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열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마음을 위로한다.
그림은 오래전부터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승화시킬 수 있는 도구였다. 프리다 칼로, 반 고흐, 에드바르 뭉크, 르네 마그리트 등 예술가들은 모두 자신의 상처를 그림으로 극복하고 이를 발판으로 예술계의 아이콘이 됐다.
미술치료 베스트셀러 ‘그림의 힘’의 저자이자 대한민국 미술치료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차병원 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김선현 교수가 20년간의 임상 상담과 트라우마 치료 노하우가 집약된 신간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를 펴냈다.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기존의 미술치료 도서가 인문·심리 분야의 그림감상 혹은 단순 미술활동에서 그쳤던 것과 달리, 그림 30점과 24단계 트라우마 치유 단계별 그림그리기 활동을 제시해 혼자서도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도록 시도된 복합적 ‘트라우마 힐링워크북’이다.
실제 미술치료에 쓰이는 명화감상, 그림그리기, 그림분석 단계를 그대로 담고 있는 이번 신간에서는 특히 트라우마를 극복한 화가들의 그림으로 트라우마의 원인을 전문적인 가이드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명화감상 치료는 감정 이입을 통해 현재의 슬픔이나 불안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미술치료법으로 트라우마 치료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세월호 참사 유가족, 연평도 포격 사건 피해자, 일본 위안부 피해자 등 국가적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을 치료해온 김선현 교수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전과 다른 형태의 국가적 트라우마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집필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트라우마는 과거에 겪은 충격적인 사건에 의한 정신적 상처를 의미하는 정신의학 분야의 전문용어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파리 대테러, 중국 쓰촨성 대지진, 일본 원자력 사고, 미국 9?11사건과 같은 인재 대참사와 대만 엽기 살인 사건, 묻지 마 살인 등 전세계적으로 정신적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정신적 상처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 만큼 상처를 공감하고 어루만지는 데는 익숙하지 않아 사회와 개인의 트라우마는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미술치료학회 초대회장이자 대한트라우마협회 협회장인 김선현 교수는 “미술치료야말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말보다 심리적 거부감이 적어 편안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고 그림을 통해 자유로운 감정 표현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선현 교수는 “사람은 아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한 단계 더 성장할 수도 있고 퇴보할 수도 있다”라며 “엄밀히 따져보면 ‘아픈 만큼 성장한다’보다는 ‘아픔을 극복한 만큼 성장한다’가 더 맞는 말로 이번 신간이 저마다 마음 깊숙한 곳에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