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데이비드 보위와 금융개혁···아이돌과 돌아이

최진욱 기자

입력 2016-02-26 00:00   수정 2016-02-26 06:53

정부의 2단계 금융개혁이 시작됐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5일 열린 금융개혁추진위원회 1차 회의를 시작하면서 “지난해 금융개혁으로 금융권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 ‘미완의 개혁’임을 알 수 있다”면서 “2단계 금융개혁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금융개혁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위기를 알고 대비하면 살고, 위기에 둔감해 안주하면 죽는다’는 맹자의 구절까지 인용한 뒤 "금융업이 현재 방식에 안주하면 5~10년 후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지난 연말 2016년에는 `거친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밝힌 비장한 각오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금융개혁 2라운드의 추진과제도 그 면면을 보면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ISA, 핀테크, 기술금융, 크라우드펀딩, 빅데이터...

이름만 들어도 뭔가 새로운 것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성과중심 문화를 확산시키겠다고 말해 금융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미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이번 기회에 송두리째 바꾸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수 없습니다.

지난달 타계한 영국의 록가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1967년 만 20세에 데뷔한 보위는 요즈음 말로는 그야말로 `아이돌` 가수였습니다. 록음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보위는 하지만 `돌아이`로 변해갔습니다. 자신의 메세지를 대중이 이해하지 못한다며 음악적 기행을 보여준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음악적 성공만큼 유명세를 떨친 곳은 바로 금융산업 이었습니다.

1997년 일단의 투자은행가들이 1990년 이전 발매된 보위의 앨범에 대한 로열티를 기반으로 연 7.9%를 지급하는 채권을 발행한 것입니다. 2006년 만기에 투자자들은 이자 전액과 현재 환율로 약 600억원의 원금을 모두 돌려받았습니다. 물론 그 자금으로 보위는 자신만의 음악활동을 말년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금융산업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산업입니다. 예금이나 보험, 신용카드, 펀드는 모두 오늘의 계약이 미래에 실현되는 것을 약속하는 상품입니다. 보위의 경우 과거 자신의 앨범으로 받는 현금흐름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미래 음악작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보위가 자신의 결정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했는지 모르지만 당시 서구 언론들은 새로운 금융 신상품에 격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바탕에는 데이비드 풀만(David Pullman) 같은 창의적인 금융 인재가 있었습니다.

저성장,저금리로 금융산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지금 바뀌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는 정부의 위기의식에 공감합니다. 다만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금융산업의 역할을 반영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스스로 만들어 경쟁하는 분위기를 이번 기회에 확립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정부와 감독당국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금융회사는 스스로 조직문화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저금리로 기대수익률을 얻기 위해 고객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도 위험을 받아들여야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빅 쇼트(Big Short)`에서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를 비롯한 4명의 `돌아이`는 미국의 주택시장이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미쳤다는 주변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베팅에 성공해 결국 천문학적 이익을 얻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아이돌` 이었던 데이비드 보위가 `돌아이`로 금융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듯이 이제 한국의 금융산업에서도 `돌아이`가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2단계 금융개혁이 완성되면 과연 국내에서도 `돌아이`가 나올 수 있을까요? 이런 `돌아이`가 여기저기서 나온다면 5~10년 뒤에도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는 낙관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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