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낯 투혼 수애 “첫 촬영부터 갯벌 장면이라 모든 걸 내려놨어요”

입력 2016-08-01 07:02  



배우 수애가 이미지 변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간 보여주지 않은 매력을 맘먹고 꺼내 보이는 수애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다. 이는 곧 관객들로 하여금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제 실제 성격과 대중에게 보여 지는 이미지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실제로는 밝고 쾌활한데 그동안 작품에서는 차갑고 어두운 캐릭터를 많이 맡았던 것 같아요.”

영화 ‘감기’ 이후 약 3년 만에 스크린에 나선 수애는 스크린 컴백작으로 ‘국가대표2’를 선택하며 변화를 꾀했다. 스크린 복귀에 대한 설렘과 긴장감이 가득한 수애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국가대표2’는 2009년 개봉한 하정우 주연의 ‘국가대표’의 속편 격으로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한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다. ‘멜로의 여신’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여성적인 이미지를 고수해왔던 그에게 신작 ‘국가대표2’는 데뷔 이후 가장 과감한 도전이다.

“시나리오가 재밌었고, ‘여배우들과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운동을 잘하는 편인데,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지시더라고요. 빨리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경쟁작이 많아 사실 부담도 있어요. 막중한 책임감으로 홍보에 임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흔하지 않은 스포츠 영화, 그것도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고 가는 역할이다. 수애는 스포츠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장르성과 배우들이 모두 빛을 발해야 완성되어지는 특성 때문에 선택했다.

“스포츠 영화 장르의 특성이 분명히 있어요. 장르와 소재에서 오는 신선함이 컸죠. 배우들의 어우러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장르는 모두가 함께 이뤄내야 하는 장르라는 생각이 있어서 더 호기심도 있었어요. 김종현 감독님이 정말 에너지가 넘쳤어요. 감독님이 잘 이끌어 주셨어요. 세심한 배려가 있었죠. 보시면 극적인 드라마도 있고, 초반에는 재미난 요소들도 많아요. 그런 것들이 잘 어우러진 것 같아요. 재밌게 보실 것 같아요.”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독보적인 존재감과 여성적인 매력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받아온 수애는 ‘국가대표2’에서 강인하고 거침없는 지원 역으로 분한다. 유일무이 정통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국가대표팀 에이스 지원은 한국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핀란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를 꿈꾸는 도중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팀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대웅(오달수)의 끈질긴 권유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뒤, 아이스하키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메달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팀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간다.

“탈북 선수를 만나지는 못했어요. 감독님이 자료를 주셔서 참고했죠. 지원을 연구하면서 감독님께 사투리를 제안했고, 감독님이 오케이 하셨어요. 사투리 연기는 예전에 배워 어렵지는 안았어요. 지원은 북에서 왔잖아요. 외톨이 고립감과 혼자 치열하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그리려 노력했어요.”

각종 시상식에서 선보여 왔던 아름다운 드레스 자태로 ‘드레수애’라는 별칭까지 생긴 수애는 아이스하키 에이스 선수 지원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촬영을 앞두고 3개월 동안 기초 체력훈련은 물론 국가대표 수준의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 아이스하키 관련 기술을 익혔다.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본 기회가 많이 없었고, 스포츠 영화도 처음이어서 ‘국가대표2’ 출연하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어요.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스스로 성장한 것 같아요.”

영화 초반 오합지졸 훈련 장면을 촬영한 청주 아이스링크장과 태릉 빙상장을 비롯해 총 20회 차에 달하는 아시안게임 경기 장면을 실시한 목동 아이스링크장 모두 영업이 끝난 심야 시간부터 대관이 가능했다. 한 달이 넘게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뀐 생활을 거듭한 배우들과 제작진은 체력뿐 아니라 정신력의 소모도 굉장했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와야 해서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3개월 만에 숙성으로 연습하기가 힘들었어요. 대역도 있었고, 촬영기술도 좋아 스크린에는 잘 나온 것 같아요. 시간 날 때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데, 도움이 됐어요. 모든 배우들이 각자 맡은 포지션에 맞게 걸음걸이, 호흡법, 작은 동작에 신경을 썼어요. 몸을 사린 친구는 없었어요. 김예원은 어깨 탈골이 됐고, 하재숙은 무릎을 다쳤어요. 밤낮이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촬영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 안에 일정을 소화해야 했죠.”



추위와의 전쟁도 빼놓을 수 없었다. 한 겨울에 촬영이 진행됐기 때문에 링크장 밖의 대기 장소도 영하의 날씨인데다, 링크장 안은 그보다 평균 5도 이상 낮아서 마치 대형 냉동창고 속에서 촬영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배우들은 촬영을 이기기 위해 자발적으로 촬영 전 링크장을 다섯 바퀴씩 돌며 체온을 상승시킬 수 밖에 없었다.

“아이스하키 장비 자체가 너무 무거워서 움직임이 불편하고 혈액순환도 잘 되지 않았는데, 링크장이 워낙 추웠기 때문에 체온 유지를 위해 장비를 계속 착용하고 있었어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보호 장비를 하나라도 더 착용하기까지 했어요. 아이스하키는 얼음 위에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정확한 기술이 없으면 서 있기조차 힘들어요. 추위와 체력, 정신력의 싸움이었어요.”

수애, 오연서, 하재숙, 김슬기, 김예원, 진지희 6명의 여배우들은 ‘국가대표2’에서 여자 국가대표 선수,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민낯 투혼부터 단벌의 트레이닝복 열연까지 불사하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첫 촬영부터 갯벌 장면이라 모든 걸 내려놨어요. 민낯 촬영으로 서로 의식이 없었죠. 이런 현장은 처음이었고, 자연스럽게 이뤄졌어요. 아이스하키복은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착용하는데 불편했죠. 화장실에 가기 불편해서 물을 마실 수 없었어요. 촬영하면서 ‘국가대표’ 의상 때문에 마음이 벅차오르더라고요. 스포츠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인 것 같아요.”

수애는 신예 박소담과 자매가 됐다. 박소담은 지원의 동생 역으로 영화에 깜짝 등장했다. 후반부 짧은 등장만으로도 강한 임팩트를 남긴 캐릭터였다. 수애와 박소담은 링크 위 날선 경쟁은 물론 눈물겨운 감정들까지 소화해냈다. 두 사람의 연기는 완성도 있게 촬영된 경기 장면들에 이어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박)소담이가 저랑 닮은 것 같아요. 느낌과 분위기가 그런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 저에게 인사할 때도, 그래서 낯설지 않았어요. 동생 역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쉽지 않은 장면이었는데 소담이가 잘 맞춰줬어요. ‘검은 사제들’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어요.”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가 그의 연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현장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여배우다. 때문에 영화 ‘국가대표2’는 수애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을 한 듯 했다. 촬영장에서 느낀 그 묘한 호흡을 잊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영화가 더욱 특별한 건 절친한 동료를 얻었기 때문이에요. 배우라는 직업이 외롭기도 하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딪히는 벽이 있는데 다른 촬영 때보다 혼자라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배우들이 끈끈해졌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고 이어가고 싶어요.”



‘국가대표2’에는 청일점이 있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감독 대웅 역을 맡은 ‘천만요정’ 오달수다. 그는 촬영장에서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며 그 속에 녹아들었다.

“배우들이 늘 (오)달수 오빠를 둘러싸고 있었어요.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 없이 즐기시는 것 같던데요. 촬영을 마치고 아침에 오빠와 먹는 설렁탕이 그렇게 좋았어요.”

영화 후반부 감동코드가 영화에 힘을 실어준다. 수애도 후반부의 이야기가 영화를 택한 계기가 됐다. 수애의 눈물 연기는 관객의 눈물을 쏙 뺄 것으로 기대된다.

“지원 역할에 충실했어요. 실제로 남동생이 있기에 애틋함을 느꼈죠. 어려서부터 눈물이 많았어요. 울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친구가 울면 따라 울었어요. 크면서는 주책없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보면 나약해 보이는 것 같아 감추려 했어요. 배우가 되면서는 감성이 풍부해 그런 것에 있어 과해지는 게 무서워 절제하려 했어요.”

어느 덧 데뷔 17년차가 된 수애는 배우로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신인 때 제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열심히 하는 거였어요. 신인 때부터 너무나 훌륭하고 큰 선배들과 함께 해서 부담도 컸고 선배들께 민폐가 되기 싫어서 선배들 하는 걸 보고 닮아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17년이 지난 지금 현장을 가보니까 제가 신인 때 그랬듯 저를 관찰하고 저로부터 느낌을 받으려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잘 견뎌온 것 같아요. 실패도 있었고, 시행착오도 많았고, 느낀 바도 많아요. 40대 중반에도 이런 애기를 할 것 같아요. 요즘 너무 즐거워요.”

기존에 쌓아왔던 이미지에서 한 발 내딛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배우들은 안다. 다음 작품을 통해 우리는 수애의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 거듭날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팬들과 저는 긴장감 있는 사이인 것 같아요. 가까워지고 싶은데, 순발력이 없어 예능에 출연을 못 해서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요. 댓글은 상처를 받을 것 같아 안 봐요. 보고 있는 작품이 있어요. 다양한 캐릭터로 인사드릴게요.”

(사진 = 스튜디오 아리 이한석)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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