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하나뿐인 딸
새벽4시, 수화기 너머의 낯선 남자는 하나(가명) 씨 아버지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주었다. 일본에서 유학중인 딸 하나가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 왔다는 것이다. 서둘러 아내와 함께 일본으로 떠났지만 딸이 있는 곳은 응급실이 아닌 경찰서의 시신보관실이었다.
2015년 5월26일 아침 7시2분, 스물 셋 하나씨는 가족이 도착하기도 전,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에게 믿기 힘든 이야기가 전해졌다.
“(경찰에서)타살인지, 교통사고인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하나씨 부모님 인터뷰 中-
한 순간에 ‘사고’는 ‘사건’으로 바뀌었다.
◆ 콘포토멘션 104호 미스터리
부부가 8개월 만에 만난 딸의 모습은 너무도 참혹했다. 입도 다물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은 하나씨, 그녀의 사인은 출혈성 쇼크였다. 몸 안에 뼈들이 부러지고 장기가 손상되었고, 장기를 보호하는 복막들까지 망가져 있었다. 교통사고가 아니면, 누가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놀랍게도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처음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던 남자, 바로 하나 씨의 남자친구, 김재민(가명)이었다. 하나 씨는 학교 근처의 맨션에서, 사망하는 날까지 57일간 김 씨와 함께 살았다. 처음 하나 씨를 응급실로 데려온 사람도 김 씨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집안 화장실 욕조 안에 쓰러져 있는 하나 씨를 발견했고 이후 하나씨를 업고 밖으로 나와 지나가는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 119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날, 가장 먼저 응급실로 찾아왔던 하나 씨의 친구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병원에서 만난 남자친구 김 씨 곁에 또 다른 여자, 김소라(가명)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이 (김 씨한테) 무슨 관계냐 물어봤는데, 머뭇머뭇 하다가 사귀는 사이라고 얘기 하더라고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어봤거든요. 하나는 약혼녀고, 그 여자는 여자친구라고 했어요.“ -하나 씨 친구 인터뷰 中-
보통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답변에 경찰마저 당황스러워 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김소라 역시, 하나씨의 집에서 함께 살았다고 한 점이다.
“일반적으로 좁은 집에 3명이 사귀는 관계였다면 같이 살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저는 잠깐 놀러온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 -하나 씨 이웃 인터뷰 中-
의문스러운 점은 또 있었다.
“재민이가 (병원에서) 소라한테 ‘넌 집에 가있어라’ 이야기를 했대요. 소라는 집에 가서 방 청소를 했고, 세탁기 돌려서 (하나)옷을 빨았다고 했어요. “ -하나 씨 부모님 인터뷰 中-
과연 그날, 그들이 함께 살고 있었던 104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하나 씨 가족으로부터 그녀의 휴대폰과 비밀 수첩들을 입수, 놀라운 사실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 진실을 쫒아서..4일간의 재판
지난 5월 9일, 일본 고베 법원에서는 하나씨 사건을 두고 첫 공판이 열렸다. 제작진은 현지 취재 중 직접 참관할 수 있었고 재판은 4일간 진행되었다. 뜨거운 논쟁 속, 남자친구 김 씨는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솔직히 억울하고요. 저를 의심하는 것도 속상하고요. (하나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재판을 받던 중 김 씨의 진술-
건축가가 되어 예쁜 3층짜리 집을 짓고, 그 안에 가족들을 살게 하는 것이 꿈이었던 스물 셋, 하나 씨. 그녀의 꿈이 산산조각 난 건 정말 우연한 사고였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진실을 추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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