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청아에게 ‘운빨로맨스’의 한설희가 각별한 이유

입력 2016-07-25 07:20  



OCN ‘뱀파이어 탐정’과 MBC ‘운빨로맨스’. 2016년 상반기를 쉼 없이 달려온 배우 이청아가 드디어 숨을 돌리기 위해 멈춰 섰다. 지친 몸은 잠시 휴식을 취하겠지만, 배우로서 긴 미래를 꿈꾸는 이청아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예전에는 ‘새로운 캐릭터를 맞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지 노력은 없었어요. 오만했죠. 순진한 캐릭터로 이미지가 잡히다 보니 어느 순간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시사회도 가고, 패션에도 신경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저의 이미지가 바뀌는 것을 보고 희열을 느꼈어요.”

이청아는 지난 14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를 통해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캐릭터로 또 한 번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청아는 아직도 새로운 캐릭터에 목마르다. ‘운빨로맨스’가 이청아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은 것도 그래서다.

“좋은 대본과 감독님, 동료 연기자들을 만나 너무 좋았어요. ‘뱀파이어 탐정’과 겹치기 촬영을 해야 해서 ‘죄송하다’는 생각에 고사했어요. 여러 번 제의가 오면서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 좋았고,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밌게 준비했어요.”

‘운빨로맨스’는 미신과 과학이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남녀가 만나 벌어지는 힐링 러브스토리를 담은 드라마. 이청아는 극중 세계적인 스포츠 에이전트의 한국 지사장이자 똑 부러지는 알파걸 한설희를 연기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4부까지는 분량이 많지는 않았어요. 대신에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죠. ‘스펙트럼을 넓이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이청아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운빨로맨스’라는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녀는 ‘운빨로맨스’, 그리고 한설희라는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설희가 불쌍했어요. 이미 대본을 알고 있는데, 설희는 자기 상황만 알고 있지만 저는 전체를 알잖아요. 설희의 사랑이 어떻게 끝날지 이미 보이는데, 과거를 붙잡고 도돌이표를 그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너는 갈 곳이 없지만 나라도 너를 사랑해줄게’라는 생각으로 설희를 아꼈어요.”



이청아는 당당한 매력의 ‘걸 크러쉬’ 캐릭터로 거듭났다. 한설희는 유학시절 홀로 외로이 타지생활을 견디던 제수호(류준열)에게 손을 내밀며 그의 첫사랑이자 전부였던 인물. 한국에서 다시 만난 그를 되찾기 위한 행보를 펼쳤다. 한설희는 제수호를 만나기 위해 그의 워크샵에 따라 나서거나 그의 집에 찾아가 음식을 챙겨주는 등 무모한 ‘첫사랑 되찾기’를 펼쳤다. 한설희는 제수호의 냉담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의 첫사랑이자 전부였기에, 그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 당찬 자신감을 보였다. 이 같이 ‘첫사랑’하면 떠오르는 슬픈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쿨한 모습으로 ‘첫사랑의 공식’을 새로 쓴 그녀의 활약에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설희는 치사한 짓을 못 해요. 나름대로 멋있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는 아이라서 상큼하게 들이대더라도 치근덕거리지는 말자고 생각하며 뒤에서 후회하는 친구예요. 설희가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정말 쿨하게 마음을 접고 도와주는 게. 저에게 이런 상황이 오게 된다면 설희처럼 할 수 있을까요? 설희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설희 덕분에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걸 더 크게 느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연기를 해보니 그게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지를 깨닫게 됐어요.”

또한 한설희는 사랑뿐만 아니라 우정에서도 위풍당당했다. 한설희는 이달님(이초희)과 실연의 아픔을 함께 나눴고, 자신과 친구가 되기를 꺼림칙해하는 그녀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소개팅을 주선해주는 등 사랑은 물론 우정을 나누는 중에도 자신의 진심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거침없는 매력을 발산했다.

“‘여여케미’가 좋았어요. 여자들과 많이 못 붙어봐서 여자 배우들과 붙을 때 신난어요. 이초희와 붙을 때 재미있었어요. 극중 연애사를 달님과 많이 풀었죠. 두 사람이 같이 수호에 대한 마음 정리를 하는 신이 있었는데, 두 사람이 한바탕 싸우고 토닥토닥 하면서 잘 끝났어요. 그 신이 시간의 문제로 편집됐어요.”

이청아는 세련된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도 했다. 오피스룩을 기반으로 하지만 캐주얼한 요소를 잃지 않는 개성만점의 오피스 룩과 화사한 컬러의 립스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포인트 메이크업으로 한설희 캐릭터의 매력을 증폭시켰다.

“초반에는 일부러 불편하고 화려한 스타일을 고수했어요. 마치 수면 위에 떠 있는 백조처럼 한설희가 발을 동동거리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편안한 옷이 그날의 코디로 정해지면 돌려보내기도 했어요. 설희는 외모의 변화를 가장 많이 본 캐릭터였어요.”

이에 이청아의 스타일링 비결을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이 급증하며 그녀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그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는 ‘공답 요정’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SNS를 27살까지는 안하다가 방송 캐릭터 때문에 억지로 시작했어요. 내 작품을 더 많이 보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알았어요. 관객을 동원해야겠다는 책임감에서 시작했어요. 회사에서 페이스북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하셔서 재미있게 진행했어요.”



이청아는 다채로운 매력으로 2016년 상반기 안방극장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지난 6월 종영한 OCN ‘뱀파이어 탐정’에서 모두가 두려워하는 치명적인 매력의 뱀파이어 요나로 변신해 화려하고 강렬한 비주얼과 악랄한 팜므파탈 연기를 펼치며 ‘이청아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어 ‘운빨로맨스’에서도 인형 같은 비주얼로 남성 시청자들은 물론 ‘걸 크러쉬’ 매력을 뽐내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저 역시도 걱정이 많았어요. ‘내가 섹시 끝판왕 뱀파이어를?’ 물음표가 가득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과 제작진은 저에 대한 믿음이 있으셨나 봐요. 제 연기를 보시더니 그동안 착한 역할을 했던 게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새로운 이미지에 빨리 적응을 한다는 것을요. 요나 덕분에 설희라는 캐릭터는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운빨로맨스’를 끝낸 이청아는 섭섭함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제 한설희가 아닌 이청아로 돌아올 시간이니까.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느꼈던 좋은 기운들을 오래 가져가고 싶어요. 나중에 제 인생의 이야기나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아, 이때 내가 참 많이 바뀌었지’라고 선을 긋는다면 지금이 그 지점이 아닐까요. 함께한 배우들과의 이별이 아쉬워요. 너무 사랑스러운 친구들이었어요. 황정음은 정말 밝아요.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면서 에너지를 받았죠. 류준열은 현장의 재간둥이고요. 남자 주인공이 저렇게 많이 움직여도 되나 싶더라고요. 현장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는 영리한 친구예요. 정상훈은 순발력이 부러웠어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해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청아를 지금까지 오게 만든 것은 일에 대한 욕심, 그리고 자신과의 변함없는 약속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며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이해심도 커지는 순간, 이청아의 마음도 풍요로워진 것은 물론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빛나는 순간이 언젠가는 와요. 제가 한설희 역할을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다양한 이미지를 골고루 가져가는 게 좋은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도 저를 ‘늑대의 유혹’ 속 캐릭터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예전엔 그 부분에 조바심을 낸 적도 있는데 지금은 저의 소중한 일부예요. 관객들이 배우를 좋아한다는 건, 처음 좋아했던 이미지를 잃고 싶지 않는 `첫사랑` 같은 정서일 수도 있다는 걸 이번 작품에서 배웠던 거 같아요.”

요즘 이청아의 고민 역시 연기에 집중돼 있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자신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청아는 지금도 새로운 역할을 갈망하고 있다.

“운동을 잘하는데, 액션 연기는 해 본적이 없어요. 그동안 너무 캔디로 살았어요.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도 해보고 싶고요. 장르 드라마가 재밌을 것 같아요. 이번엔 사랑을 못 받았더니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 다음엔 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능은 저의 에피소드가 들어가는 토크쇼는 겁나요. 풀어 놓을 게 없거든요.”

(사진 = 씨제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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