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마켓노트> 거침없는 환율…외국계 '큰손'도 떠난다

입력 2016-02-22 13:17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키우는 환율 전쟁 여파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금요일 마감한 원/달러 환율입니다.

    장중 1,239원, 종가로 1,234.40원, 5년 8개월 만에 최고 기록입니다.

    일주일만에 26원, 이달들어 34원 올랐습니다.

    원/엔 환율도 990원대에서 지금 1,091원선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통상적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갑니다.

    자동차, 반도체, IT 산업은 일본, 타이완과 조선, 철강 기업들은 중국과 경쟁에서 수혜를 받게 되고, 실제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환율이 올라도 너무 급격히 오르는데다가 대외, 대내 여건이 전혀 이를 반길 상황이 아닙니다.

    일단 경제여건 부터 살펴볼까요.

    중국의 경기둔화, 이로 인해 수요는 줄었지만 공급이 넘쳐 하락해온 국제유가, 원유를 생산하는 신흥국들의 경제위기, 일본과 유럽마저 추가 경기부양을 고민해야하는 여건까지 복합적 문제가 쌓여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위안화 가치가 크게 하락해 달러 강세를 부르고, 다시 우리 원화 가치까지 떨어뜨리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내달 추가 금리인하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 우려, 여기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조치와 남북간 긴장고조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자금의 대규모 이탈과 환율 상승, 다시 외국인 자금 재이탈의 악순환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조금 다른 건 금이나 달러와 같이 안전자산에 들어가는 채권에서도 자금 유출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달 들어서만 국내 채권시장에서 3조 6천억 원, 주식시장은 연초 이후 6조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Aa2, 경제규모는 작지만 일본보다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채권까지 내다판다는 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인거죠. 더구나 그 주체가 위기에 처해 급히 돈이 필요한 신흥국들도 아니고 대형 글로벌채권펀드, 미국계 자금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코코본드의 이자상환이 어려울 거란 전망으로 은행 위기의 도화선이 된 유럽 도이체방크, 여기에 적자를 기록한 크레디트스위스까지 유럽 부실은행에 대한 우려가 위기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유럽에 이어 일본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려 하고 있지만, 오히려 은행의 위기, 유동성 부족은 실물경기까지 위축시키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 환율에 영향을 주는 외국인의 채권 매도는 그래서 더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주식시장은 지난주 1,910선까지 반등했지만 기관 자금에 의존했던 걸 감안하면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에 기본적으로 수급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있습니다.

    이주열 총재 발언대로 춘래불사춘. 봄이 왔지만, 봄이 왔다고 할 수 없다고 평했습니다. 한국은행과 기재부가 시장 개입 의사를 밝힌 뒤 한차례 고비는 넘겼지만 달러당 1,250원선을 바라보는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추세를 바꿀 수는 없고 조절할 수 있는 건 속도의 문제라는 겁니다.

    내달로 예정된 주요국의 통화정책 회의, 중국의 전인대가 주목받는 건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경기둔화에 대한 공포를 잠재우고, 우리 환율의 안정, 은행권 부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정책공조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마켓노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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