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시장을 향한 신선한 시각……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무너진 `신화` 입니다.
흔히들 예상 밖의 큰 성공을 거두면 신화를 창조했느니 신화적 존재니 하는 표현을 씁니다. 그 중에서도 샐러리맨 신화라는 말이 우리 평범한 사람들에게 특히 직장인에게 가장 와 닿는 말이겠지요. 결국 법정관리로 가게 된 STX그룹의 강덕수 회장 만큼이나 극적인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도 없을 겁니다. 평직원으로 시작해 부실화된 자기가 다니던 회사를 인수하면서 불과 몇 년 만에 조선, 해양을 중심으로 재계 14위까지 성장을 한 그야말로 신화적인 존재였습니다. 그와 만나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얘기했습니다. `꿈이 참 큰 분이더라`고 말입니다.
배를 지어 달라는 주문이 밀리면서 진해 조선소의 도크는 동이 났고 마침 인수한 STX팬오션에는 화주들의 주문이 이어지면서 전세계를 누비며 배를 빌렸습니다. 또 바다 건너 중국 대련에 새로운 조선소를 지었고 초호화 유람선 업체인 야커야즈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사세가 기울어가던 2011년에는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세월이었습니다.
세계 경제가 침체로 돌자 배를 지어달라는 주문은 끊겼고 해상 운임은 고꾸라졌습니다. 여기에 호황기에 난립했던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수주가 들어오며 상대적으로 조선 3사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STX조선에 바로 충격이 왔고 그룹의 현금은 동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멈춰야 했습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수주가 필요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남지도 않는 주문을 받아 은행에 내밀고 또 돈을 빌리고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채권단 관리가 된 2013년에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유조선을 12척이나 발주한 한 나라의 대사가 찾아와서 STX조선이 힘들어져도 배는 꼭 인도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당시 산업은행에서 계산해 보니 이 배를 다 지어 넘기면 족히 3,000억 원은 적자가 나겠더란 겁니다. 결국 1,000억 원이나 되는 위약금을 주고 계약을 파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건데 때는 이미 늦은 거지요.
지금 한참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있는 조선3사, 그 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STX조선의 법정관리를 잘 봐둬야 할 겁니다. 그저 연명만 할 정도로 찔끔찔끔 쏟아 부은 돈이 은행관리가 된 뒤에도 4조 5,000억 원입니다. 그런데 정작 경영진에서는 이 돈을 만져보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빚 갚고, 위약금 물고, 저가 수주로 인한 손실 메우느라 말입니다. 정작 회사를 살려내는 힘의 원천인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단 한 푼의 돈도 쓸 수 없는 구조조정 자금이었던 겁니다. 대우조선 해양도 이런 식으로 할거라면 아예 지금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우리는 더 많은 신화를 보고 싶어합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사라진 시대에도 작은 기업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대기업이 되는 신화를 보고 싶습니다. 삼성, 현대, LG, 사실은 다 그런 신화들 아닙니까? 그러려면 지금 당장은 아프고 힘들어도 지금 우리 산업, 제대로 구조조정 아니, 구조개혁을 해야 합니다. 정답을 보여 주고 시험을 보는데도 틀린다면 그건 둘 중에 하나입니다. 아예 학습능력이 없거나, 학교 다닐 의지가 없는 겁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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