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열악한 법적 지위를 단적으로 드러낸 판결로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탁송기사로 일하다 숨진 이 모(사망 당시 72세)씨의 부인이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씨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글로비스에서 신차 탁송을 하청받은 S사에서 일했다.
차량을 직접 운전해 인도하고 차량인수증을 받은 뒤 대중교통으로 복귀하는 방식으로 한 달에 20여 대를 운송했다고 한다.
탁송료는 매달 25일 한번에 받았고 회사는 탁송기사들에게 근무복을 지급하고 매달 고객서비스 교육도 했다.
이 씨를 비롯해 S사에서 일한 20여 명의 탁송기사들은 근로계약서를 쓰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씨는 2012년 2월 화물차를 몰고 광주에서 강원도로 탁송 업무를 하다가 충북 증평군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지급이 거부되자 부인이 소송을 냈던 것.
1심은 이 씨를 S사의 근로자로 인정했다.
독립된 지위에서 탁송을 위탁받을 수 없었고 정기적으로 받은 탁송료도 외견상 월급과 같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2심은 이 씨가 종속적 관계에서 일한 게 아니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S사의 취업규칙과 인사·복무규정을 적용받지 않았고 탁송료도 고정된 기본급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규칙적으로 출퇴근하고 다른 업체의 탁송 업무를 하지 않은 근무 형태도 회사 방침이 아닌 이 씨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2심은 판단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지만 종속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씨처럼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각종 사회보험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택배기사 등 6개 직종만 예외적으로 산업재해 보상을 받고 있을 뿐이다.
오는 7월부터 대출모집인 등 3개 직종이 추가되지만 탁송기사나 영화제작 스태프 등 30여 직종이 여전히 근로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여 일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218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