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해 그동안 켜켜이 쌓아온 시간을 걸쳐 성장하고 있는 배우 김새론. 브라운관 밖에서 만난 김새론은 딱 제 나이에 맞는 열일곱 여고생 같았다. 친구 이야기에 즐거워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때는 사뭇 진지했다.
아직은 어리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에 누구보다도 속이 깊었고,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 같았다. 인터뷰 내내 김새론은 잘 정돈된, 그러면서도 억지스런 꾸밈은 없는 진솔한 대답들을 내놨다.
영화 ‘아저씨’에서 어린 나이에도 어둡고 상처가 깊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김새론은 이후 KBS2 ‘하이스쿨:러브온’을 통해 처음으로 쾌활한 캐릭터를 소화했고, 최근 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에서 드라마 첫 주연자리를 꿰차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직까지는 종영한지 얼마 안 됐고, 실감이 나질 않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이 커질 것 같아요. ‘마녀보감’은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성인 연기로 나아가는 준비 과정의 첫 걸음이죠. 좋게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작품에서는 부적한 점을 보완해서 찾아뵐게요.”
‘마녀보감’은 저주로 얼어붙은 심장을 가진 마녀가 된 비운의 공주 서리와 마음속 성난 불꽃을 감춘 열혈 청춘 허준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판타지 사극. 김새론은 극중 공주로 태어났지만 저주로 얼어붙은 심장을 가진 백발마녀가 되는 서리 역을 맡았다.
“가벼운 신보다 감정 신이 많고, 여러 배우들과 부딪히는 캐릭터다 보니 힘들었어요.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보여주고, 다른 장면으로 이동하다보니 어려웠죠. 연결 체크를 꼼꼼히 하며 더 신경 쓰며 연기했어요.”
서리의 삶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저주를 안고 태어났던 서리는 흑무녀 홍주(염정아)의 계략으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김새론은 파란만장한 서리의 삶을 극적인 연기로 표현했다.
“서리가 홍주에게 도망 다니는 상황과 맞서는 상황을 다르게 연기해야 했어요. 홍주와 맞설 때는 기에 안 눌리려고 했죠. 서리가 못 된 악역은 아니니까, 착함과 당돌함 사이에서 연기를 했어요.”
방송 초반 김새론이 실제 자신의 나이와 같은 17살의 서리를 표현할 때는 10대만의 풋풋하고 발랄한 매력을 보여줬다. 그러다 5년 후 22살이 된 서리를 연기할 때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연기를 소화했다.
“10대의 연이 캐릭터부터 표현해야 했기에 더 많이 고민했어요. 시작할 때부터 20대 서리였다면 비교할 만한 전상이 없지만 연이의 밝고 어린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에 서리의 톤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김새론은 여인의 성숙함과 나이의 무게감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섬세하게 표현해 나이 차이가 많은 윤시윤과도 달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향후 성인 멜로드라마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해 보였다.
“열린 결말이다 보니 호불호가 갈리지만, 예쁜 엔딩으로 끝난 것 같아 저는 만족해요. 마지막 장면에서 허준이 다리를 건너다 서리를 보고 웃는 장면에서 (윤)시윤 오빠가 많이 울었어요. 저도 가슴이 찡했죠. 시윤 오빠와는 대사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눴어요. 성숙한 면도 있지만 또래 친구들과 같았어요. 서로 장난을 좋아하다보니 오빠가 ‘저를 연이로 봐야하는데 김새론으로 보인다’고 조금만 참으라고 몇 번 얘기했어요. 시윤 오빠 보면서 ‘저 나이에도 저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새론은 귀엽고 풋풋한 학생의 모습 등 아역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마녀보감’에서 아역 이미지를 완벽히 지워냈다. 그의 말처럼 김새론은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전환점에 서 있다. 이젠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하고 있다.
“‘마녀보감’은 지금 제 나이에 맞는 성인 연기였어요.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에 반해 놓치는 부분도 있어요.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매 작품 노력하는 자세로 임했지만 특히 이번 작품은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마녀보감’을 통해 배운 것이 많아요.”
연기자이기 이전에 김새론은 학생이다. 인터뷰 중간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 한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마냥 기분 좋은 표정이다.
“다양한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친구들을 만나면 지역을 정해 놓고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 다녀요. 친구들이 회사 스태프들과 친해서 촬영장에 오면 스태프들과 놀아요.”
김새론은 잘 자란 아역의 대표 여배우로 김소현, 김유정과 함께 차세대 여배우 3총사로 불린다. 연기력은 물론이고 미모도 출중해 남성 팬들의 이목을 한 몸에 사로잡는다.
“‘차세대 여배우’ 타이틀은 너무 감사하죠. 진짜 차세대 여배우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할게요. (김)유정 언니와 (김)소현 언니는 자주 만나요. 일상적인 별 의미 없는 얘기를 나눠요. 유정 언니는 사랑스러워요. 언니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어요. 소현 언니는 말을 잘 해요. 말로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어요.”
김새론은 어느새 숙녀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여전히 앳되지만 어려서부터 촬영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아역스타의 내공이 또래와 다른 느낌을 줬으리라. 그는 인터뷰 말미 연기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어릴 때 물 흐르듯이 연예계에 입문했어요. 제가 해보고 싶은 게 연기였거든요. 촬영이 끝나면 스태프들이 생각나고, 완성작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 좋았어요. 지금까지는 크게 벗어났다거나 슬럼프가 오지는 않았어요. 어릴 때부터 의지로 시작하다보니 확고함이 있었어요. 배우 말고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적은 없어요.”
차세대 여배우로 불리고 있는 김새론은 2016년에도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성장하고 있다. 누군가는 17세 김새론을 두고 여전히 ‘어린 배우’라 생각하겠지만, 그는 데뷔 8년 차 베테랑이 됐다. 김새론과의 인터뷰는 훨훨 날아오를 그의 20대, 30대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보여주기 식의 배우보다는 마음 적으로 다가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그런 작품을 고르고 있어요. 아직 다음 작품은 안 정해졌어요. 작년 보다는 나은 2016년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진 = 스튜디오 아리 이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