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시장을 향한 신선한 시각……
월요일 김 동환 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삼성그룹`입니다.
여러분 삼성 하면 뭐가 먼저 떠 오르십니까? 흔히 삼성을 관리의 삼성이라고들 하지요. 확실한 상명하복에 위계질서 그리고 하얀 와이셔츠에, 짙은 색 단정한 정장에 잘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 한마디로 딱 떨어지는 삼성맨의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실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임원들에게 90도로 깍듯이 인사하는 걸 예행연습까지 하면서 배웠던 26년전 삼성에서의 신입사원 연수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런 삼성의 인사와 조직 문화를 대대적으로 바꾸겠다고 나섰습니다. 상명하복의 권위적인 조직 문화를 버리고 개성과 창의라는 실리콘 밸리의 벤처 DNA를 심겠다는 것입니다. 본인 스스로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스타일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더군요. 의례 많은 수행원들과 함께 전용기를 타던 관행을 버리고 혼자 그것도 가끔은 이코노미석을 타기도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삼성은 세대의 전용기와 여섯 대의 헬기를 팔아버렸죠.
비행기만 판 것이 아닙니다. 최근 2년 동안 화학, 방산계열사 여덟 개를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팔았고 제일기획, 삼성카드, 에스원,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삼성생명은 본사사옥을 팔기도 했습니다.
그룹의 축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IT산업과 삼성생명을 축으로 한 금융으로 단순화하고 바이오 같은 신성장 동력에 집중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와이프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있었던 것이 `93년입니다. 그 동안 삼성은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고 반도체,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삼성그룹 사람들을 만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삼성그룹에는 전자와 후자가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외에 돈 버는 기업이 별로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 얘긴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인데 삼성전자의 주력 산업, 이것도 만만찬습니다.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로컬 폰 들에게 밀리고 애플은 스마트기기 하나로 삼성전자의 몇 배의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최근 몇 년 동안 잘 나갔지만 역시 중국이 조만간 D램 산업 진출한다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고 디스플레이나 가전 역시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 동안 그룹을 발전시켜온 건 사실 선발업체가 겪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규모의 경제로 더 많은 돈을 버는 패스트 팔로우 전략이 통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더 빠른 속도와 규모로 따라온 중국이라는 팔로워가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이젠 정말 퍼스트 무버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애플, 구글, 테슬라, 페이스북. 각자의 자리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미국의 벤처정신의 산물들입니다. 이제 이들이 무인차, 인공지능,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미래 산업을 두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지금 변하지 않으면 이들과의 경쟁의 대열에 설 수 없고, 그러면 우리 산업은 계속 제조업의 위기라는 얘기를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에 이은 조직과 문화를 바꾸려는 삼성의 시도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다른 그룹, 또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의 자극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26년전 연수원에 걸려있던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라는 사훈이 기억납니다. 정말 그 정신 그대로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도 함께 듭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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