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협상의 기술` 입니다.
용선료를 깎아달라는 현대상선과 선주사들 간의 협상이 진척이 없습니다. 지난 18일이 당초의 기한이었고 채권단이 데드라인으로 연장해준 날짜가 20일이라더니 오늘 24일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하기로 한 날까지는 마무리를 해야 출자전환을 할거라는 배수의 진을 쳤었습니다. 그런데 또 그 기한이 31일 사채권자 집회일 이전인 30일까지로 밀려날 듯 합니다.
용선료 인하가 없으면 출자전환 안하고 그러면 다음 수순은 법정관리라는 엄포를 놓던 채권단은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협상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출자 전환을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 것 같습니다. 물론 채권단의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말입니다.
이런 식이면 협상의 주도권은 이미 선주사 쪽으로 넘어간 거죠. 데드라인이라는 건 한번 깨지기 시작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한번만 더, 한번만 더` 하며 미뤄주면 결국 다 허물어지는 것입니다. 협상의 기술치고는 하수라고 밖에 할 수 없겠습니다.
노련한 협상가는 줄 것과 취할 것을 처음부터 명확히 합니다. 양보의 선을 산정해놓고 이 원칙을 지킵니다. 또 상대방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안을 고집부리면서 진을 빼지 않습니다. 감정이 상하면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말이 협상이지 법정관리 가면 5년전 대한해운처럼 당신들 한 푼도 못 받고 그러면 공멸이라는 불쾌한 구도를 만들어 놓고 시작한 거라 협상장의 분위기는 어두울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 남은 일주일이란 시간에 극적으로 협상이 성공하면 모든 게 해결됩니까? 사실 문제는 이때부터입니다. 배를 가진 선주사들도 배들을 지으면서 돈을 빌리죠. 선박금융을 하는 것입니다. 선박금융의 구조를 보면 용선료 협상이 끝이 아닌 걸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억불 짜리 배를 짓기로 한다고 하죠. 그럼 선주사들은 계약금을 일부 내고 현대상선 같은 해운사와 장기 용선계약을 맺어 용선료 수입을 확정하고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즉 해운사가 용선료를 꼬박꼬박 낸다는 전제로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입니다.
당연히 배를 빌려가는 해운사의 신용도가 선박금융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만약 이번에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용선료의 30%를 깎는데 성공하면 이 배들에게 선박금융을 해준 해외 은행이나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될 수 도 있고 그러면 향후에 해운 경기가 좋아져서 정말 배가 필요할 때 우리 해운사들은 새로운 배를 빌리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은행들이 선박금융의 대상 해운사에서 제외 해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다 죽게 생겼으니 어떻게든 살려 놓고 보자는 거 어쩔 수 없겠습니다. 그런데 살려 놓고 보니 사지 멀쩡하지 않고 혼자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면 계속 또 다른 희생이 따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원칙이 필요한 것입니다. 제대로 구조조정을 해서 세계적인 선사로 탈 바꿈 시키던지 아니면 아예 시장기능에 맡기던가 말입니다.
그 원칙을 지키는 게 사실은 가장 필요한 협상의 기술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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