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AFC |
북한 남자축구도 미끄러졌다. 3월 초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 예선전에서 세계 정상급 실력으로 인정받던 북한 여자대표팀이 `한국, 일본`과 나란히 예선 탈락하는 이변을 연출하더니 이번에는 북한 남자대표팀의 러시아월드컵 본선 꿈이 깨지고 말았다.
김창복 감독이 이끌고 있는 북한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29일 오후 9시 마닐라에 있는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필리핀과의 원정 경기에서 2-3으로 역전패하며 12팀이 겨루는 최종 예선에 오르지 못했다.
A~H 8개조 1위 팀과 각조 2위 중에서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은 4팀이 최종 예선에 오를 수 있었는데 이 경기 전까지 북한은 결코 불리한 입장이 아니었다. 아시아 축구의 변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필리핀과의 맞대결만 남았기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한 탓도 있으리라.
북한은 경기 시작 후 43분에 필리핀의 바하도란에게 선취골을 얻어맞았다. 북한의 베테랑 골키퍼 리명국이 파티뇨의 1차 슛을 잘 막아냈지만 바하도란까지 밀어내지는 못한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북한은 전반전 추가 시간에 미드필더 서경진이 오른발 슛으로 동점골을 만들어 겨우 한숨을 돌렸다.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 승점 1점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최종 예선에 오를 수 있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은 후반전 초반에 리혁철이 역전골까지 터뜨리며 승기를 잡았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이미 최종 예선과는 거리가 먼 필리핀을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필리핀은 북한 선수들의 마음처럼 그리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뒷심이 놀라웠다. 지난 해 6월 열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필리핀이 서아시아의 다크호스 바레인을 2-1로 이긴 것과 지난 해 10월 8일 평양에서 열린 경기에서 북한과 0-0으로 비긴 것을 가볍게 여긴 탓이 컸다고 봐야 한다.
마닐라 극장은 84분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탄톤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마누엘 오트가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렸고 정규 시간이 끝나는 90분에 극적인 재역전 결승골이 터졌다. 파티뇨에게 공이 연결됐을 때 북한 수비수들이 공을 갖지 않은 상대의 위험 인물을 살피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거기서 후반전 교체 선수 이안 램지가 마지막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최종 예선 진출이 가장 유력한 팀 중 하나였던 북한이 이렇게 미끄러지고 그 대신 탈락 확률이 높았던 C조의 중국이 이미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지은 카타르와의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두는 바람에 환호성을 질렀다.
중국은 2002년에 열린 한일월드컵 본선에 올라왔던 이후 처음으로 최종 예선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결과(29일 오후 9시, 마닐라)
필리핀 3-2 북한 [득점 : 바하도란(43분), 마누엘 오트(84분,도움-탄톤), 이안 램지(90분,도움-파티뇨) / 서경진(45+2분), 리혁철(48분)]
◇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진출 팀 목록
A조 : 사우디아라비아 8경기 20점 6승 2무 28득점 4실점 +24 / 아랍에미리트 8경기 17점 5승 2무 1패 25득점 4실점 +21
B조 : 호주 8경기 21점 7승 1패 29득점 4실점 +25
C조 : 카타르 8경기 21점 7승 1패 29득점 4실점 +25 / 중국 8경기 17점 5승 2무 1패 27득점 1실점 +26
D조 : 이란 8경기 20점 6승 2무 26득점 3실점 +23
E조 : 일본 8경기 22점 7승 1무 27득점 0실점 +27 / 시리아 8경기 18점 6승 2패 26득점 11실점 +15
F조 : 태국 6경기 14점 4승 2무 14득점 6실점 +8 / 이라크 6경기 12점 3승 3무 13득점 6실점 +7
G조 : 한국 7경기 21점 7승 24득점 0실점 +24
H조 : 우즈베키스탄 8경기 21점 7승 1패 20득점 7실점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