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채리’라는 딱 맞는 옷을 입은 조보아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 표정, 말투 참고”

입력 2016-02-29 08:23  



배우 조보아가 비상하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를 통해 안방극장에 얼굴을 또렷이 알렸다. 최근 그녀의 호감도 상승은 비약적인 수준. 반짝반짝 빛나는 눈과 예쁜 이목구비가 돋보이는 조보아를 만났다.

“‘부탁해요, 엄마’ 대본을 보자마자 평소의 제 성격을 완벽하게 담은 캐릭터일 것 같은 직감이 오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준비를 했고, 캐릭터 분석을 많이 했는데 평소의 저의 모습을 닮다 보니까 채리라는 캐릭터가 완성도도 높고 사랑스럽게 만들어졌어요. 매순간 들떠서 촬영을 했어요. 드라마 끝나고는 광고, 잡지 촬영 하고 캘리포니아에 친구 보려 다녀왔어요.”

데뷔 5년 동안 다양한 역할을 선보였던 조보아는 ‘부탁해요, 엄마’를 통해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캐릭터로 또 한 번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저의 많은 감정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였잖아요. 초반에 연애하는 감정, 성공해서 애교 부리고, 사랑스러운 모습도 보여주다가 방해꾼이 나왔을 때 질투, 집착한 모습도 확실하게 보여주고, 돌아설 땐 확실하게 돌아섰다가 다시 사랑하는 저로서는 되게 감사하죠.”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조보아는 아직도 새로운 캐릭터에 목마르다. ‘부탁해요, 엄마’가 그녀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은 것도 그래서다.

“이렇게 높은 시청률에,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촬영한 작품이 처음이에요. 이 전에는 ‘시청률 1%가 안 나오네’, ‘조기종영 하네’ 이런 얘기가 나왔던 작품도 있었는데, 기분이 얼떨떨하기도 하고 낯설더라고요. 시청률이 40% 바라보고 ‘으쌰으쌰’ 하는 게 분위기도 너무 좋았어요. 저의 인생 대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저한테는 뜻 깊은 드라마에요. ‘부탁해요, 엄마’로 많은 분들이 ‘조보아’라는 배우를 알아봐 주시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많이 기억해주시니까, 그것만으로도 제 인생에는 영광스러운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부탁해요, 엄마’는 세상에 다시없는 앙숙 모녀 산옥(고두심)과 딸 진애(유진)를 통해 징글징글하면서도 짠한 모녀간 애증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조보아는 극중 산옥의 막내 형순(최태준 분)에게 첫 눈에 반해 결혼까지 골인한 적극적이고 당찬 부잣집 외동딸 채리 역을 맡아 생기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영화, 드라마를 보다가 참고가 됐던 게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오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이었어요. 여성스럽고 백치미 있지만 똑 부러진 성격이요. 채리가 말괄량이 공주처럼 보여도 될 것 같더라고요. 오드리 헵번의 표정이나 말투, 걸음걸이를 비슷하게 따라해 봤어요. 주변 사람들은 ‘딱 너네’라고 얘기했어요. 부모님께서는 사랑스럽고 밝은 캐릭터이다 보니까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극 초반 형순은 성형외과 전공의인 친구 재민(장인섭)의 부탁에 대신 나간 소개팅에서 채리를 처음 본 순간 주차장 아르바이트를 잘리게 만들었던 ‘싸가지 고객님’이라는 걸 알아채며 소심한 복수를 감행하지만, 그녀는 형순을 몰라본 채 끈질긴 애정공세를 펼친다. 처음에는 채리의 과감한 애정 표현에도 돌부처마냥 별 반응이 없던 형순은 자신도 모르는 새 사랑스러운 채리의 매력에 점점 빠져든다.

“애정 표현장면은 편하게 촬영했어요. 키스신도 많았는데, (최)태준이와는 알고 지낸지 5년차 친구라 설레임이 없었지만 설레임을 표현해야 했고, 그게 시청자한테 어떻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둘은 되게 편하게 찍었어요.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서로 고민 상담도 하고 말도 잘 통해요. 오디션 장에서 마주치고 ‘이런 우연도 있네’하며 깜짝 놀랐어요. 저도 채리처럼 조금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 성향이 있긴 해요. 쉽게 사람의 매력을 캐치할 줄 안다고 해야 하나. 의도하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를 만날 때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해요. 사람을 볼 때 장점을 보려고 하거든요.”

그녀는 형순과의 우여곡절 많은 연애사로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눈물 연기를 연이어 선보여 깊어진 감정 연기의 폭을 실감케 했다.

“채리는 감정을 조절하지 않고 기쁠 땐 웃고, 슬플 땐 우는 단순하고 1차원적인 캐릭터예요. 그래서 감정 조절을 많이 안 해 본 것 같아요. 그게 제일 어렵다고들 하거든요. 그래서 조금은 편하게 재미있게 연기를 할 수 있었고, 슬플 때는 그냥 말 그대로 슬펐어요.”

뿐만 아니라 산옥이 폐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 것을 안 뒤로는 친엄마처럼 더욱 살뜰하게 챙겨 ‘딸 같은 며느리’의 모습들로 안방극장의 예쁨을 한 몸에 받았다.

“산옥이 시한부 선고 받을 때, 제가 뒤에서 엿듣는 장면이 있어요. 사실을 엿듣고 소리 죽이면서 우는 장면에서 많이 감정이 복받쳤었고, 채리가 산옥 때문에 거짓으로 형순과 합친 것을 알고 나서 산옥이 저한테 ‘네 새로운 인생을 살아라. 내 옆에서 힘들어하지 말고 나가라’고 했을 때 서럽게 감정이 복받쳤었어요. 채리 같은 며느리가 어디 있겠어요. 제가 봐도 되게 부러운 사이인 것 같아요.”

채리는 집에서 반대하는 형순과의 결혼을 위해 형순은 물론, 모든 이들에게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엄마, 아빠가 반대하는 결혼은 안해야죠. 연애라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허락해주시지 않을까요. 반대를 무릅쓰고 남자 집에 들어가서 살고 그렇게는 안할 것 같아요. 엄마, 아빠 마음을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거든요.”



‘부탁해요, 엄마’에는 조보아를 비롯해 유진, 이상우, 오민석, 손여은, 최태준, 민아 등 젊은 연기자들이 출연했다.

“가벼운 농담도 하고, 가정사 얘기 많이 해요, 연기 얘기를 하진 않았어요. 선생님들이랑 있을 때는 아무래도 조금씩 여쭤보고 싶고 대본을 읽을 때도 같은 대기실을 쓰거든요. 대본 읽다가 이것보다 다른 방법이 있을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가서 여쭤 보고. 공부도 조금씩은 했었어요. 제일 많이 했던 얘기는 방송국 근처에 맛집이 뭐가 있는지, 점심에 뭐 먹을 건지였던 것 같아요.”

채리는 드라마 후반 형님 혜주(손여은)와 신경전을 벌이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저도 너무 재밌었어요. 첫째 부부가 결혼하기 전에 감독님께 제가 먼저 결혼했으니까 텃새 부리게 해달라고 졸랐어요. 근데 첫째 부부가 막상 들어오니까 제가 더 당하더라고요. 기싸움, 신경전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 재밌었어요.”

따뜻한 가족 드라마 출연과 현장의 분위가가 너무 좋아서 일까, 조보아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기게 됐다.

“부모님과 네 살 터울 여동생이 있어요. 가족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는 된 것 같아요. 가족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을 때 잘하자’라는 주의거든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더 깨달을 수 있었어요.”

조보아는 촬영하면서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부탁해요, 엄마’는 연장방송을 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드라마의 흥행과 더불어 조보아의 인기 또한 날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많이 알아봐주시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을 만나서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저에 대해 아셨을 것 같아요. 지금도 사실 모르겠어요. 실감이 잘 안 나요. 저는 사실 시청률을 신경을 안 써요. 시청률에 신경을 쓸 입장은 아니거든요. 전작이 OCN 드라마였어요. 제작진 측에서 원했던 만큼의 시청률이 안 나온 것 같아요. 조금 아쉬운 성적이었어요.”

‘부탁해요, 엄마’를 끝낸 조보아는 섭섭함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제 채리가 아닌 조보아로 돌아올 시간이니까.

“‘한 작품 끝나면 빨리 빠져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느꼈던 좋은 기운들을 오래 가져가고 싶어요. 중간에 힘들 때도 있었어요. 35부부터 43부까지가 채리가 너무 한 캐릭터로 계속 사니까, 같은 말투에 항상 같은 사람들만 보고 그러니까 살짝 이게 맞는 건가 싶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는 건가, 너무 편하게 연기하는 것 같고 그랬어요. 그냥 탈출하는 방법이 있었다기보다는 시간이 가니까 끝나더라고요.”



올해로 데뷔 5년 차인 조보아는 2012년 tvN 월화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다. 같은 해 11월 MBC 월화드라마 ‘마의’에 좌의정 정성조의 청상과부인 며느리 서은서로 출연했다. 그러나 ‘마의’에서 조보아의 연기는 어색한 발성과 표정으로 혹평을 받았고, 수술 장면에서의 노출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제가 만약에 ‘부탁해요, 엄마’를 첫 작품으로 했다면 엄청 힘들었을 거예요. 성적이 좋지 못한 작품도 해보고, 나름의 시련과 고난을 조금씩은 겪어서 그런지 나중에는 그걸 참아야 되고 견뎌내야 되고 그런 고통은 없었어요. 사극에 다시 도전한다면 제 스스로한테 엄청 감격을 할 것 같아요. 모든 연기가 다 그렇지만 사극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물론 다시 해봐야죠. 저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다시 내려 보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고 더 많은 공부와 준비를 한 상태에서 언젠가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에요.”

조보아는 이후 2014년 4월 개봉한 서스펜스 멜로 영화 ‘가시’에서 체육 교사인 준기(장혁)에게 집착하는 여고생 영은을 연기하며 영화 무대에 데뷔했다. 흥행에도 실패했지만, 조보아의 연기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가시’는 굉장히 스릴러적인 부분이 있는 캐릭터였어요. 근데 분명 그것 또한 저의 모습의 일부분이었어요. 이번 채리 캐릭터는 그때 영은 캐릭터와는 정반대임에도 불구하고 저의 모습이 있었고. 제가 그냥 한 색깔만 가진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씩 캐릭터에 맞게 섞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같은 해 조보아는 8월부터 방송된 tvN의 드라마 ‘잉여공주’에 캐스팅되어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해 100일 안에 진정한 사랑을 찾아야 하는 인어공주를 연기했다. 2015년에는 OCN ‘실종느와르 M’과 KBS2 ‘부탁해요, 엄마’에 출연했다.

“연기자가 된 것을 후회해 본적은 없어요. 힘든 순간이 가끔씩 찾아왔어도 후회를 하진 않았어요. 후회를 했다면 제가 그만뒀겠죠. 힘들고 괴로운 순간에는 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걸로 좀 버텼던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조보아는 외국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롤모델로 꼽았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대중을 놀래 키는 배우라는 것.

“외국 영화를 좋아해서 많이 보는데 아만다 사이프리드라는 여배우가 있어요. 그 배우의 눈빛이나 표정 같은 게 아름답더라고요. 저도 그걸 표현해내고 싶어요. ‘부탁해요, 엄마’의 평이 좋다고 해서 제 연기력이 늘었다고 생각은 안 해요. 아직은 제 능력을 의심하는 단계에요. 지금 제가 스스로 대견해하는 건 자만인 것 같아요. 뭔가 제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좋은 스타트를 끊지 않았을까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해요.”

인터뷰 내내 조보아는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힘들어도 재미있는 게 연기라는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것은 그녀에게 연기자로써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작품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욕심나는 역할도 많고, 다양하고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저의 외적인 부분을 잘 살릴 수 있는 그런 캐릭터가 공포영화라고 생각해요. 예능은 하고 싶은데 안 들어와요. 지금 대학교 3학년인데, 서른 전에 졸업하는 게 목표에요. 수강신청은 해놨고 휴학을 할지, 복학할지 고민을 하고 있어요.”(웃음)

(사진 = 스튜디오 아리 이한석)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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