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솔한 발언으로 팀 동료들과 팬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남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제대로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 역시 축구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셈이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9일 오전 4시 45분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AS 로마(이탈리아)와의 맞대결에서 2-0으로 이겨 1, 2차전 합산 점수 4-0으로 8강에 올랐다.
지난 달 18일 로마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0-2로 완패한 AS 로마는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치고 마드리드에 입성했다.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 공격적 날카로움은 매우 놀랄만한 수준이었다.
경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4분, AS 로마의 공격형 미드필더 모하메드 살라가 오른쪽을 휘젓다가 횡 패스로 공격 방향을 전환했다. 이 공을 받은 에딘 제코는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케일로르 나바스와 1:1로 맞선 절호의 기회에서 왼발 슛을 날렸지만 야속하게도 골문 왼쪽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그야말로 절호의 선취골 기회가 날아간 것이다.
28분에는 에딘 제코가 역습 과정에서 과감한 패스로 모하메드 살라를 겨냥했다. 이 순간도 역시 나바스 골키퍼와 1:1 기회였다. 그러나 살라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 오른쪽 옆그물에 가서 박혔다.
득점 없이 후반전으로 이어진 경기에서도 AS 로마의 공세는 쉴 틈이 없었다. 어서 두 골을 따라붙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56분에 AS 로마의 풀백 알레산드로 플로렌치가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를 따돌리고 오른발 슛으로 골을 노렸다. 매우 위력적인 슛이었지만 골키퍼 나바스가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공을 쳐내고 말았다.
결과를 놓고 봐도 로마에게는 이 세 차례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통한의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 벤치에서 로마의 공격 흐름을 끊기 위해 곧바로 선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61분에 가레스 베일을 빼고 루카스 바스케스를 들여보낸 것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딱 3분 뒤에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초보 감독 지단의 촉도 괜찮은 듯 보였다. 교체 멤버 바스케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감아올린 크로스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오른발 발리슛으로 성공시켰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그로부터 4분 뒤에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추가골을 도왔다. AS 로마의 기세에 휘청거렸던 60분을 그나마 잘 버틴 보람이 있었고, 호날두의 해결사 본능이 제대로 빛난 경기였던 것이다.
이로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난 해 11월 26일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벌어진 샤흐타르 도네츠크와의 조별리그 원정 경기부터 이어온 챔피언스리그 4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시즌 13골로 득점 랭킹 단독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가 7골로 그 뒤를 따르고 있지만 격차가 상당하다. 호날두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는 공동 5위(5골)에 머물고 있다.
호날두의 득점 행진은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다골 기록에서도 변함없이 최고의 자리다. 82골을 터뜨린 리오넬 메시가 그를 위협하고 있다고 하지만 ‘90골’이라는 높이는 아무리 메시라고 해도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거리로 보인다. 8강 이후에 이들의 엘 클라시코 맞대결이 이루어진다면 더 흥미로운 흐름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 2015-2016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결과(9일 오전 4시 45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 레알 마드리드 2-0 AS 로마 [득점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64분,도움-루카스 바스케스), 하메스 로드리게스(68분,도움-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1, 2차전 합산 점수 4-0으로 레알 마드리드 8강 진출
★ 볼프스부르크 1–0 KAA 겐트
- 1, 2차전 합산 점수 4-2로 볼프스부르크 8강 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