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알파고 대결은 어쩌면 ‘알 수 있는’ 상대와 ‘알 수 없는’ 상대의 게임이었다. 이세돌이 처음부터 불리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세돌은 스스로 무너졌을 수도 있겠다.
바둑 전문가들에 따르면, 속조차 꿰뚫어 볼 수 없었던 알파고의 기풍은 그야말로 거센 바람과도 같았다.
흑을 잡은 이세돌 9단이 우상귀 소목에 첫 수를 두자 알파고는 1분 30초 시간을 끈 뒤 좌상귀 화점에 돌을 놓았다. 알파고는 첫 수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들인 듯했지만, 이는 대부분의 수를 1∼2분만에 두는 일관적인 모습으로 이어졌다.
특히 알파고는 이세돌과 전투시 잘 훈련된 로봇 전사처럼 저돌적이었다.
제5국 심판을 맡은 이다혜 4단은 "사람은 순간순간 타협을 하기 쉽다. 그러나 알파고는 전투가 벌어지자 타협을 하지 않았고, 된다 싶으면 끝까지 갔다"며 "사람은 심리가 흔들리는데 기계이다 보니 물러서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국에서 일방적 기 싸움을 벌여야 했던 이세돌 9단은 종잡을 수 없는 알파고의 수에 심리적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알파고에게 5대 0으로 완패한 유럽 프로기사 판후이 2단도 감정이 없는 알파고를 상대하다가 스스로 무너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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