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발생하는 연체 비율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에 달했습니다. 당국의 대출 회수 자제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 부실 가능성, 향후 책임 논란 우려로 은행권의 고민이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대출을 받아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는 대기업들의 부실과 빚 연체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6월말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2.17%로 전월과 전년대비 모두 증가하며 2008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5월 법정관리에 돌입한 STX조선의 신규 연체가 대거 발생하며 전체 대기업대출 연체율을 1.4%포인트나 끌어 올린 데 따른 것입니다.
<인터뷰> 금융당국 관계자
“2008년 금융위기나 IMF에 비하면 낮은 수치인데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 추가부실은 좀 두고 봐야겠다. 이 수치를 가지고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STX를 감안하면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문제는 향후 추가 부실 요인들입니다.
조선과 해운 외에 건설, 전기전자 등 여타 업종의 부실 확산, 각종 우발 리스크를 감안해 은행권은 만기를 짧게 가져가고, 신규 대출 자제, 대출 회수에 무게의 추를 두고 있습니다.
현재 은행권은 주요 조선·해운 취약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도를 B등급으로 평가중인 가운데 곧 발표될 신용위험평가 결과, 명확치 않은 구조조정의 방향은 변수입니다.
C·D 등급을 받아 새로 구조조정 살생부에 오르게 될 업종군과 그 숫자가 이전보다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 부실 채권의 또 다른 부실화를 초래하는 부담요인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에 이어 1, 2, 3차 벤더들의 부실 확산에 더해 글로벌 경기 침체, 브렉시트 이후 추가 EU탈퇴, 미 금리인상 등 악순환의 고리가 복합적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현재 산은과 수은, 농협 등 국책·특수은행에 익스포져가 쏠려 있지만 추가 부실이 현실화되면 시중은행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출 옥죄기는 분명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당국도 중대성을 감안해 수 차례 회수 자제 요구에 나서보지만 이전 구조조정의 총대를 멨던 국책은행에 대한 책임론과 질타, 집중포화 수준을 감안하면 선뜻 나서기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시중은행 관계자
“충당금도 예전에 비해 선제적으로 쌓는 기조가 늘었고 추가적으로 대외적인 요인과 경기 자체가 좋지 않다 보니 기업 리스크 요인이 계속 우발적으로 튀어나오고 있고...”
은행권이 새로 짜여질 대기업 살생부, 우발 부실 요인을 감안해 금융불안·리스크 관리에 주력중인 가운데 필요 이상의 몸 사리기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회생 가능 여부에 따른 지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등이 높아져만 가는 기업 구조조정·정상화 지원 부담, 건전성 대응 사이에서 은행권은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형국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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