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격세지감`입니다.
무더운 여름의 한가운데 단비 같은 연휴였습니다. 잘 쉬셨습니까? 아직 여름이 끝난 건 아니지만 각급 학교들이 오늘 개학을 하죠? 또 오늘이 말복인데요. 다음 주가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거고 여름도 이제 끝물인 것 같습니다.
오늘의 소사를 보니 꼭 17년 전인 1999년 8월 16일 대우그룹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수정약정을 체결하면서 사실상 그룹해체가 결정된 날이더군요. 지금도 대우조선 해양을 비롯한 대우 이름을 단 회사들이 여럿 남아 있을 정도로 대우그룹의 위상은 대단했습니다.
지금이야 삼성 그룹의 위상이 압도적이고 현대차 그룹이나 LG그룹 또는 SK그룹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만 한때 대우그룹은 패기 만만한 젊은이들, 그것도 세계를 무대로 뛰어 보겠다는 장사꾼 기질이 있는 상대 졸업생들에겐 최고, 최적의 직장이었습니다.
에스키모한테 냉장고를 판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대우하면 수출의 상징이었고 또 한편으로 무역으로 시작해 조선, 자동차, 중공업, 가계, 전자 등 정말 진공청소기처럼 기업들을 사들이며 확장을 하니 일하는 사람들이야 자리도 많이 생기고 해외로 나가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IMF의 파고도 어렵사리 넘기는가 했던 대우그룹의 균열은 전혀 뜻밖으로 한 외국계 증권사의 길지 않은 보고서에서부터 시작이 되죠. 지금도 증권사의 CEO로 일하고 있는 당시 노무라 증권 고원종 애널리스트의 "대우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라는 보고서는 입 소문을 타고 금융권에 대우에 대한 경계감을 높였고 외국계에서 시작된 자금 회수는 국내 은행들까지 확산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서도 무리하게 쌍용차를 인수하는 등 초고속 성장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방만한 경영과 김우중 회장과 측근들의 불투명한 회계가 거대 선단 대우의 침몰의 원인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우리 기업인들은 은행에 돈을 넣어놓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투자만 하면 돈을 벌게 분명해 보이니 벌어들인 돈으로 공장을 짓고 회사를 사는 것도 모자라 물경 10~20%의 이자를 주고라도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섰었죠. 부채 비율 1000%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닌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어떻습니까? 거의 무이자에 가까운 돈도 쓰지 않을 뿐 아니라 물경 600조 원이 넘는 돈을 금융회사에 단기자금으로 운용을 하고 있습니다.
돈 벌 자신이 없으니 이자 없어도 일단 돈을 잘 보관해 놓고 있는 겁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투자에 조심스러운가 잘 보여줍니다.
17년전 대우를 몰락 시켰던 것이 과도한 투자였다면 지금 우리 기업과 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건 과도한 투자 우려입니다.
언제나 극단은 위험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마냥 늘어만 가는 기업들 그것도 재벌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우리 경제에 피 같은 돈들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를 일으키고 이들의 투자하지 않는 관성은 우리 기업가들에게 투자의 기술을 망각하게 할 겁니다.
돈도 벌어본 사람이 번다라는 말은 허튼 말 아닙니다. 투자 없이는 돈을 벌 수 없는 데 우리 기업에 투자해본 사람들이 사라져가고 관리하는 사람만 남는다면 우리 경제, 활력을 찾을 수 없을 게 뻔합니다.
경제전망은 항상 어둡습니다. 우리 경제는 항상 위기의 언저리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정부와 기업들은 은행과 금융회사에 현금처럼 보관하고 있는 600조 원이 넘는 큰 돈을 어떻게 투자의 바다로 물꼬를 틀지 고민하고 그 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꼴 안 나게 하려면 서둘러 지혜를 모아야 할 일입니다.
어쨌거나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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