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장 기간 마이너스 성장 기록을 경신한데다 중국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대내외 불안이 커지면서 기준금리 조정 회의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8개월째 연 1.5%로 동결한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미국을 제외하고 일본과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이 잇따라 통화 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다 국내 경제지표도 부진하게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하 여건들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불안감은 여전한데다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연일 매도세를 펼치면서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때 항상 `데이터 디펜던트`(경제지표 의존)를 강조해왔다.
현재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이 논리에 따르면 부진한 경제지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어 금리 인하를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어제(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 실적은 1년 전보다 12.2% 줄며 역대 최장기간인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통계청이 오늘(2일) 발표하는 2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산업생산과 소비도 뒷걸음질 칠 경우 기준금리 인하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그동안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국내 가계부채 급증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이 약화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됐다.
지난해 말 1,2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지난달부터 소득 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급증세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발 금융시장 충격으로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전망도 우세한 상황이다.
특히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데다 중국도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등 세계 주요국이 경기 부양과 디플레방지를 위해 통화 완화정책을 채택하면서 한은도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통위에선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8개월 만에 나와 인하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이 연일 불안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금통위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연초부터 중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과 국제유가 급락으로 주요국 주가가 추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엔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나 일본은행이 의도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이탈 가능성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 들어서도 지난달 중순까지 3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최근엔 외국인의 매도세가 채권으로까지 확대되면서 100조원을 넘었던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 잔고가 지난달 16일엔 94조원까지 줄어들었다.
외국인들의 주식·채권 매도는 달러 수요를 자극해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일본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나타난 부작용은 우리가 참고해야 할 교훈이고 대외여건이 불안정할 때 금리 인하의 기대 효과는 확실치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추가 금리 인하가 자본유출과 환율 불안, 금융권 건전성 위험 등을 불러올 가능성 때문에 금통위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 대응보다는 구조개혁, 기업 구조조정 등 질적 개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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