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타이밍` 입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에 돈을 맡기기 보다 투자를 하거나 소비를 늘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쥐꼬리 만한 이자를 받을 바에는 집을 사던지 주식을 사던지 아니면 평상시에 바꿔야지 하던 오래된 자동차를 바꾼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고전적인 상식은 정말 고전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우리 국민들의 총 저축률은 전 분기 보다 1.8%p 상승한 36.2%를 기록했습니다. `98년 3분기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입니다.
기준금리가 1.2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은행권 예금은 이미 0%대 예금금리가 나올 정도로 이자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투자나 소비 보다 저축, 아니 어쩌면 보관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 나라뿐 아닙니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같은 상황입니다. 기준금리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선 덴마크와 스위스, 스웨덴 등에서도 오히려 가계 저축률이 경제협력 개발기구 OECD의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가 그렇게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일본의 가계 저축률은 다시 늘고 있습니다.
S&P가 신용등급을 올린 이유는 꾸준한 경제 성장, 대외 건전성 지속, 충분한 재정, 통화 여력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자연히 시중에 떠다니는 부동자금이 늡니다. 대표적인 단기 부동자금인 MMF잔액이 지난 5일 기준으로 130조 원에 달합니다. 금융위기 직후 정말 뭘 해야 할지 몰라 잔뜩 움츠렸던 2009년 3월 이후 7년 5개월 만에 역시 최고치입니다.
코스피가 연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증시 대기 자금인 고객 예탁금은 오히려 한 달 만에 3조가 넘게 줄었습니다. 이번 상승장도 외국인과 기관들 그들만의 잔치고 개인투자가들은 역시 손이 안 나간다는 얘기죠.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 듯 합니다.
이제 중앙은행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겁니다. 아니 더 이상 금리 내려봐야 별 무소용이니 좀 더 지켜보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겁니다.
많은 외국계 IB와 국내 증권사들이 연내 적어도 한 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를 전망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여기에 정부는 정부 부채 규모와 재정적자 규모를 아예 법으로 통제하는 재정건전화 입법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재정을 미리 건강하게 관리하겠다는데 반기를 들 사람이 있겠습니까마는 왜 하필 지금일까요?
전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나서서 경기를 살려보려고 갖은 애를 다 쓰는 데 우리 정부는 정부부채와 재정 적자의 절대수준을 법으로 규제하고 예외 상황이 아니라면 여기에 맞추겠다는 겁니다. 가이드라인이 아니고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겁니다.
금리인하 무용론, 정부 재정 건전성 확보, 아직 전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우리 경제에 벌써 이런 아젠다를 고민해야 하는 건지 더 고민스럽습니다. 정책이란 게 맞는 시기, 즉 타이밍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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