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로 중국 점령 송중기 “진정한 한류스타는 송혜교 선배와 '아시아프린스' 이광수”

입력 2016-04-16 08:30  



배우 송중기는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2개월간 숱한 화제를 모으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지난 14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5일 오전 11시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태양의 후예’ 주연 송중기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여느 때처럼 밝고 예의 바른 모습으로 등장한 송중기는 종영한 드라마와 인간 송중기, 유시진 불사신설, 송혜교와의 호흡 등 다양한 질문에 대답을 내놓았다. 드라마 종영 간담회라기엔 상당히 넓은 분야의 이야기가 오갔다.

오전 11시 정각에 시작한 간담회는 정오에 끝이 났다. 송중기는 6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것도 수많은 기자들을 상대로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태양의 후예’는 드라마 인기와 더불어 송중기 신드롬을 일으켰다. 송중기 효과는 대단했고, 인기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송중기 상사병을 주의하라’는 경고를 내리기도 했다.

“최근 홍콩에 드라마 프로모션으로 다녀왔다. 그전까진 기사로만 해외 반응을 듣고 있었지 직접 몸으로 느낀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런 점에서 홍콩 프로모션은 의미가 있었다. 정말 해외 팬들도 우리 드라마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계시구나를 직접 느꼈다. 프로모션이 끝나고 한 잡지화보를 촬영하는데 사진작가님과 몰래 나가서 길거리에서 사진 찍었다. 그때 인기를 많이 느꼈다. 얼떨떨했다. 놀랍기도 했고 굉장히 기쁘기도 했다.”

이 같은 뜨거운 열풍은 ‘태양의 후예’ 남자 주인공 유시진 역의 송중기 덕이라는 반응이 크다. 군 제대 후 상남자가 된 송중기는 유시진을 멋지게 표현해내면서 ‘군인 판타지’를 만들어냈다.

“평소 내 생각이 맞았구나하는 걸 한 번 더 깨닫는 계기가 됐다. 현장에서 작품을 해올 때마다 으쌰으쌰 하는 편인데 모든 구성원들이 작품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으로서의 책임감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번 드라마는 해외 촬영도 있었고 시간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힘든 상황이 많았다. 자신감 붙었다면 이런 부분이 아닐까.”

‘태양의 후예’ 속 판타지적인 설정과 오글거리는 대사는 송중기를 통해 극적으로 치닫는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 역시 매력이다. 유시진의 돌직구 고백은 여심을 저격했다. 밀당만 하는 요즘 남자들과 달리 유시진은 사랑 앞에서 과감한 직구를 던진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이 시간 이후로 내 걱정만 합니다", "내내 후회했습니다. 그날 아침에 얼굴 안 보고 간 거", 되게 보고 싶던데 무슨 짓을 해도 보고 싶던데" 등은 명대사가 됐다.

“일단 대사에 대한 건 취향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느끼는 분이 있다면 그분들의 의견도 존중하는 바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은숙 작가님이 주신 대사를 연기하면서 오글거린다곤 그렇게 많이 느끼지 않았다. 혹여나 시청하시는 분들 입장에서 대사를 그렇게 느끼시는 분이 있다면 제가 가진 제 색깔로 같이 융화시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서로의 단점을 서로의 장점으로 보완하며 제 일은 조직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송중기의 연기는 강모연 역의 송혜교를 만나면서 더욱 빛이 났다. 그가 송혜교와 함께 만들어 간 멜로는 가슴 찡한 장면을 숱하게 만들어 냈다. 선남선녀인 두 사람의 로맨스는 시청자를 대리만족시키며 심쿵을 유발했다. 1회부터 16회까지 만남, 이별, 재회 등 다양한 엔딩을 명장면으로 바꿔놓았다. 방송 전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송중기(유시진 역), 송혜교(강모연 역)의 멜로는 “다음 생애도”라는 말과 함께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제 이상형은 변함없이 현명한 여자다.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않나 싶다. ‘태양의 후예’ 촬영을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분이 혜교 누나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저는 넘볼 수도 없는 선배님인데 이 분이 이 위치에서 계속 노력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괜히 이분이 송혜교가 아니구나’를 많이 느꼈다. 굉장히 배려를 많이 해주는 편이었다. 연기 슛 돌아갔을 때 연기하는 스타일도 그랬고, 15~16회는 강모연이 우는 신이 많았다. 제가 부상을 많이 당해서 요양하고 있을 때 몰아서 찍은 것이다. 그때 송혜교가 제가 안 나오니깐 감정신을 연달아하면 힘든데도 본인이 자처해서 몰아서 한 것이다. 그때도 고마움을 느꼈다. ‘나도 앞으로 후배에게 그렇게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또 성격이 당당하신 편이다. 그런 점도 후배 입장에서도 배워야 할 점이라고 느꼈다.”

블록버스터 멜로드라마로서 군인과 의사의 사명감을 강조한 이 드라마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많았다. 그 속에 유시진도 있었다. 그는 절대 안 죽는 불사신 캐릭터로 죽다가도 살아났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지만 드라마를 계속 보게 한 힘은 송중기였다.

“유시진은 불사조 맞는 것 같다. 많이 살아 돌아오더라. 저는 그런 부분들이 연기하는 입장에서 마음에 든 부분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저희 드라마 장르는 멜로라고 생각했고 어떠한 설정도 다 멜로를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만족하고 작가님들의 설정을 존중하는 부분이다. 특히 15회에서 유시진이 돌아오는 거 보면서 ‘어우 어떡해’라며 저도 많이 뭉클했던 것 같다. 그때 배우들과 메신저 대화도 많이 나눴는데 다들 뭉클했다고 하더라. 쟁쟁한 배우들과 같이 했다. 정말 도움 받은 분들이 많다. 강신일 선배님과 함께 하게 됐을 때 정말 기뻤다. 촬영하다가 엎어진 작품이 있었는데 다시 만나게 돼서 기뻤고, 얼마 전에 회식 때 선생님하고 번호 교환을 했다. 선생님이 장문의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눈물이 날 정도였다. 선생님의 말씀이 공부가 많이 됐다. 진구 형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 형은 영화를 굉장히 많이 하시고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지 여유로움이 있다. `너 해봐` 그런 자세가 있으신데 나도 후배들한테 그렇게 해야겠구나를 느꼈다. 데이비드 맥기니스(아구스 역)한테도 고마운데, 한국에서 힘든 현장이었을 텐데 너무나도 나이스한 애티튜드와 열정이 대단했다.”

한·중 동시 방영 드라마로 100% 사전 제작된 `태양의 후예`는 드라마계에 새 역사를 썼다. 이 드라마는 9회 만에 시청률 30%를 돌파했다. KBS 드라마가 30%를 넘어선 것은 `제빵왕 김탁구` 이후 6년 만이다. 송중기 신드롬은 KBS 뉴스에서도 통했다. 지난달 30일 송중기는 연예인 최초로 KBS1 `뉴스9`에 출연했다. 송중기는 단 5분 출연에 `뉴스9`은 최고 시청률 23.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고, 이어 방송한 `태양의 후예`도 자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유시진을 연기하면서 ‘이렇게 해야 내 여자가 좋아하는 구나’라는 것을 배웠다. 물론 김은숙, 김원석 작가가 만들어준 것이지만,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왜 유시진을 좋아했는지 알 것 같다. 내 남자에게 듣고 싶은 말을 많이 배운 것 같다. 실제도 유시진과 비슷했다면 엄청난 사랑을 받았을 텐데. 유시진이라는 남자가 진짜 있을까 싶다. 그냥 멋진 놈인 것 같다. 제 멜로 연기 비결이라고까지는 하기는 그런데 저는 꼭 멜로 장르가 아니어도 무조건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책이다. 책에 나온 대로만 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본을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편이고, 이 대사, 이 장면, 그 전 장면, 이걸 작가님이 왜 썼을까 글쓴이의 입장에서 생각한 적이 많다. 또 굳이 멜로 연기 비결을 말하자면 평소에 제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멜로 연기할 때 느끼하게 하지 말자 그런 소신이 있다.”

송중기는 이번 작품을 통해 빈틈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평이다. 그는 유머, 액션, 진지함까지 더한 팔색조 배우였다.

“제가 요즘 머릿속에 가장 많이 있는 질문이자 스스로에게 많이 하는 질문이 초심이다. 어떻게 보면 초심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그릇은 예전보다 커졌는데 초심이 그대로 머물러있다면 초심을 담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초심은 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그릇이 커졌다는 건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회사가 될 수도 있고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분들도 생겼다. 그분들에게 절대 실망시켜드리면 안 된다는 의미다. 차태현이 그런 의미에서 그릇이 큰 배우다. 제가 한 모든 행동은 그 형에게 배운 게 많다. 그리고 진정한 한류스타는 송혜교 선배와 `아시아프린스` 이광수라고 생각한다.”

이제 관심사는 송중기의 차기작이다. 송중기는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에서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를 구출하려고 군함도에 잠입하는 독립군 박무영으로 분한다. 유시진 대위의 인기가 독립군 박무영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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