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상품 전문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노태그를 운영하는 최웅 대표는 2012년 영국 석사과정 유학 중 학교의 추천를 받아 티어 1 졸업생 창업비자를 취득했다. 이 비자는 지금까지도 손에 꼽을 만큼 적고 앞으로도 취득하기 쉽지 않은 비자다. 따라서 이런 성공 스토리는 글로벌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과 유학생들 사이에선 불가능한 꿈같은 이야기로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의외로 영국에서 창업한 한국인들이 꽤 많다.
브릿센트의 심상보 대표도 영국에서 유학 후에 창업한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브릿센트는 1 대 1 영국 영어 맞춤수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어떠한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100% 개인의 수요에 맞춰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심상보 대표는 한국이 아닌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취업을 목표로 한 기계적 스펙 쌓기에 회의감을 느낀 그는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영국 유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은 높았다. 2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 2012년,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 유학생들이 영어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그는 영어 교육사업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문득 떠올랐다.
치밀한 사업계획과 폭넓은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심상보 대표는 졸업 직후인 2014년 브릿센트를 창업했다. 이후 1년반 만에 15명의 직원과 현재 등록 학생수만 100명 이상인 교육업체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브릿센트는 어떤 스타트업인가?
한마디로 브릿센트는 영국인 영어 선생님과 한국인 학생의 1 대 1 수업을 매칭해주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영국 런던, 한국 및 전세계에 있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스카이프 수업까지 영국 영어가 필요한 분들에게 1 대 1 개인교습을 제공하고 있다.
-브릿센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솔직히 스타트업 등 사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교육분야 스타트업이 어렵다, 쉽다 하는 것도 몰랐다. 그저 내가 대학 다닐 때 누가 스피킹 잘하는 법, 영어에세이 잘 쓰는 법 등을 알려주고 도와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 말고도 영어가 필요한 학생들이 굉장히 많구나 하는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영어 과외를 제공해 주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왕 교육사업을 시작했으니 좋은 선생님과 최고의 티칭을 해보자 해서 선생님 채용 기준도 굉장히 엄격해졌고 학생들이 실제로 효과를 느끼고 실력이 느는 모습을 보는 게 삶의 낙이 될 정도가 됐다. 다른 분야의 사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가끔 하지만 일단 멋모르고 시작한 에듀케이션 스타트업 사업이 정말 적성에 꼭 맞고 너무 즐겁다.
-현재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
스피킹, 리스닝, 아이엘츠, 토플, 에세이 라이팅, 잡인터뷰, 논문/에세이 에디팅 및 번역, 어머니와 아이들 티칭까지 영어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최근엔 한국 회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해외 마케팅 PPT 영문 번역을 맡았고 런던에 있는 여러 이벤트에 교포 선생님이 단기 통역을 맡을 정도로 영어가 필요한 거의 모든 곳에 도움을 드리려고 한다. 물론 메인은 스피킹(회화) 수업과 대학교 입학에 필요한 아이엘츠 및 에세이 에디팅이다.
-이 서비스를 주로 소비하는 고객들은 누구인가?
정말 다양하다. 굳이 주소비층이라고 하자면 아마 현재 런던에 있는 어학 연수생들인 것 같다. 어학원에서 몇개월 공부를 해보고 영어가 늘지 않아서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 그 외에 한국에서 오래 살다가 막 유학온 대학생, 대학원생들, 워킹홀리데이, 주재원, 아이들, 외국계 회사 취직 준비하는 분들 그리고 한국에서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까지 정말 다양하다. 영어를 필요로 하는 곳이 정말 많다는 걸 계속 느끼고 있다.
-영어교육 스타트업은 한국에도 매우 많다. 차별점은 무엇이고 어떤 점들이 꾸준한 성장을 가능케 했나?
일단 지금 무난하게 사업이 잘 되고 있는 이유를 꼽자면 한국인을 상대로 맞춤형 개인지도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유학시절 제 자신이 영어 때문에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그래서 영어가 잘 안됐던 부분, 학교 다닐 때 어려웠던 부분, 수능 공부할 때 그렇게 외웠던 단어들, 공부했던 문법들이 스피킹만 하게 되면 왜 하나도 생각이 안날까,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티칭 방향을 브릿센트 선생님들에게 거의 세뇌하다시피 하고 있다.
런던에 어학원도 많고 개인적으로 영어과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는 한국인 매니지먼트 팀을 따로 만들었고 직접 학생들로부터 수업 피드백을 받으며 선생님들을 트레이닝시키고 있다. 과외 체계에 관리 시스템을 더한 게 브릿센트의 독점 제공품이 아닐까 싶다.
강사 선생님들도 우스갯소리로 한국가면 스타강사가 될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이제 한국 학생들을 잘 알게 됐다. 한국학생 100% 맞춤 수업과 관리 시스템이 브릿센트의 강점이다.
-한국인에게 특화한 시스템이라면 한국에서 창업해도 됐을텐데 영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는?
일단 제가 영국에서 대학교에 다녔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국 영어 트렌드가 형성이 되는 걸 느껴서 영국 영어교육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교육사업인 만큼 내가 영국 교육과정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어야 퀄리티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내가 공부했던 영국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만약 강사 선생님들을 데리고 한국 가서 수능대비 영어교육 사업을 시작하면 바로 망할 것 같다.
또 한국에 미국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 유학원, 인터넷 컨텐츠 등은 정말 많은데 영국 영어교육 학원은 정말 찾기 어려웠다.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또 영국 남자, 킹스맨 등 영국영어의 비중과 관심이 점점 더 커질 것 같아 한국인 대상으로 영국영어 교육사업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
-영국 생활 가운데 가장 힘든 점은?
물가가 너무 비싸다. 사업 시작하고 명함을 하나 제대로 만들어 보려고 했더니 명함 1천장에 80만원이 넘더라. 결국 한국에서 주문할 정도로 모든 물가가 심하게 비싸다. 선생님들 급여도 한국보다 매우 높다. 한국에선 요리라고는 라면만 할 줄 알았는데 여기와서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생활비를 아끼다 보니 요리도 엄청나게 늘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영국에게 배웠으면 하는 점은?
한국 스타트업 문화를 잘 몰라서 비교가 힘들지만 영국은 일단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잘 돼 있는 게 정말 좋다. 아마 회사 등록이 쉬운 것도 일조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London Entrepreneur 등의 키워드만 쳐도 스타트업 하는 분들의 커뮤니티가 주욱 나온다. 그 커뮤니티 모임에 가고 세미나에 참여하고 먼저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 얘기를 듣는 것 자체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지난 모임 뒤풀이에서 만난 분이 브릿센트에게 파트너십을 제안해서 지금 서로 좋은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에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될지도 모를 전 세계에서 모인 젊은 사업가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는 점이 영국 특히 런던 스타트업 생태계에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도 그런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지금 영국이나 한국에 있는 분들에게 영국에서 창업하길 권할 의향이 있나?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영국에서의 창업 자체는 장점이 정말 많은데 사업자 비자 받기, 비싼 물가, 언어 장벽 등 어려운 부분이 꽤 많다. 앞서 물가를 언급했는데 사업자 비자 받기도 정말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비자와 언어, 물가 등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면 영국 창업은 정말 많은 장점이 있는 만큼 적극 추천한다.
-영국에서 창업한 한국인이 또 있나?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한국인 창업가가 두 명 있다. 얼마 전에 영국 한인 사업가 소사이어티라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던데 그 커뮤니티를 통해 내가 몰랐던 한인 사업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한국이 아닌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를 잘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영국에 있는 한인들이 어려워하는 점들을 알지 못했으면 아마 사업을 키워가기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서 사업하거나 다른 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사고 팔려면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하는지 등을 먼저 파악한 후 사업을 시작해야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지난 2010년 유학을 시작하려고 토플 공부를 시작했을 때 정말 너무 막막했다.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시간은 불과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하다가 해커스 학원을 다니게 됐고 단기간에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브릿센트의 목표라고 한다면 영국에 해커스 같은 큰 기업을 하나 만드는 것이다.
그 대신 주제는 토플/아이엘츠/토익 등 시험점수가 목적이 아닌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영어, 회사에서 쓰는 영어, 여행할 때 필요한 영어 등을 최고의 퀄리티로 가르쳐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그렇게 큰 기업을 세우고 나면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싶다. 지금 한국에서 유학을 통해 꿈을 키우고 싶은데 비싼 등록금, 물가 등의 이유로 안타깝게 꿈을 접는 우수한 한국의 인재들을 지원해줄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김기태 / 영국 통신원 start.ted.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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