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중진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 소속 예비후보에게 지역구 변경을 요구하는 내용의 전화를 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윤 의원과 최 의원이 지난 1월말 수도권 예비후보인 A씨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뜻`을 거론하며 공천 보장을 조건으로 지역구 변경을 요구했다며 18일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에서 윤상현 의원은 "빠져야 된다, 형.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딘지 알잖아. 거긴 아니라니까", "경선하라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친박이다. 대통령 사람이다. 서청원, 최경환, 현기환 완전 핵심들 아니냐" 등의 발언을 했다.
윤상현 의원은 또 "형이 (변경) 안 하면 사달 난다니까. 형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 형에 대해서"라며 A씨를 압박했다고 TV조선은 보도했다.
최경환 의원도 통화에서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그건 보장하겠다는 것 아니냐", "감이 그렇게 떨어져서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 그렇게 하면 우리가 도와드릴게"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게 VIP(대통령) 뜻이 확실하게 맞는 거냐`는 이 예비후보의 질문에 "그럼, 그럼"이라며 "옆(지역구)에 보내려고 하는 건 우리가 그렇게 도와주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같은 녹취 내용이 공개되자 총선 공천 당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해온 비박계는 "친박계의 공천 전횡이 드러났다"면서 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 탈락해 탈당한 뒤 당선됐다가 최근 복당한 주호영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박 실세란 사람들이 `진박 놀음`도 모자라 자유로운 출마 의사를 막는 협박에 가까운 일을 한 것이 드러났다"면서 "당에서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형사적으로 처벌할 사유가 있다면 수사를 의뢰해서라도 진실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또 "어떤 지역이기에 친박 실세가 나서서 예비후보로 경선조차 하지 못하게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했는지, 그 지역에서 당선된 분은 입장을 밝히고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정병국 의원도 개인 성명에서 "핵심 친박 인사들의 공천 개입 진실이 드러났다"면서 "계파 패권주의를 앞세운 핵심 친박 인사들의 공천 당시 이런 행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이제야 베일의 일부를 벗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최경환, 윤상현 의원측은 "해당 예비후보에게 다른 지역구 출마를 권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같은 당 예비후보들끼리 싸우지 말고 `윈윈`하는 쪽으로 정리하자는 취지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최 의원과 윤 의원이 통화한 예비후보는 경기 화성갑에서 화성병으로 지역구를 옮긴 김성회 전 의원인 것으로 안다"면서 "화성갑 지역구는 서청원 의원이 당선된 곳이어서 다음달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을 고민하는 서 의원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 의원 측은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라면서 "일부 언론에서 불출마를 결정했다고 보도했으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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