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가로막는 상속세…"기업팔고 이민간다"

장슬기 기자

입력 2016-08-05 18:11  


    <앵커>
    장수기업이 많은 나라가 경제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장수기업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가업승계를 가로막는 상속증여세가 문제라는 지적인데요,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는 이런 상속세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가업승계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업승계에 성공한 장수기업들은 다른 기업에 비해 고용을 더 많이한다는 통계까지 있는데요.

    정작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상속세법,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집중 진단해봤습니다.

    먼저, 과도한 상속세로 인한 경제계의 부작용을 장슬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선박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

    지난해 창업주인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가업을 물려받았습니다.

    하지만 상속세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30년된 가업이 부도위기에 내몰렸습니다.

    연매출이 900억원인 이 중소기업은 현행 법에 따라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지만, 조선업 위기로 어쩔 수 없이 고용을 줄인게 문제가 됐습니다.

    상속세 공제를 받으려면 종업원수를 2년간 최소 80%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공제 요건을 지키지 못한 겁니다.

    <인터뷰> 선박 부품제조업체 상속자
    "아시다시피 조선 경기가 매우 안좋습니다. 고용승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현실은 안 그렇습니다. 업종이라는 것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적으로 업종 전체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공구 업체를 창업한 B씨.

    70대가 되면서 이제 두 자녀에게 연매출 5000억원대 가업을 물려주려고 했지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번 돈은 회사를 키우기 위해 시설이나 공장에 재투자하기 바빴고, 증여세 재원을 준비할 겨를은 없었던 겁니다.

    연매출 3000억원 미만의 기업은 최대 100억원까지 증여세를 공제받을 수 있는 특례법이 있지만, 매출 조건 범위를 넘어선 B씨의 기업은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두 아들은 국내사업과 해외사업을 나눠 맡고, 해외 사업을 맡은 아들은 상속세가 없는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는 없었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 세금회피를 위한 부도덕한 행위로 비쳐진다는 것이 중소기업 CEO들의 고민입니다.

    <인터뷰> 중소기업 한 관계자
    "대기업은 사내유보금 등 현금보유가 많지만 중소기업은 벌어가면서 세금을 내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는 회사들이 없습니다. 결국에는 공장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으로 지난 해 상속증여세 공제 혜택을 받은 중소기업은 전체 350만여개 중 단 57곳, 0.01%도 채 되지 않습니다.

    <스탠딩>
    이렇게 상속 증여 제도는 세수감소와 함께 국부유출까지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현행 제도상 재산 마련에 눈 돌리지 않고 기업만 키워왔을 경우, 상속의 어려움이 더 커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어서 신인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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