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형 증권사 매물로 평가받는 현대증권 인수전이 막판까지 안갯속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된 ‘프로그레시브 딜’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금융과 한투금융 등 인수 참여 주체들이 써 낸 가격은 모두 7천억원대로 주간사 측은 가격 요소와 자금조달 방식, 시너지 등 비가격 요소 등을 최종 점검해 29일 현대엘리베이터가 써낸 가격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을 진행합니다.
28일 EY한영회계법인과 금융당국, KDB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매각주간사인 한영회계법인과 현대그룹 등은 이날 오전 회의를 갖고 본입찰 참여사들이 제시한 응찰가 등 가격 요소, 비가격 요소 등에 대한 전체적인 검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지난주 25일 본입찰 마감 이후 현대엘리베이터가 써 낸 가격 등을 당초 28일 공개하고 29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수순을 밟을 예정이었지만 본입찰 참가자들이 써낸 비가격 부분에 대한 논의 등 검토에 일정 시간이 소요되면서 일정을 하루 순연하기로 잠정 의견을 모았습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호가경쟁입찰 방식인 프로그레시브 딜의 경우 논의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금융당국·산은 "프로그레시브 딜 불가"
‘프로그래시브 딜’의 경우 본입찰에 현대엘리베이터가 써낸 가격보다 높게 써낸 인수후보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결선투표 같은 방식의 추가적인 가격경쟁을 붙이는 방식이며 인수 의향을 가진 기업보다는 매도자 측이 더 비싸게 팔 수 있어 유리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당초 매각 공고에 이 사실이 포함된 것이 아닌 데다 실제로 ‘프로그레시브 딜’이 성사되려면 본입찰에 참여한 한투금융, KB금융, 홍콩계사모펀드인 액티스 등 인수의향 기업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해 사실상 합의가 힘든 만큼 불가능한 카드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프로그레시브 딜과 관련한 질문에 “현 시점에서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은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일정이 하루 잠정 연기된 것은 이와는 무관하고 자금조달의 구체성, 인수 이후 시너지, 금융산업 발전 기여, 인수 적격성 여부 등에 대한 검토로 인한 잠정 연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딜 자체와는 무관하지만 현대그룹 정상화와 관련해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산업은행 역시 ‘프로그레시브 딜’과 관련해 그 가능성 등을 일축했습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대엘리베이터 가격 공개, 인수 주체에 대한 응찰가 통보 등의 일정이 딜레이 된 것은 ‘프로그레시브 딜’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논란이 될 수 있는 특정 인수 주체에 편의를 봐주거나 매각 방식에 변화를 주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가 본입찰 마감 이전 가격을 기재해 금고에 밀봉해 넣은 가격대나 KB금융, 한투 금융이 써 낸 가격과 관련해서는 모두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7천억원대에서 형성돼 있어 29일 가격 공개때까지 혼전 양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산은 고위 관계자 "인수가격 앞 자리 숫자 7자"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두 금융사 모두 앞자리가 7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격 요소와 비가격 요소 등을 철저히 검토해 전체적인 매각 과정이 투명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예를 들어 매각주간사나 매도자인 현대그룹, 본입찰 참여 금융사 중에서 한 곳이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해 무리한 가격경쟁이 전개될 경우 적든 많든 M&A 딜에서 핵심 요소인 가격을 높게 쓴 인수 의향 기업이 부당함을 호소하며 매각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에 착수할 개연성이 큰 이유도 이 방식이 불가능함을 설명해 주는 대목입니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사실 무근’으로, 인수가격은 시장에서 예상했던 가격대인 7천억대에서 결정되는 양상인 가운데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 법인은 최종 본입찰 서류에 적힌 인수가격과 비가격 요소 등을 최종 심사해 29일 자기자본 3조원대의 현대증권을 품는 최종 승자를 결정하게 됩니다.
지난번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미래에셋에 고배를 마시며 자기자본 6~7조원대의 대형 증권사 도약이나 비은행 부문 강화·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등의 기회를 놓친 한국투자금융이나 KB금융의 대형 증권사 딜도 이날 최종 윤곽을 드러낼 전망입니다.
시장에서는 KB나 한투 등 양사 모두 7천억원 초중반을 써 내며 사실상 몇 백억원 안팎에서 결정이 날 것일며 가격차가 크지 않아 가격과 밴드보다는 누가 인수하느냐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KB·한투금융 제시 현대證 절실‥가격차이 근소"
M&A 딜에 정통한 A 증권사 최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KB금융, 한투금융 모두 현대증권 인수에 절실한 측면이 있어서 두 군데 모두 적극적이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근소한 차이로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한 곳의 인수 후보자인 홍콩계 사모펀드인 액티스의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 향후 자본조달 구상 등의 부문에서 막판 관문 통과가 쉽지 않은데다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이 더해지며 결국 가격 대에서 조금이라도 더 쓴 한투금융이나 KB금융으로 현대증권의 새 주인이 판가름 날 공산이 높습니다.
29일 현대엘리베이터가 써 낸 가격이 윤곽을 드러내고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써낸 우선협상대상자가 최종 선정되는 가운데 이후 현대증권 매각은 대주주적격성 심사와 추가 확인 실사 등의 과정을 거치며 그동안 잇따른 매각 실패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