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시장을 향한 신선한 시각,
금요일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샤프펜슬` 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배움의 전부였던 하야가와 도쿠지가 만들어낸 발명품입니다. 이 기계식 연필로 시작된 샤프의 역사는 일본 전자산업의 역사입니다. 일본 최초의 라디오는 물론 TV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TV를 만들었고 컬러TV를 거쳐 세계최초의 LCD TV까지 샤프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해 왔죠.
이 샤프가 폭스콘을 가진 대만의 `홍하이 정밀`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2000년 대들어 바로 우리 삼성과 LG가 대형 LCD패널을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소형 LCD를 고집했던 샤프는 한순간 적자기업이 되었습니다. 결국, 작년에 해외 TV 사업에서 철수하고 90년 역사의 사옥을 내놓고 3,500명의 직원을 구조조정에 나서지만 결국 대세를 돌려세우지 못한 것입니다.
이 샤프펜슬로 공부하고, 샤프 계산기로 장사했고, 샤프 밥솥으로 먹고, 샤프 라디오와 TV로 저녁 시간을 보냈던 일본의 장년층은 하나 같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것입니다.
샤프를 산 폭스콘의 궈타이밍 회장은 24살에 단돈 10만 대만달러로 흑백 TV용 플라스틱 부품 제조업체를 만들어 1980년대 초 PC 조립에 이어, 97년부터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갖추고,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아이폰, 바로 이 회사에서 만드는 거죠. 현재 연 140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3대 IT업체로 성장시킨 대만 최고의 부자입니다.
이 사람 2010년에 삼성전자로부터 가격담합 고발을 당해 유럽에서 3억 유로나 과징금을 낸 적이 있죠. 그 후로 삼성은 경쟁자의 등에 칼을 꽂는 소인배라며 삼성 타도가 자기 평생 꿈이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해서 눈길을 끌기도 했죠.
폭스콘이 샤프를 인수하게 된다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삼성과 LG 디스플레이가 되겠죠. 샤프가 가진 기술과 특허, 폭스콘의 자본과 고객이 합쳐지면 디스플레이 선도기업 LG와 삼성은 대만의 이노룩스, 일본의 재팬 디스플레이와 바로 치킨게임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요. 궈타이밍 회장이 삼성의 등에 샤프라는 날카로운 칼을 꽂은 셈이죠.
전 세계적인 장기 불황은 이런 형태의 세계적 기업 인수합병을 더 많이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일단 무산되기는 했지만,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미국 반도체 업체 샌디스크 인수나 이번 유니콘의 샤프 인수의 뒷이야기를 하면서 삼성도 한때 인수하려고 했었다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6~70년대 미국의 GE와 제니스, 8~90년대 일본의 샤프와 소니, 그리고 2000년 이후 우리 삼성과 LG로 이어지는 전자산업의 주도권, 다음은 대만을 포함한 중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 그리 어렵지 않죠. 자본과 시장을 가진 쪽이 기술을 갖추기까지 한다면 승부는 뻔한 거죠. 막아야 합니다.
지금도 일본에는 가업의 승계가 어려워 매물로 나온 많은 부품, 소재기업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 기업 경영하기는 참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머뭇거리면 적장의 보검이 될 만한 기업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꼭 20년 전에 일본의 샤프와 소니도 `그깟 한국의 삼성과 LG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랬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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