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영화들이 극장가로 복귀하며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이미 가치를 인정받은 재개봉 영화는 관객의 공감을 사며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2016년에도 그 열기는 식지 않을 전망이다.
재개봉 영화는 좋은 작품을 다시 관객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고, 영화 수익성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올해 다시 관객들을 찾은 재개봉 영화는 지난 1월 `인터스텔라`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로 시작해 2월에는 `러브레터`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영웅본색` 등이 있다. 3월에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오페라의 유령`이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직 재개봉 대열에 들진 않았지만 한 번 더 개봉했으면 하는 영화를 소개한다.
◆타인의 삶(2006)
`타인의 삶`은 냉전 시대 동독을 배경으로 그 당시 동독이 국가 비밀경찰을 동원해 주요인사들을 도청, 감시하던 때의 이야기이다.
비밀경찰로 활동하며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사명감으로 죄의식도 없이 기계적으로 도청하던 비즐러(울리히 뮤흐 분). 그가 감시를 맡은 극작가 드라이만(세바스티안 코치 분)은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배우이자 아름다운 아내, 그를 지지하는 많은 동료와 친구를 가진 사람이다.
비즐러는 다른 요원과 12시간씩 교대로 24시간 그를 도청하게 된다. 비즐러는 드라이만을 도청하면서 드라이만의 삶에 서서히 녹아든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던 동독 비밀경찰도 결국 인간이었다.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잔잔하지만 울림이 큰 영화.
드라마/ 2013.01.17./ 137분/ 독일/ 15세 관람가
◆죽은 시인의 사회(1989)
피터 위어 감독의 `죽은 시인의 사회`는 현대 교육제도의 맹점을 비판한 사회 비판 영화다. 1950년대 보수적인 남자사립학교 웰튼을 배경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로 인해 자유를 말살당한 학생들을 면밀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는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아카데미 각본상과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 음악상을 받았다.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 분)을 통해 입시 위주의 교육에 찌든 자신의 제자들도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한 학생의 자살로 키팅 선생은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학교에서 퇴출당한다. 이때 학생들은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며 키팅 선생에게 존경을 표한다.
키팅 역을 맡은 로빈 윌리엄스가 2014년 사망했을 당시 영화의 명대사인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인용한 애도 물결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 영화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는 한국 사회에도 일침을 가한다. 꿈꾸지 않는 학생, 꿈을 펼치기도 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웰튼의 학생은 어딘가 우리 학생들과 닮아있다.
드라마/ 1990.05.19./ 128분/ 미국/ 전체 관람가
◆일급 살인(1995)
`일급살인`은 휴머니즘이 잘 버무려진 법정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크리스찬 슬레이터(제임스 스탬필 분)와 케빈 베이컨(헨리 영 분)의 열연이 빛난다.
헨리 영(케빈 베이컨 분)은 10살 때 부모님을 여의고, 여동생과 같이 살던 고아였다. 그는 17살 때 한 가게에서 5달러를 훔친 후 잡혀서 8년을 복역하다가 탈옥을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3년 2개월을 지하 독방에서 보낸다. 그리고 독방에서 풀려나자마자 밀고자를 살해하고, 일급살인 혐의로 기소된다.
변호사 제임스(크리스찬 슬레이터 분)는 헨리 영이 지난 3년 동안 지하 독방에서 비인간적이며 짐승과 같은 생활을 한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헨리 영의 무죄를 주장한다. 제임스는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헨리를 지하 감방에 가두게 한 진짜 장본인은 교도소 부소장 글렌(게리 올드먼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앨카트래스와 연방정부라는 거대한 권력이 도사리고 있었다.
인권의 사각지대를 다룬 이 영화는 `범죄자는 인권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드라마, 범죄/ 1995.03.18./ 124분/ 미국/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