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음악교사 A(36·여)씨는 지난 2일 동요 가사를 개사하는 수업을 하다 3학년 학생의 공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만의 가사를 적는 괄호에 `앙 기모찌, 야마떼`라는 글 때문이었다.
기모찌와 야마떼는 각각 `좋아` `그만해`라는 뜻의 일본어로, 일본 성인동영상에서 자주 쓰인다. 결국 음란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쓴 단어로 A 교사는 판단했다.
지난 3월 또 다른 등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교사 B(40)씨에게 충격적인 제보를 했다. 친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음란한 용어로 대화한다는 것이었다.
B 교사가 진상을 파악해보니 사실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생 3명이 단체 대화방에서 "너, 000했냐", "000 해버려" 등 글이 적혔다. `000`를 컴퓨터 키보드에서 순서대로 치면 성관계를 의미하는 영어단어가 생긴다.
B 교사는 학생지도위원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한 뒤 부모들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성관계와 폭력 의미를 담은 신종 비속 은어는 초등학교에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주로 SNS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여자 선배들이 남자들을 집으로 불러 성폭행한다는 `0000`, 친한 동생을 누군가 괴롭혔을 때 대신 싸우거나 보복하는 의미를 가진 `00`, 이성 교제를 뜻하는 `00` 등이 초등학교에서 주로 문제 되는 은어들이다.
A 교사는 "이런 은어들을 대다수 5·6학년생이 아는 것 같고 저학년들도 따라 하는 것 같다"며 일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신종 은어의 급속한 확산은 초등학생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심리 때문으로 교사들은 분석했다. 야한 동영상이 초등학생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따라서 휴대전화로 쉽게 접하는 유해매체를 차단하고 부모와 자식 간 긴밀한 대화를 자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선경 한국 아동·청소년상담협회장은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1학년만 돼도 스마트폰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유해매체를 접한다"며 "아이들이 이런 언어를 쓰는 사실을 부모가 일찍 알면 잘 대응할 수 있는데, 초등학생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탓에 언어 습관을 잘 모른다"며 가정에서 대화를 자주 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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