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의 테러방지법 단독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하기로 했다. 필리버스터는 ‘합법적 의사진행방해행위’를 의미하는 말로, 국회에서 무제한 토론을 펼치거나 장시간 동안 연설을 펼치며 표결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주로 국회에서 수적 우위를 점한 다수당이 표결로 해결하려는 사안에 대해 수적열세인 소수당이 쓰는 방법이다.국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4년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쉬지 않고 발언한 일화가 유명하다.
19대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동원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필리버스터가 불가능했다. 국회법 60조 1항에서는 ‘위원은 위원회에서 동일의제에 대하여 회수 및 시간 등에 제한 없이 발언할 수 있다’라며 필리버스터를 인정하고 있지만, 국회법 104조를 통해 본회의에서의 발언시간을 규제하며 상임위원회에서는 필리버스터가 가능해도 중요한 본회의에서는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한 모순된 상황을 만들어놨다.하지만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며 한국에서도 다시 필리버스터가 가능하게 됐다.
과연 한국의 필리버스터는 어떤 모습일까? 이에 필리버스터가 등장한 드라마 `어셈블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어셈블리`는2015년 7월 15일부터 9월 17일까지 방영한 KBS 수목드라마다.
‘어셈블리’ 12화에서는 부정부패 의혹을 받고 있는 국무총리의 국회인준을 저지하기 위한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정재영 분)의 필리버스터가 펼쳐진다.
‘어셈블리’에서 정재영은 여당인 국민당 소속이지만, 친청계와 반청계에 반대하는 국민당내 제3 계파 ‘딴청계’를 설립하며 고립된 상황이다. 국민당은 당론으로 부정부패 의혹이 있는 국무총리 후보자를 국회표결을 통해 임시국회 회기 내에 인준을 강행하려고 하고, 정재영은 국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있는 국무총리의 임명을 저지하기 위해 임시국회 회기 종료까지 무려 25시간에 달하는 필리버스터를 펼친다.
필리버스터에서 재미난 점은 반드시 회의 의제와 관련된 내용만을 발언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셈블리’에서도 정재영은 필리버스터 시작 18시간이 넘어가며 발언할 내용이 바닥을 드러내자 대한민국 헌법을 외다가 다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를 부르고, 마지막에는 국민들이 정재영을 격려해 보내준 엽서를 읽기까지 한다.
이는 단순히 극중 재미를 위한 과잉만이 아닌 게, 미국에서는 필리버스터 발동 시 성경을 읽기도 하고, 동화책, 스타워즈 패러디까지 읽는다고 한다. 단, 자리를 이탈하거나 완전히 주제와 관련 없는 내용을 하면 바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야 한다.이번 필리버스터에 성공하려면 회기 종료인 29일 23시 59분 59초까지 버텨야 한다. 성공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한국의 필리버스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