신적 고통과 정상적인 생활의 어려움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또 다른 피해자인 박원순 시장은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의사를 철회했다가, 다시 강력히 처벌해줄 것을 탄원하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의혹제기를 할만한 정황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고, 박원순 당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점에 비춰 보면 피고인들의 범행이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는 점을 참작했다.
선고 직후 양씨 등 변호를 맡은 차기환 변호사(53·연수원 17기)는 "재판부가 과학적 증거가 아닌 증언을 토대로 두루뭉술하게 판단했다"며 "당연히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씨도 "항소할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고 이에 엄마부대 등 일부 참관인들이 "맞습니다"고 동의하면서 "대한민국 사법부는 망했다, 심규홍 판사 물러나라" 등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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