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대한축구협회 |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보였다. 나흘 전 스페인에게 당한 1-6 대배의 아픔을 씻어내자는 의지가 돋보였다. 그렇게 만들어낸 전반전 두 골 순간은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5일 오후 10시 10분 프라하에 있는 에덴 아레나에서 벌어진 체코 공화국과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2-1로 멋진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주장 기성용이 부상을 당해 벤치에 대기해야 했지만 `주세종-윤빛가람-정우영`이 형성하는 삼각형 중원에 무게 중심을 두고 4-2-3-1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맨 앞에는 키다리 골잡이 석현준이 야생마처럼 뛰어다녔다.
경기 시작 후 26분만에 아름다운 선취골이 나왔다. 역습 과정에서 손흥민이 밀어준 공을 받은 석현준이 재치있는 드리블로 프리킥을 얻어낸 것이다. 이 기회를 윤빛가람이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그의 오른발 끝을 떠난 프리킥이 체코 골문 크로스바 하단에 스치며 빨려들어갔다. 현역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인 페트르 체흐가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소용없는 골이었다.
그리고 40분에 터진 추가골은 누가 뭐래도 `슈퍼 골`이었다. 주세종이 체코의 간판 미드필더 토마시 로시츠키를 압박하며 공을 가로챘고 윤빛가람이 재빠르게 빠져나갔다. 여기서 더 빠른 타이밍의 패스가 석현준을 빛낸 것이다. 석현준의 오른발 대각선 슛은 각도를 줄이며 몸을 내던지는 페트르 체흐까지 겁을 먹을 정도로 강력한 골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선제골과 위력적인 추가골 덕분에 한국 선수들은 더욱 자신감 넘치는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었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교체 선수 마렉 수히가 날린 장거리슛이 수비수 곽태휘의 다리에 맞고 굴절되어 만회골이 터지기는 했지만 한국은 골키퍼 정성룡의 침착한 세이브 덕분에 더이상 실점하지 않고 전반전에 터진 멋진 두 골을 지켜낼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포 백 라인을 제외한 미드필더와 공격수 모두를 교체하여 동점골을 뽑으려는 체코 공화국 선수들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
6월 10일부터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EURO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 D조에 속하여 `스페인, 크로아티아, 터키`를 상대해야 하는 체코 공화국으로서는 이 마지막 평가전에서 패하는 바람에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짐을 꾸려야 했다.
이제 슈틸리케호는 오는 9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준비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야 한다.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5일 오후 10시 10분, 에덴 아레나-프라하)
★ 한국 2-1 체코 공화국 [득점 : 윤빛가람(26분), 석현준(40분,도움-윤빛가람) / 마렉 수히(46분)]
◎ 한국 선수들
FW : 석현준(88분↔황의조)
AMF : 손흥민(90+2분↔임창우), 윤빛가람(63분↔이재성), 지동원(90+4분↔기성용)
DMF : 주세종(63분↔한국영), 정우영(82분↔홍정호)
DF : 장현수, 김기희, 곽태휘, 이용
GK : 정성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