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구운 고기는 먹어야 될까 말아야 될까.
임신중 구운 고기를 먹으면, 그것도 많이 먹게 될 경우, 저체중아를 낳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신중 구운 고기를 먹게 될 경우에 대해 인하대병원이 국내 임신부 778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다.
임신 중인 여성이 불에 굽거나 기름에 튀긴 고기를 많이 먹으면 저체중아를 낳을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 국내 대규모 역학조사에서 처음 확인됐다.
그 원인으로는 높은 온도의 불판이나 불꽃, 기름에 직접 접촉하면서 고기를 조리할 때 나오는 발암성 유해물질인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가 지목됐다.
인하대 사회의학교실 임종한 교수팀은 서울대, 이화여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2006년부터 2011년 사이에 임신 12~28주였던 778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벌여 임신 중 고기 섭취가 출산 후 아이의 체중에 미치는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임신 기간 바비큐와 튀김, 훈제 등의 형태로 고기를 먹는 양과 빈도에 따라 9단계 그룹으로 나누고, 고기를 아예 먹자 않은 그룹과 출산 직후 아이의 몸무게를 비교했다. 임신부가 먹은 고기는 쇠고기와 돼지고기, 생선 등이 모두 포함됐다.
전체적으로는 조사 대상자 중 52%가 임신 중에 다량의 PAHs가 배출될 수 있는 형태로 고기를 섭취했는데, 섭취 빈도는 `거의 안먹는다`(1단계)거나 `1개월에 1차례`(2단계)에서부터 `하루 3차례`(9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분석결과를 보면 1단계 그룹 사이의 아이 몸무게 차이는 17.48g이었다. 다시 말하면 높은 온도에서 고기를 직접 익혀 먹는 양과 빈도가 1단계 높아질수록 아이의 몸무게는 17.48g 적었다는 얘기다.
전체적으로는 직화 고기를 임신 기간에 전혀 먹지 않은 임신부와 하루 3차례 이상으로 많이 먹은 임신부가 낳은 아이의 체중 차이는 최대 174g에 달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가 고온에 고기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PAHs에 기인하는 것으로 봤다. PAHs는 탄수화물, 단백질 등이 불완전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10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게 국제암연구소(IRAC)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벤조피렌이다.
임종한 교수는 "고기를 직접 굽거나 기름에 튀길 때 나오는 벤조피렌 등의 유해물질은 몸속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태반 혈관에 손상을 일으키거나 염증 물질 자체가 직접 태아한테까지 흘러들어 갈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태아의 체중이나 키, 머리 둘레가 줄어들거나 미숙아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연구결과 중에는 가정에서 간접흡연에 자주 노출되거나 불에 직접 구운 고기를 많이 먹은 어린이의 PAHs 농도가 매우 높았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임신 중에는 가급적이면 불에 직접 조리한 고기를 피하고, 삶거나 찐 고기를 먹는 게 좋다고 연구팀은 권고했다.
임 교수는 "불에 직접 조리한 고기가 해롭다고 해서 임신기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 자체를 피할 수만은 없다"면서 "다만 직화구이 방식으로 고기를 자주 먹으면 아이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불에 직접 조리하는 대신 삶거나 찌는 방식으로 고기를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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